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이 아니라 너에게 도움이 되는지만 생각하라.
대리 시절, 회사 생활에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선배들은 일은 안 하고 무능하고 상사에게 아부나 떠는 사람, 다 그런 꼰대들로 보이더군요. 그런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선배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선배가 술잔을 기울이며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옳고 그르다로 판단하지 말고 나에게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만 생각해라. 그게 회사 생활이다."
대화의 의미가 이해가 되시나요? 다시 말해, "옳고 그르다로 판단하지 말고, 나에게 유리한 방향만 생각해라"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옳고 그른 것이 있지 그걸로 판단하지 말라고?' 그래서 제가 그 선배에게 되물었습니다. "아니, 내가 보았을 때 옳은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고, 옳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는데, 그걸로 판단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요?"
그러나 그 선배가 이야기하더군요. "우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아니잖아. 세상에 60억 명의 사람이 있으면 60억 개의 기준이 있는 거야. 모든 사람이 판단을 할 때 각자의 기준에서 판단하는데 그것은 주관적인 기준이야. 어차피 판단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옳고 그르다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야.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다를 거고, 그리고 너조차 시간이 지나면 그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 그러니까 네 생각은 확실한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것이지..."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에게 옳은 것이 남에게 틀리고, 남에게 틀린 것이 나에게 옳다면 그런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무엇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런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야 해. 특히 직장 생활은 그렇게 해야 해."
"예를 들어, 팀장님 옆에서 비위 맞추고 죽는 시늉까지 하는 부장님, 차장님들이 한심해 보이고 그러지? 그런데 그래 보여도 그게 너에게 틀린 거지만 그들에게는 옳은 거야. 팀장님도 기분 좋고 부장님, 차장님은 생존을 이어갈 수 있고, 옳고 그름으로 따지면 너에게는 그름으로 보이겠지만, 이것을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로 보면, 그들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거니 이해가 되지? 그러면 너도 어느 정도의 사내 정치나 아부를 이해하게 될 거야."
생각해 보니 그렇더군요. 그 이후 무언가를 볼 때 옳고 그름으로 보려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되는가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보면 대부분이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해가 되고 어느 순간부터 저의 이익도 조금씩 챙길 수 있더군요.
예를 들어, 저희 부서는 술자리를 정말 좋아했고, 빠지는 사람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옳은 거죠. 그런데 제가 직장 나오기를 생각하고 준비하던 시기에는 그 시간에 제가 미래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핑계를 대면서 빠졌습니다. 학원 핑계, 헬스장 핑계, 심지어 점심 시간도 빠졌죠.
제 행동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그저 이게 저에게 도움이 되는 거죠. 그 시간에 준비한 것들이 지금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하는 일들에 도움이 되거든요. 좋은 게 좋다. 이렇게 생각하고 술자리 다 따라다녔으면 회사 짤리고 난 뒤 할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부서에 유독 저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건 옳지 않죠. 그런데 그건 저의 생각일 뿐이고, 그 괴롭힘의 원인이 저일 수도 있고, 그리고 그 괴롭힘이 아주 심한 수준이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고, 그래서 저는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했어요.
그 사람하고는 친하게 지낼 수도 없고, 그러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다른 부서로 갔죠. 그게 저에게는 이익이었으니까요. 괜히 고민과 감정 소비하지 말고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상사가 마음에 안드나요? 그래도 그 상사에 잘 보이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나요? 이직을 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면 이직을 준비해야 합니다.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쉽지 않아서 고민인가요? 그 자격증을 따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면 어떻게든 그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그러니 당신의 이익을 생각하세요. 우선으로 두세요. 무언가가 옳다 그르다 생각할 시간에 무엇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물론, 이런 말 한다고 정해진 선을 안 지키는 분은 없겠죠.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것 당연히 지켜야죠. 사내에게 꼭 지켜야 할 규칙, 누구봐도 당연히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모호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이렇게, 누구는 저렇게 생각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모두 ‘자신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내가 '나의 이익'을 챙겨야 합니다. 내가 나의 이익을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내 이익을 챙겨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