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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미령 Dec 09. 2022

야식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좋아한다

육아맘의 밤 


나는 야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취향이 변해간다. 배도 고프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바로 잠들어야 하는데 혼자인 이 시간을 너무 진하게 쓰고 싶어서 누워서 많은 생각을 한다. 수많은 선택지가 떠오르고 머릿속을 빙빙 돈다. 분명, 야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뭐랄까. 밤에 즐길 수 있는 것을 떠오르다보니 커피를 마실 수도 없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야식이지. 그리고 매콤한 야식. 조금만 매워도 얼굴이 빨개지고 땀나고 이 고통스러운 매운 맛을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하던 내가 매콤한 야식을 찾는다. 





매콤한 맛



하루는 남편이 묻는다. 원래 이런 음식을 좋아했냐고. 아니지. 나는 이런 음식 말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낮에는 그런 음식을 먹지만, 밤에는 매콤한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걸 어떡하지? 




야식의 향수 



밤 늦은 시간에 야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은 나도 밤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였다. 굳이, 매콤한 야식을 찾게되는 마음은 나도 하루의 고단함을 평소에는 먹지 않던 매콤한 음식을 통해 위로받고 싶기 때문이었지. 집이 내 직장이고, 가족이 직장동료인 육아맘은 고단하다고 해서 오늘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해서 위로받을 동료가 없다. 아이들에게 위로를 바랄 수도 없고 말이지. 



육아를 시작했던 시절엔 모든 것이 처음이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힘들었다기 보다는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답답할 때 딱 한 모금이면 충분한 나는, 굳이 맥주 한 캔을 따서 한 모금만 마시고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육아서를 읽었다. 수시로 내가 기댈 수 있었던 곳은 책이었다. 나의 고단함을 책에서 위로받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엽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오늘 하루 힘든 날 동료들과 '한 잔 할까?'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집이 회사인 나는 야식에 기대어본다. 가끔이지만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즐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나에게 좋은 선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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