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는 포기가 나쁜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혹은 직장을 다니면서 해야 할 포기도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포기한 일들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포기한 5가지가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포기하기 힘들었지만 포기하니깐 사실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하나씩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포기, 회식 포기.
첫 번째는 회식 포기입니다. 회식 포기? 그게 무슨 포기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회식 포기가 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팀에 20명 정도가 일합니다. 남자는 15명 정도 있습니다. 팀장이나 부장님이 저녁에 술 먹자고 합니다. 거기에 빠지면, 여러 번 빠지면 눈에서 나고 진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거 정말 회사 생활 해 본 사람만 압니다. 회식에 한 번 빠지면 다음 날에 팀장이나 부장이 볼 때마다 이야기합니다. “회식 빠지니까 좋냐?” 사실 이렇게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 팀에서 나름 고과를 잘 받던 제가 회식을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럼 제가 왜 회식을 포기하려 했나? 회사 외에도 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하루 종일 회사, 집, 회식만 반복하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제가 혼자 집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데, 회식 전화가 오면, 과감하게 거절하는 용기까지 생겼습니다.
두 번째 포기, 점심 포기.
저는 점심도 포기했습니다. 점심 때 늘 먹는 사람과 같이 먹습니다. 8명, 10명 정도 됩니다. 어떨 때는 본부장님이 참여하고 어떨 때는 다른 부서도 같이 먹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저는 같은 부서 사람과 같이 먹습니다. 매일 밥을 같이 먹으면 비슷한 이야기만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가끔은 윗사람에게 내가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때도 있고, 이런저런 사내 정치를 밥 먹으면서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간들이 참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점심 수영을 다녔습니다. 혼자 하면 왕따가 될 수도 있으니 부서원 2~3명과 함께 3-4명이서 다녔습니다. 운동이 부족한 저에게 이 시간이 참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헬스를 하기도 하고, 혼자 시간을 가지기도 하면서 적절히 점심에 빠졌고요. 물론, 너무 많이 빠진다고 느낄 때에는 1주일에 1일, 2일 이렇게 점심을 부서원들과 함께 먹기도 하였습니다.
세 번째 포기, 승진 포기.
즉, 모든 것을 다 갈아 넣는 것을 포기. 저는 회사가 제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굳이 서울 본사에 있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미팅도 많고, 시선도 많고, 회식 자리도 많고. 여유가 없었죠. 그래서 저는 2017년에 지방 발령을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사 생활 5년 정도를 지방에서 했습니다. 그 전에 11년은 서울에서만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해 못 했죠. 그렇게 저는 서울 살이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자유 시간을 얻었죠. 서울에서는 1주일에 3번 이상 술자리를 해야 했지만 지방으로 가서는 한 달에 1번 정도로 술자리가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출퇴근 거리가 왕복 1시간은 되었지만 지방에서는 30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매일 야근을 했는데 지방에서는 야근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대충하지는 않았습니다. 8시간은 제대로 채워서 일했습니다. 그 외에 원래는 내 것이었던 시간을 활용하며 저는 저의 재테크, SNS 글쓰기 등을 하면서 제 2의 삶을 준비했습니다.
네 번째 포기, 평판 포기.
저는 2021년에 캐나다로 떠났습니다. 육아 휴직 1년을 했습니다. 둘째가 초 2가 지나면 육아휴직을 못 하기에 아이들과 온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캐나다 벤쿠버로 갔고요. 와이프와 두 아들과 함께 온전히 서양 문화를 즐기고 왔습니다. 돈은 많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더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돈보다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아직도 이때의 추억으로 살고 있고, 이때의 추억은 지금의 저에게 많은 글감과 생각을 제공합니다. 작가나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삶을 사는 데 좋은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부서에서 첫 번째 남자 육아휴직자였습니다. 얼마나 따가운 시선이 저에게 꽂혔을까요? 승진도 평가도 다 포기한 결정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평판을 포기했기에 캐나다에서 온전한 1년을 얻을 수 있었지요.
다섯 번째 포기, 회사 포기.
저는 16년 다닌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습니다. 준비는 했지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잃어야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어쩌면 권고사직을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제가 먼저 회사를 포기했고 이어서 권고시작을 받게 된 것이죠. 권고사직을 통해 저는 회사인의 삶을 중단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 콘텐츠 제작가로 직장 이상의 돈을 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없는 삶을 살고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익숙한 곳에서 멀어져야 새로운 곳에 닿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일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 당연히 정답인 것은 아니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조금씩 회사와 멀어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은 참 힘듭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를 포기하면 또 다른 것이 생깁니다. 그러더라고요. 포기를 고민할 때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무언가를 포기하면 또 다른 길이 보일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당신을 위한 길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