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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욱 Jul 04. 2022

전시가 끝나고

얼마 전에 전시를 무사히 마쳤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이미지가 아니라 순수한 텍스트를 전시한다는 것이, 내가 알던 사람들을 초대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전시를 처음에 준비했을 때,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내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모두 예현 샘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기획력 덕분이다. 한동안, 나도 기획자의 태도를 지니면서 공간과 맥락과 사람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연결 짓는데 몰두하곤 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만큼은 조용한 작가이고 싶었다. 아무것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냥 내가 있는 자리에 머물러서 폐쇄적인 사유를 전개해나가고 싶었다. 작가로서 능동적으로 자기 PR 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는다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번엔 예현 샘의 도움을 받아 감사하게도 온전히 나의 세계에 머물러서 그걸 더 잘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공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의 지인분들을 초대하진 않았지만, 낯선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와 주셔서 얼마 없던 표가 매진되었다고 들었다. 한 번은 내가 직접 전시공간에 방문에 관람을 방금 마치고 오신 관람객 분의 소감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굉장히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내 작업에 대한 감상을 들려주는 관람객에게 감사한 마음이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으로 글을 쓰고 전시로 만들어서, 전혀 없던 방식으로 교감하는 자리가 무섭게 느껴졌는데, 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나에게 큰 힘이 되어 다가온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일에 매몰되어 살아왔던 나의 태도가 민망해진다. 이런저런 일들과 사건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조용히 밀려나가면서 살고 있다 보니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난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전시에 참여해보려 한다. 꼭 미술전시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장을 생각 중이다. 그땐 나의 지인들을 초대하도록 하겠다.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으려면 복잡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a에서 b를 생각하고 b에서 c, c에서 d, d에서 z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도 했던 생각을 오늘도 내일도 해야 하고 그 생각을 실천해야 한다. 복잡함이 시간 속에서 무너진다. 단순하게 생각하다 보면 단순한 삶이 찾아오고 단순한 삶 속에서 생각이 더 단순해진다. 나도 단순하게 생각하다 보니 회사도 다니고 광고도 만들어서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불쾌한 발명품들을 팔아재끼고 있다. 전시와 기획, 실천적 연대는 무릇 복잡한 행위다. 돈 벌기도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들고, 모델(이라는 표현 자체가 너무 회사원스럽지만) 자체의 구조가 복잡하다. 그래서 더 그런 복잡함 안으로 다가가고 싶다. 회사에서 흘러나오는 박재범의 몸매 어쩌고 하는 노래를 하루 3번씩 매일매일 반복해서 듣자 하니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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