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려고 기록합니다

-잊지 않기 위해, 다시 시작합니다.

by 그저남기는자

“보건소 이제 진료합니까?”
“아직 못 하고 있습니다.”
“왜요? 코로나 때문에요? 이제 코로나 다 지나갔잖아요.”


2023년 3월,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건소 밖에서는 “이제 다 끝난 거 아니냐”는 말이 더 자주 들렸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나간 일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빨리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나 역시 팬데믹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다만 한 가지가 두려웠다.
이 시간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워질까 봐,
그 시간 동안 버텼던 사람들의 얼굴과 선택이 함께 사라질까 봐 겁이 났다.


코로나19 당시 의료진을 향한 ‘덕분에 챌린지’가 있었다. 물론 그 감사는 마땅했다.
그러나 병원 밖에서, 제도와 민원과 행정 사이에서
이 재난을 떠받치고 있던 보건소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이름은 거의 불리지 않았다.
우리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그래서 당연한 존재가 되었다.


왜 우리는 당연했을까.
땀과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욕을 먹고, 때로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를 지켜낸 일들이 왜 기억되지 않았을까.

이 연재는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글은 영웅담이 아니다. 모범답안을 제시하려는 기록도 아니다.
다만 일상 회복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소모되었던 사람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견뎠는지를 남기고 싶었다.


왜 지금 이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재난은 언제나 예고 없이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묻는다.
“왜 준비가 안 되어 있었을까.”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기억하지 않으면, 회피하게 된다.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은 사라지고 부담은 개인에게 남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수고와 실패, 망설임과 선택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다음 재난 앞에서 우리는 조금 덜 혼자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함께 맞설 수 있는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 연재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했던 날들이 나오고,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흔들렸던 마음들이 나오며, 그래도 자리를 지키기로 선택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할 것이다.
그중에는 나의 이야기와, 동료들의 이야기, 그리고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많은 장면들이 있다.

이 기록은 보건소 업무 전체를 대표하지도, 모든 사람의 경험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사람의 시선으로 남긴 기억이다.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음에 또다시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될 날을 대비하기 위해서.

“그때는 다들 어떻게 버텼나요?”라는 질문에 조금은 정직하게 답할 수 있도록,

지금, 이 기록을 시작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