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은 영화로 데뷔하기 이전 광고 영상과 뮤직비디오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냈던 사람이다.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 영상과 뮤직비디오는 특성상 속도감 있는 빠른 편집으로 이야기를 압축해서 보여주거나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눈길을 끌려한다. 이러한 장점은 영화를 만들 때도 그대로 넘어와 핀처의 영화를 보면 편집과 영상미가 특히 돋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핀처는 범죄, 스릴러 영화 장르와 잘 어울린다. <세븐>, <더 게임>, <패닉 룸> 등의 영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범죄, 스릴러 장르라고 하기는 조금 비약이 있지만, <파이트 클럽>도 핀처의 속도감 있는 편집과 영상미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작이다. 2002년 <패닉 룸> 이후로 5년 만에 연출한 <조디악>은 빠른 속도감은 다소 줄었지만, 유려한 편집 기술은 여전했고 실화 사건을 2시간 반이라는 긴 서사로 훌륭하게 재편성하며 핀처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2010년에 개봉한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 창립 과정을 다루는 전기 영화로 ‘제시 아이젠버그’가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연기했다. 이 영화는 핀처가 그동안 연출해온 장르 영화들하고는 결이 다른 드라마이지만, 이 영화에서도 핀처의 특징들은 확실히 드러난다.
<소셜 네트워크>는 창업자인 마크가 여자 친구한테 차이고 다소 찌질한 동기로 하버드 여대생의 얼굴을 평가하는 ‘페이스 매쉬’를 만들 때부터 시작해 페이스북을 함께 만들게 되는 친구 ‘왈도 세브린(앤드류 가필드)’에게 고소를 당한 소송이 종결되는 시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출발점과 도착점은 정해져 있지만, 중간을 잇는 서사구조는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두 개의 소송 과정을 통해 페이스북 창업 과정을 전반적으로 회상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소송을 살펴보면, 하나는 ‘윙클보스 형제(아미 해머)’와 페이스북의 시초가 된 아이디어의 저작권을 놓고 벌어지는 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친구 왈도와 페이스북 지분을 놓고 벌어지는 소송이다. 두 가지 소송은 모두 페이스북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에 벌어졌다. 하지만 윙클보스와의 사건은 페이스북이 갓 탄생했을 때이고 왈도와의 사건은 페이스북이 미국 전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을 때이다. 이렇게 다른 과거 시점의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선 동시에 벌어지는 소송 2개에서 주인공들이 그때 당시를 회상하면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현재의 소송 과정과 회상된 과거 이야기가 중간중간 섞이며 영화는 전략적으로 핵심 장면들을 요약해서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단순하게 선형적으로만 흘러가면 지루해질 수 있는 전기영화의 덫도 영리하게 피해 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분석해볼 장면은 핀처의 특징 중 속도감 있고 유려한 편집이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 골랐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선형적인 이야기의 틀을 ‘소송’이라는 소재로 어떻게 벗어나고 있는지도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다. 바로 페이스북 역사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자 마크와 왈도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을 왈도가 소송에서 회상하는 씬이다. 이 씬은 영화의 러닝타임 상 1시간 4분 14초부터 1시간 11분 19초까지 7분 5초간 진행된다. 러닝타임에서 7분이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님에도 엄청 짧게 느껴지는 건 바로 핀처의 편집 능력 덕택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당히 긴 씬인 데다가 컷 전환도 많아서 씬 전체를 숏 단위로 쪼개진 않고 임의로 굵직굵직하게 끊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소송. 봄방학에 뉴욕으로 갔을 때를 회상(지속시간 34s)
사진 1, 2 (순서대로)
왈도 측 변호사가 봄방학에 뉴욕에 갔었냐고 물어보면서 소송 장면이 시작된다. 이 바로 전 장면은 윙클보스 형제가 소송을 걸기 전에 하버드의 총장을 찾아가 마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을 처벌해달라고 부탁하는 부분이었다. 당연히 이 부탁은 먹히지 않았고 분노한 윙클보스 형제가 문을 세게 닫는 과정에서 문고리가 빠지고 이 모습을 총장의 비서가 멍하니 찾아본다. 바로 이 부분에서 왈도 변호사의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 윙클보스가 총장을 찾아간 장면과 소송에서 뉴욕으로 갔을 때를 회상하는 장면은 시기도 크게 차이 나고 맥락도 다르다. 이 다른 두 장면을 이어 붙이기 위해 핀처가 사용한 것이 보이스를 이용한 후킹(hooking)이다. 왈도 변호사의 목소리를 먼저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씬 전환을 시도한다. 이러한 후킹은 많은 영화뿐 아니라 상업 드라마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연결 방식인데 핀처 역시 이 방식을 잘 사용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나란히 앉은 왈도와 왈도 측 변호사들(사진 1)과 마크와 마크 측 변호사들(사진 2)을 일렬로 비추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왈도는 지금 자신의 변호사 질문에 대답하고 있으므로 건너편 마크 쪽에서 몸을 돌려 변호사를 쳐다보고 있다. 왈도와 변호사가 대화하는 것을 이렇게 주변 인물들을 프레임 절반 가까이 걸고 찍어서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변호사의 리액션 숏에서도 왈도의 뒷모습이 크게 잡힌다. 이는 소송 장면의 시작이므로 각자의 진영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둘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듣고 있는 마크는 측면으로 잡힌 채 왈도의 말에 그때그때 반응한다.
사진 3, 4
가만히 듣고만 있던 마크는 자신이 뉴욕에서 광고주와 미팅을 할 때 졸았다는 왈도의 진술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다. 그러자 카메라는 왈도를 걸고 마크를 보여주는 구도로 처음으로 변화한다(사진 3). 마크의 목소리는 왈도를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왈도가 대답을 할 때 그는 여전히 자신의 변호사를 보고 대화하고 있지만, 마크를 프레임에 걸고 왈도의 측면을 보여주는 구도가 되었다(사진 4). 이는 그가 변호사가 아닌 마크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다시 답변했기 때문이다.
#2. 회상. 첫 번째 미팅(31s)
사진 5, 6
회상으로 나온 첫 미팅 장면은 크게 세 숏으로 구성되어있다. 마크와 왈도의 뒷모습을 걸고 찍은 쓰리숏(사진 5), 회사 담당자의 단독 숏 그리고 마크와 왈도의 정면 투숏(사진 6)이다. 이 장면은 첫 미팅이 심각하게 망했으며 그 이유엔 마크가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후 숀 파커와 만날 장면과 대비를 위해 기능적으로 삽입된 씬이다. 광고를 따기 위해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왈도와 달리 삐딱한 자세로 입천장을 긁는 소리를 내며 미팅을 망치는 마크의 모습이 대조된다. 쓰리숏에서도 담당자는 왈도의 말을 들으면서도 신경 쓰이는 마크를 힐끔 쳐다보는 시선의 이동을 보여준다.
#3. 소송. 그날 있었던 또 하나의 미팅을 언급하는 왈도의 변호사(11s)
숀 파커와의 미팅으로 넘어가기 위해 회상에서 빠져나와 다시 소송 장면으로 넘어왔다. #1과 비슷하게 왈도, 왈도의 변호사, 마크를 잡아주는 숏들이 비교적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이어진다.
#4. 회상. 숀 파커를 기다리는 3인방(30s)
사진 7, 8
두 번째 미팅의 회상 장면이다. 마크와 왈도 외에 왈도의 여자 친구인 ‘크리스티’가 가운데 앉아있다. 첫 번째 미팅과는 확연한 분위기 차이가 느껴진다. 첫 미팅 때는 비딱하게 앉아 입천장을 긁는 소리만 내던 마크가 정자세로 숀 파커를 기다리고 열정적이던 왈도는 오히려 심드렁하고 삐딱하게 숀 파커를 기다리고 있다. 마크는 숀 파커가 19살에 ‘냅스터’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천재라는 사실에 기대감을 크게 갖고 있지만, 왈도에겐 그저 시간 약속도 안 지키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조용한 환경의 사무실에서 정식으로 진행한 미팅과 달리 두 번째는 시끄러운 분위기의 술집에서 진행되는 것도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두 번째 미팅은 좀 더 격식 없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또한, 사진 7을 보면 크리스티가 왈도의 여자 친구임에도 마크 쪽에 더 가까이 붙어 앉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8에서도 중앙에 앉은 크리스티가 다소 멀찍이 떨어져서 말을 걸고 있다. 이는 이번 미팅을 주선한 것이 크리스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미팅에 좋은 기대감을 가진 마크와 크리스티가 마치 한 팀처럼 엮여 있고 시큰둥한 왈도는 좀 떨어져 앉아있다. 그래서 왈도와 크리스티는 연인 사이임에도 사진 7, 8과 같이 분리된 모습이다.
사진 9, 10
다음에 보이는 사진 9, 10은 두 팀의 대립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구도의 숏들이다. 왈도와 크리스티가 대립한 구도로 대화를 나누고 있고 크리스티 뒤에는 이 둘에게 관심은 없지만, 크리스티와 같은 태도를 지닌 한 팀으로 볼 수 있는 마크가 숀 파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입구를 쳐다보는 측면 모습이 프레임에 크게 걸린다.
#5. 소송. 숀 파커에게 시큰둥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왈도(15s)
다시 현재 시점인 소송 장면으로 돌아왔다. #1과 #3에서 나왔던 동일한 숏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새로운 구도의 숏은 없다. 재밌는 부분은 바로 전 숏에서 크리스티가 불만에 찬 왈도에게 ‘(숀 파커를) 질투하나 봐?’라고 묻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현재 시점의 왈도가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본인은 질투한 게 아니라 긴장한 거였으며 인터넷을 통해 미리 숀 파커에 대한 정보를 알아봤는데 그가 예측 불가한 사람이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이야기한다. 그다음 숏에서 크리스티와 계속 대화하는 모습을 봐선 왈도는 과거 두 번째 미팅에서도 자신의 이런 속마음을 언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과거 시점에서 계속 왈도와 크리스티의 대화를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영화가 의도적으로 중간에 현재 시점인 #5를 끼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이 바로 흐름상 자연스러운 편집으로 이미지가 이어지면서 선형적인 이야기 구조의 틀에서도 탈피하며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서사를 계속 흥미롭게 풀어가는 핀처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6. 회상. 숀의 등장(45s)
다시 #4의 사진 9, 10과 같은 구도로 돌아와 왈도가 숀 파커가 불만인 이유를 나열하면 반대편에서 마크와 크리스티가 반박하는 숏이 10초 정도 지속한다. 그리고 이 반복되는 흐름을 끊어줄 숀 파커가 씬에서 첫 등장을 한다.
사진 11, 12
숀 파커는 등장부터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자신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감독의 연출 또한 숀 파커의 등장이 임팩트 있을 수 있게 힘을 실어준다. 숀 파커가 등장부터 마크 일행 테이블까지 걸어오는 데는 한 번의 컷 전환을 포함해 10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 시간 동안 벌써 숀 파커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사진 11을 보면 걸어갈 때마다 지인을 마주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 12를 보면 가게 종업원 하고도 돈독한 친분을 과시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숀 파커가 친화력이 좋고 사교성이 뛰어나다는 사실뿐 아니라 종업원까지 격의 없을 정도로 편한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마크 일행을 불렀다는 걸 알 수 있다. 미팅 장소에서 전략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곳을 선점함으로써 일단 기세를 먹고 들어가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짧은 장면을 통해 그의 성격과 치밀하고 똑똑한 능력까지 확인할 수 있는 숏이었다.
사진 13, 14
이후의 구도는 사진 13, 14와 같이 1:3의 구도이다. 하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주문을 하고 대화를 주도하는 건 사진 13에 단독 숏으로 잡힌 숀 파커다. 숀 파커의 배경을 보면 공간이 널리 트였고 다른 테이블에 앉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한 프레임에 잡힌다. 반면 사진 14처럼 마크 일행은 셋이 한 프레임에 꽉 차 있지만, 배경은 벽으로 꽉 막혀 있고 다른 여유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공간 배치는 연출적으로 숀 파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다. 1:3의 구도에서 3이 당연히 강할 것처럼 보이지만, 배경 공간의 차이를 통해 오히려 답답해 보이고 1의 위치인 숀 파커가 여유로우면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숀 파커의 등장과 함께 이 씬에서 처음으로 음악이 깔린다. 언제 증폭될지 모르는 아직은 잔잔한 전주에 불과하지만, 음악이 깔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분위기가 곧 확 바뀌게 될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7. 소송. 왈도로 잠시 환기(2s)
잠시 왈도의 단독 숏으로 넘어가고 왈도가 그때부터 ‘숀의 수다 마라톤’이 시작됐다는 대사를 던진다. 숀의 등장으로 생긴 미묘한 균열이 큰 갈라짐으로 증폭되기 전에 잠시 환기하는 숏으로 볼 수 있다.
#8. 회상. 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잡는 숀(8s)
8초 동안 무려 7컷이 나오는 6번의 컷 전환이 벌어진다. 대사는 없고 술을 마시며 왈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임을 보여주는 숏이다. 대사를 비롯한 디제시스 속 음향들이 모두 음소거되고 #6부터 잔잔하게 깔리던 음악이 본격적으로 크게 깔린다. 둥둥 울리는 드럼과 베이스, 기계음들이 기반이 되어 신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형성된다.
#9. 소송. 질문을 던지는 마크의 변호사 (7s)
사진 15, 16
음악의 소리가 살짝 줄은 상태에서 현재 시점으로 넘어가고 사진 15처럼 마크의 변호사가 그래서 그 자리에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물어본다. 잠시 시점을 변경함으로 분위기를 환기함과 동시에 이 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이 미팅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냐는 것이다. 사진 16처럼 왈도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음악이 증폭되며 회상 장면으로 넘어간다.
#10. 회상. 소송. 숀 파커와의 미팅(242s)
사진 17, 18
회상으로 넘어간 후 8초가량 #8처럼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숏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난 후에 음악은 다시 #6의 잔잔한 전주처럼 깔리고 숀 파커와의 미팅에서 어떤 대화들이 오고 갔는지 재현된다. 이때 4분 2초간 총 15번의 시점 전환이 일어난다. 그리고 시점 안에서 초 단위로 컷 전환이 일어난다. 주로 인물을 잡아주고 있는 숏들로 앞서 보여준 캡처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과거 시점에서는 주로 숀 파커가 단독 숏으로 대화하고 주변 인물들이 몇 마디 던지거나 리액션하는 숏들이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는 왈도가 단독 숏으로 대화하고 마찬가지로 주변 인물들이 몇 마디 던지거나 리액션하는 숏들이 나온다. 이런 방식은 총 15번의 시점 전환 중 8번째까지 이어진다. 과거의 숀 파커가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무용담을 들려주듯 이야기를 하면(사진 17) 현재의 왈도가 이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ex. 그는 편집증 환자에 망상도 있는 것 같다 등)(사진 18).
그리고 9번째 시점이 전환되며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오른다. 여기서는 기존 리액션만 하던 마크가 더 대화에 참여하는 등 미묘한 변화가 있지만, 그 전처럼 과거 시점의 주요 인물은 숀 파커, 현재 시점의 주요 인물은 왈도임에는 변화가 없다.
사진 19, 20
그리고 숀 파커가 처음 등장할 때 이후 처음으로 내내 앉아서 대화만 하던 인물 숏에서 벗어난 구도의 숏들이 등장하며 전체적인 씬이 마무리된다. 계산하는 숀 파커(사진 19)와 퇴장하며 ‘더 페이스북’ 대신 ‘페이스북’으로 이름 바꾸라고 조언하는 숀 파커(사진 20)의 모습이다. 각각 보면 위에서 아래에 있는 인물을 누르는 듯한 구도로 배치가 되어있다. 사진 20에서는 숀 파커는 중앙에 서 있는 반면 왈도는 앉아서 머리만 달랑 프레임 구석에 나온다. 결국, 등장할 때부터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던 숀 파커는 퇴장할 때까지도 그 힘의 우위를 유지한 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데에 성공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장면은 마크와 왈도가 뉴욕으로 건너가고 미팅을 진행하다가 숀 파커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물들의 대화 내용 자체는 7분이나 할애할 정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서사 구조상으로 봤을 땐 숀 파커라는 인물이 본격적으로 주인공 일행과 만나게 되는 장면이기에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형적인 서사 구조에서 인물들이 나오는 대화들만을 조명했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핀처는 이를 속도감이 느껴지는 빠른 편집 그리고 컷 전환뿐 아니라 시점까지 여러 번 전환하는데 관객이 혼란스럽기보다는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만드는 자연스럽고 유려한 편집으로 극복했다. 그러면서 이 장면을 선형성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구성한다. 더불어 중요 인물 중 하나인 숀 파커를 주도적이고 힘 있는 인물로 그려내는 데까지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