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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May 13.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22-브라티슬라바

2023.3.18 브라티슬라바 당일치기

오늘 아침은 말로만 듣던 민박집 사장님께서 만들고 계신다는 부부순대를 맛볼 수 있었다. 공장에서 바로 가져온 건데 원래 한 가지만 만들다가 새로운 버전을 테스트 중이라고 시식을 부탁하셨다. 부탁이지만 사실 오랜만에 순대라 먹는 우리가 좋았다. 원래 팔던 순대는 한국에서 먹는 맛 못지않았고, 새로 테스트 중인 매운 순대는 맛있긴 하지만 순대보다는 소시지에 가까웠다. 현지 공장에 순대 제조를 요청했지만 자꾸 소시지를 만들려고 해서 수정을 계속했지만 이번 버전은 신나서 만들었다고 한다.


비엔나가 마지막 경유지라고는 해서 왔지만 바로 옆동네 브라티슬라바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플릭스버스를 예약하고,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출발시간이 다 되도록 플릭스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안 온다 싶어 다른 회사 버스를 자세히 보니 종이에 플릭스버스라고 써붙여놨다. 정신줄 놓고 있다가 놓칠 뻔했다. 어젯밤에 민박집 사람들과 늦게까지 놀아 버스서는 꿀잠 잤다.

Dóm sv. Martina

프리워킹투어 신청하고 구시가 가는 길에 성마르틴대성당이 보여서 먼저 들어가 봤다. 크거나 아주 화려하진 않은데 스테인드글라스가 이쁘다.

신청한 워킹투어는 시티투어와 캐슬투어로 나뉘는데 브라티슬라바성은 봐야 했기에 캐슬투어 쪽으로 갔다. 유적지가 많지 않아 캐슬투어지만 시티투어가 반 이상이라 이쪽이 더 좋아 보였다. 프리워킹투어는 기본이 무료라서 한국인 투어와 다르게 수신기가 없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잘 안 들리기도 하는데 이번 가이드님은 목소리도 크고 발음도 좋아서 반 이상 알아들은 것 같다. 중간중간 치는 개그도 알아들었다.

Bratislavský hrad

구시가에는 사람이 없어 역시 비수기구나 이러고 있었는데 브라티슬라바성에 올라가니 그 사람들 여기 다 모여있네. 브라티슬라바가 국경에서 멀지 않고, 성이 높은 곳에 있어 여기 오르면 오스트라이와 헝가리 모두를 볼 수 있다. 브라티슬라바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중세 때는 침략을 당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세계대전은 여기도 피할 수 없었나 보다. 부서진 흔적이 여기저기 있고, 지도가 바뀔 정도로 크게 파괴된 지역도 있다.


No kangaroos in Austria

오스트리아 공항에서부터 보이고, 기념품 가게에서도 많이 보이는 문구가 No kangaroos in Austria이다. 사람들이 오스트리아/오스트레일리아 헷갈리는 것처럼 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도 많이 헷갈린다고 한다. 외국인에게는 싸우쓰코리아/노쓰코리아도 많이 헷갈릴까 생각이 들었다.

투어를 듣다 보니 가이드북에 고증이 안 된 부분들이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추밀동상을 세웠다지만 사실은 관광객이 줄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운 거다. 근데 이게 의미가 뭔지 안 알려줘서 여론에서 도대체 이 동상의 의미가 뭔가라며 추리를 하며 유명해졌다고 한다. 비엔나와 브라티슬라바가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라고는 하지만 사실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는 콩고 공화국과 콩고 민주 공화국이다. 현지 투어를 듣다 보면 알아듣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렇게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도 해서 좋다.

Čiary

투어 끝나고 가이드님이 카페나 식당을 추천해 주시고는 슬로바키아의 콜라 코폴라를 추천해 주시고, 맥주도 너무 맛있어서 꼭 마셔보라고 하신다. 너무 맛있는데 왜 다른 나라에서 슬로바키아 맥주를 볼 수 없냐는 물음에는 너무 맛있어서 자국에서 소비를 다 한다고 한다. 카페는 추천해 준 곳을 갔는데 한 곳은 노천카페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고, 골목 안쪽 그다음 카페를 가보니 야외 테이블에 앉고 싶지만 쓰레기 냄새가 너무 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추천해 준 이유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카푸치노가 너무 맛있었다. 이제까지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다.

Farský kostol sv. Alžbety (Modrý kostolík)

파란성당은 원래 이름은 성엘리사벳성당인데 다른 성당과 다르게 외벽이 파란색이라 이게 더 유명해져서 파란성당으로 불리게 됐다. 이게 날씨가 좋을 때는 더욱 이쁜데 운 좋게도 오늘은 날씨가 좋다. 안에도 보고 싶은데 닫혀있어서 아쉬운 데로 문틈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그리살코비흐궁은 대통령궁인데 이제까지 화려한 곳을 많이 보다 보니 그냥 그렇네.

Slevin in Slavín

유명한 곳도 아니고 별 생각도 없는 장소이지만 내 닉네임이랑 비슷해서 찾아간 슬라빈은 오르막이라 조금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높은 곳에 있어 탁 트인 뷰를 볼 수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현충원 같은 곳이라 장난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도시가 작다고 생각했는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역시 수도는 수도이다. 현대식 건물이 많다. 보다 보니 코시체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껴서 작은 도시는 다 비슷한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코시체랑 같은 나라였다. 사실 수도라서 작은 도시도 아니다.

Koliba Kamzík Michalská

내려와서 좀 이른 저녁 먹으러 와서 뭔진 모르지만 슬로바키아 돼지고기랑 슬로바키아 콜라 코폴라를 주문했다. 콜라는 약간 약맛 같은데 예전에 마셨던 815콜라 생각이 났다. 고기는 맛있는데 비쥬얼데로 좀 느끼했다. 특히 삼겹살은 아주 짰다.

Prater

다시 플릭스버스를 타고 가는데 노을이 이쁘다. 비엔나로 돌아왔더니 6시 반이다. 엄청 피곤하지만 마지막 밤이라 프라터에 꾸역꾸역 갔다. 와 그냥 야경이나 보러 가야지 하는 맘으로 갔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서 피곤한 것도 잊고 30분씩이나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기묘한 이야기 속 놀이공원 같이 레트로한 분위기가 나서 오페라 볼 때에 이어 다시 한번 시간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묘했다. 유럽 최초의 현대식 놀이공원이라 시시한 것들만 있을 것 같지만 유지보수를 잘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센 기구들도 많다.

아 이제 내일 간다. 집에 가는 게 좋기도 하지만 마지막이라 많이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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