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장 친한 친구 중에 7급 공무원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5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을 나왔고요. 거의 17년 전이죠. 그냥 처음부터 꿈이 공무원이었습니다. 아버지도 공무원이었고요. 친구는 ‘나라의 녹을 먹는다’ 이런 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5급 공무원, 그러니까 행시도 쳤는데 2번 떨어지더니 포기하더군요. 그러더니 7급은 1, 2번 만에 붙었고, 그때부터 7급 생활을 시작, 지금은 곧 5급을 눈앞에 둔 6급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추석 때 친구를 만났는데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는 역시 돈이죠. 돈이 안 된다고 합니다. 제가 친구의 연봉을 들었는데요. 제가 대기업 출신인데, 제 초봉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16년 전 초봉과 비슷하다는 것이죠. 그러면 연금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냐? 그런데 여러분 아시죠. 공무원들은 이제 연금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요. 나중에 퇴직해서 연금 받아봤자 선배의 선배들이 받은 것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금전적인 보상이 과거에 비해 부족한 것이죠.
두 번째는 무엇일까요? 돈을 적게 받으면 일이라도 적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예전에 서울 시청에서 일했는데요, 소위 가장 엘리트 코스라고 하죠. 박원순 시장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절 완전 갈려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평일은 10시까지 기본, 주말에도 일을 했다고 하네요. 워라벨 따위는 없는 거죠. 아마 거기서 고과를 잘 받았는데 그럼에도 결국 포기를 했습니다.
친구는 지방으로 먼저 지원했습니다. 이러다가 과로사할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방에 갔다가 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지금은 약간 한직에 있는데 그래도 매일 저녁 9시까지 일한다고 하네요. 무슨 수당이 있냐고 물으니,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냥 일만 많다고 하네요. 이제는 더 한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경기도권 벗어나면 이혼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해서 더 한직으로는 못 간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그만두면 할 것이 없다고 합니다. 공무원 출신을 누구 뽑겠냐고, 다른 것 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네요. 공무원 그만두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으니, 그냥 계속 다니거나, 아니면 어거지로 무언가를 하는데, 동료들 보면 대부분 잘 안 된다고 합니다. 장사를 해도 투자를 해도 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네 번째로는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공무원 일이 시킨 것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창의성이나 재미는 조금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매일매일이 무료하고 재미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계속 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친구는 처음부터 사기업에 들어간 저를 부러워하는데요, 글쎄요. 사기업은 수명이 짧죠. 공무원은 깁니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저의 결론은 그렇습니다. 무엇을 해도 단점이 있고, 힘든 점이 있는 것,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아주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또한, 공무원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취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기업,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무원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 글은 공무원이 안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친구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고, 요즘 사회 분위기도 그렇게 되고 있다는 것이죠. 자기 적성에 맞게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는 공무원도 많은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지금 어떤 단계에 있든, 자신이 좋아하는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결국에는 그것이 거의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