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많이 컸네, 엄마만큼.
코끝이 찡해지도록 추운 겨울에 먹는 홍시
일곱 살이 된 딸은 분유를 먹을 때부터 양이 적어서 걱정했고, 이유식을 시작할 때에도 양이 적어 늘 걱정이었다. 여전히 그녀는 친구들에 비해 몸무게가 적은 편이지만 잔병치레가 많지 않은 그런 딸에게 소울푸드가 몇 있다. 옥수수, 동그란 뻥튀기, 홍시 , 파프리카, 당근. 알고 보면 건강한 재료들 좋아하는데 양이 적은 편이다.
코가 찡해지도록 추워지는 겨울. 얼마 전 시댁에서 나보다 나이가 몇 백년은 더 되보이는 커다란 감나무에서 대봉을 많이 따 왔다. 매년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큰 감나무는 지게차를 타고 올라가 따야 손이 닿을 수 있을만큼 커다랗다. 베란다에 나란히 줄세워놓은 감이 익어간다. 말랑하고 달콤한 홍시가 되어 딸의 간식으로 먹을만해 졌다. 자연에서 온 간식이라 엄마는 더욱 반갑고, 할머니댁에서 따온 감이라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이다.
저녁식사를 하고 마음은 거절당할까 조심스럽지만 능청스럽게 홍시 하나를 권한다. 선뜻 응하는 아이가 고맙다. 너무 잘 먹는 것도 걱정이라지만, 아이의 입에 뭐라도 들어가야 내 마음이 부르다. 아이의 먹는 양이 적으면 나도 모르게 아이가 먹을만한 간식을 자꾸만 냉장고를 열어 찾게 된다. 어릴 때 부터 홍시 껍질을 주지 않고 속만 발라줘서 그런지, 껍질은 다 버리는 거라 생각한다. 아주 작은 조각이 입에 들어가도 뱉어버린다.
숟가락으로 홍시를 떠서 먹여주고는 나도 모르게 껍질에 붙은 홍시 속살을 발라 먹는 자신을 발견했다. 흠칫. 놀란다. 엄마가 떠오른다. 어릴 때 홍시 껍질에 까만 점이 있어 먹지 않고 따로 떼어놓았는데 버리지 않고 모아서 먹던 엄마 모습. 먹을 게 부족한 세상도 아닌 요즘 굳이 왜 저렇게 궁상맞게 껍질을 먹을까 싶어 속으로 싫어했던 엄마 모습이었다. 엄마를 닮아가는 모습을 느끼는 순간마다 '내가 엄마만큼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하고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나도 많이 컸네. 엄마만큼. 엄마생각이 많이 나는 오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