설연휴 마지막인 오늘은 가족이 함께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을 찾기로 했다. 신학기 아이들의 책가방도 사고 가족들 봄옷도 사기 위해서다. 신랑의 경우는 옷이나 가방 등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는 편이고 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반반 이용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의 새 책가방은 이미 신랑이 온라인으로 구매를 해 둔 상태였다. 아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신랑의 관점에서 가장 괜찮은 브랜드로 좋은 가격에 구입을 해 둔 것이었다. 딸의 책가방은 구입전이라 행여 또 구입할까봐 내가 급히 재촉하여 매장을 찾자고 하였다. 딸에겐 마음에 쏙 드는 가방으로 사 주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다. 사실, 같은 물건이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는 값에 차이가 나니 구매하고자 할 때마다 고민이 되곤 한다. 지난 번엔 이런 일이 있었다. 아울렛 매장의 명품가방 코너에서 밝은 색상 가방 중 마음에 드는데 세일이 많이 되어 반품은 안되는 가방이 있었다. 매니저 추천이기도 하고 해서 기분좋게 계산을 하고 돌아나오는데, 먼저 나가 있던 신랑이 찾아보니 온라인에서는 5만원이나 더 저렴하게 팔리고 있었다. 계산 전에 내가 물어 보았다. "여기 아울렛 매장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가격에 사는 게 맞겠죠?"라고. 매니저는 자신있게 그 브랜드의 인터넷 매장 가격과 같거나 더 저렴할 것이고, 결정적으로 물건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있는 데다가 더 저렴하기까지 하니 마음이 불편하였다. 이미 구입하였고, 이런 걸 매장측에 말하는데 신랑과 나는 별반 재주가 없는터라, 둘다 어쩔 수 없지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결국 그 매장으로 전화를 넣었다. 물론 정중하게. 매니저님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냐고. 하긴, 명품 매장 매니저라고 언제나 그 많은 물건들의 남은 수량과 거래되는 인터넷 값을 어찌 다 알겠는가, 결국 매니저님은 그렇게 말씀드린 건 죄송하다며 긴 얘기끝에 (반품 불가였지만) 언제든 나오시면 반품해 드리겠다고 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지만 그 뒤로 나느 반품하러 가지 않았고 봄이 되면 들겠다고 옷장안에 포장 그대로 넣어두고 있다.
가방을 고르러 나서며 딸에게 말했다. "싸고 비싸고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음에 드는 좋은 가방으로 사자"고. 물론 오늘도 신랑과 나의 생각은 달랐다. 나는 딸 마음에 드는 가방을 사 주고 싶었고, 신랑은 좋은 제품을 이왕이면 더 저렴하게 구입하길 원했다. 게다가 우리 둘은 각자 마음에 들어하는 브랜드가 달라, 착한 딸이 가운데서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몇군 데 매장에서 가방의 겉과 속을 잘 살펴보고 마음에 쏙 드는 가방을 발견하지 못한 까닭에, 아니다, 마음에 드는 가방이 두 세개가 되어, 인터넷으로 구매하자고 결정했다. 대신, 딸에게 꼭 필요했던 다른 것을 좋은 브랜드에서 입게 해 보고 맞는 것으로 구입해 주었는데, 이건 비쌌더라도 나도 딸도 정말 기뻤다. 욕심없는 아들은 다른 건 괜찮고 신학기 필통 하나 사고 싶다 하여 아울렛 매장내 서점으로 갔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이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내일 아침 배송에 6천원이나 더 저렴한 것을 알아 그렇게 구입하였다. 각자 원하는 메뉴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신랑과 아들은 편한 곳에서 잠시 쉬게 두고 딸과 둘이서 내 옷을 보러 다녔다. 쟈켓과 짧은 패딩, 봄원피스 하나 구입했는데 패딩은 지난 번 현정이 소개한 것으로 밝은 색상에 세일이 많이 되어 저렴한 데다가 따뜻하여 지아와 번갈아 3월 꽃샘추위까지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오늘 산 짧은 쟈켓을 다시 입어 보는데 옆에 있던 신랑이 "안 예쁘다" 한다. '난 예쁘기만 하구만' 하려다가 "그러니까 당신이 같이 다녀주었어야지!"했다. 그리고는 넌즈시 물어보았다. "자기가 인터넷으로 옷 쇼핑할 때 내가 봐주지 않아서 당신 나에게 복수하는 거야? 왜 나 옷 살때 안 따라 다녀줬어?" 뜻밖의 답변을 듣고 깜짝 랐다. "혼자 마음껏 입어 보고 고르고 해야 맘편히 고르지, 내가 같이 다니며 싫다 아니다 하면 불편하거 아냐. 혼자 편하게 고르라고 한 거지. " 오호라, 우리 신랑, 이렇게 속깊은 사람이었던가!
물건은 옷이든, 먹는 것이든 딱 필요한 만큼만 사면된다고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정신차린 자리에선 그렇게 다짐을 한다. 그러라 막상, 쇼핑을 나서면, 그것이 인터넷이 되었든, 가게에 들어선 경우든, 이쁘고, 마음에 들고, 누가 권유하면 "살까?" 하며 사게 되는 경우들이 참 많다. 줄여가고 있는 중인데도, 워낙에도 사치는 아니 하지만, 아직은 꼭 필요한 물건만 딱 사는 게 나에겐 어렵다. 요즘 대세인 심플라이프나 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은 버리는 데에 있지 않고 안사는 데에 있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모두들 아껴쓰고 안 사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테니 그도 문제다. 그렇다면, 물건, 삶에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쓰고, 한 번 사면 떨어지거나 낡을 때까지 오래 쓰고,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예쁜 신상, 곁에 두고 싶은' 강박증같은 애착을 조금 버리게 되면, 나부터 그리 살고 그런 삶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지구 환경도 나아지고, 돈의 많고 적음으로 행불행이 갈리는 상황도 좀 덜해지게는 될까.
와우, 1일 1글 쓰기로 했다는 생각에, 버뜩, 마지막회 나의 사랑 [철인왕후] 본방을 앞두고, 쇼핑한 하루, 쇼핑에 대한 짧은 생각을 어설프지만 글로 급히 마무리하고, 책상에서 쇼파로 자리를 옮겨본다.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그 바램이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권력자가 아닌 민초들이 행복한 새로운 세상을 소망한 철종과 철인왕후의 이야기로 그간 나도 행복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