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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Oct 20. 2024

무계획 르미디 4 - 앙티브

2024.09.24 앙티브의 미술과 역사 속으로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됐는지 새벽에 한두 시간 정도는 깬다. 그래도 일찍 자고 천천히 일어나서 수면시간은 충분한 편이다. 패들보드를 타러 갈까 하다 제주서도 안 타는걸 여기서 비싸게 탈 이유는 없는 거 같아서 출발하기 전 일정 변경 때문에 못 간 앙티브에 가기로 했다.

버스 타고 니스 끝자락에서 앙티브 가는 버스 기다리는데 내가 탈 버스 빼고 다 온다. 기차시간이 다 와가서 그냥 기차 타기로 하고 근처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표 구매하고 여유 있게 기다리는데 엇? 기차가 반대쪽으로 온다. 지하통로로 후다닥 뛰어갔는데 진짜 1초 차이로 못 탄 듯 ㅜ 티켓 변경되냐 물어보니 완행에 비지정석이라 그런가 아무 때나 타도 된다고 함. 일정이 쫓기는 건 아니라 다행이다.


예술로 만나는 앙티브

일단 시장 구경부터 했다. 특별할 거 없고, 살 것도 없지만 여행지에 시장이 있으면 꼭 가보는 편이다. 시장은 뭔가 그냥 구경만 해도 재밌다. 현지인의 삶이 보이기도 하고 채소나 과일을 깔아 둔 걸 보면 진짜 예뻐 보인다. 브런치가 괜찮다는 식당을 찾아갔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식당 찾으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어? 대성당! 어? 피카소! 내가 갈 곳 들이 다 보인다. 동네가 작다. 조식한판이 있다는 빵집 갔는데 키친은 닫았다고 해서 빵 두 개랑 콜드브루 주문했다. 이 동네는 메이저 도시와 다르게 완전 관광 도시라 그런가 아이스커피가 많다.


여유를 즐기다가 지도를 보는데 피카소 박물관이 1시부터 브레이크타임이라 시간이 여유롭지많은 않았다. 커피 들이켜고 갔는데 줄이 꽤 길다. 줄은 20분 정도 서고 입장한 것 같다. 아 예술 어렵다. 진짜 애들이 그린 것 같은 그림도 있더라. 후안미로전도 같이 했는데 미로가 변형이라면 피카소는 치환 같았다. 이건 저걸로, 저건 그걸로 나름 패턴이 있는 것처럼 일관성이 보이기도 했다. 앙티브 살 때의 그림 위주라 해산물이나 어선 주제가 많다. 한쪽 섹션은 제주에서의 이중섭의 작품과 유사한데 이중섭이 현실적인 주제라면 피카소는 환상적인 것이다. 둘 다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는 일치한다.

한 시간 정도 보고 투어장소로 가는데 젤라토가 당겨 마카롱 얹어서 하나 사 먹었다. 엄청 맛있네 쁘티 사이즈인데도 크기가 작지 않았고, 3가지 맛을 선택해 꽃 모양 만들어 줬다.


역사와 예술의 교차로

오늘 투어는 광장에서 빨간 티셔츠를 찾으라고 한다. 광장에서 투어를 기다리는데 빨간 티셔츠 들고 있는 분이 나타났다. 티셔츠 입으며 다가가야지 했는데 입으니 여기저기서 우르르 모여들었다. 다들 같은 맘이었나 보다. 오늘 가이드도 캐나다 출신이라는데 엄청 잘 들린다. 70프로 정도 들은 듯. 확실히 여자 목소리가 귀에 잘 꽂힌다.

앙티브 양옆에 엄청 유명한 도시가 있음에도 앙티브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고대역사와 문화적 유산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해변이 있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미술과 예술의 도시이다. 앙티브가 프랑스 끝 도시가 아닌데 프랑스관문 역할을 하는 건물이 있다. 니스가 프랑스에 편입되기 전에는 앙티브가 국경이었어서 프랑스 관문이 여기 있다고 한다. 처음으로 들어가 본 곳은 성 베르나르디노 성당인데 작은 규모에 비해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외벽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 조각이 있는데 전염병이 돌 때 성당에 있는 밀실에서 병자들을 도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얼굴이 알려지면 병이 옮길까 봐 이렇게 마스크로 신분을 숨겼다고 한다. 이 성당도 전쟁 때 파손은 됐지만 밀실과 문은 처음 상태 그대로라고 한다.

고흐랑 피카소가 즐겨마신 80도짜리 술 압생트도 시음했다. 시음용으로는 물과 희석하고 설탕큐브를 넣어 마시는데 전용 조제기구가 있다. 이런 독한 술을 먹고 그림을 그려서 피카소 그림이 그렇다고 하고, 이 술을 마시고 그의 작품을 보면 이해가능한다. 문 두드리는 손잡이가 손모양인데 여기 팔찌나 반지 모양 새겨서 대충 이거 보고 부 정도를 알 수 있다 함. 입구도 각자 개성대로 꾸몄는데 어떤 집은 정말 비밀의 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녀상 손을 만지면 다음 해에 좋은 일이 온다는데 가이드는 2년째 살고 있지만 안 생긴다고 한다. 참가자가 충분히 안 만진 거 아니냐며 물어봤지만 매일 만져도 안 생긴다고~ 다시 너무 많이 만져서 그런 거 아니냐는 질문에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한다. 손에 원래 하트모양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소원 빌며 만지느라 닳아서 이제는 박물관 안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빅토르 위고의 흉상이 있는 시인들의 정원을 마지막으로 투어는 끝나고, 가이드와 앙티브의 길거리를 그린 엽서를 기념으로 나눠줬는데 장소가 이뻐 사진을 찍고 싶어 가이드에게 주소를 물어봐서 찾아갔다. 뭘 들고 헤매니 할머니가 말을 거신다. 뭘 찾는지 물어보는데 당연히 영어 못 하실 줄 알았는데 잘하신다. 앞으로 가서 왼쪽을 돌아들어 가면 나올 거랜다. 사진을 찍고 나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으니 거주지역이라 그런 건지 이 동네 관광객이 길을 많이 잃어 그런 건지 동네 어르신들이 막 길을 알려주신다.

니스로 돌아가 저녁은 세 번째 가는 마뇽 식당에서 고기를 썰기로 했다. 푸지게 먹기로 해서 에스까르고도 시켜 봤다. 에스까르고 맛있네. 한 알에 2천 원 넘으니 맛있어야지. 저번에도 그렇고 스테이크는 별로다. 지방이 적어 그런 건지 못 굽는 건지 뻑뻑하다. 에스까르고 먹고 남은 오일 찍어 먹으니 좀 먹을만하네.

먹고 아직 해가 안 져서 바다멍을 좀 하는데 추워서 일어났다. 눈앞에서 또 숙소 가는 버스 놓쳐서 걸어가는데 길이 밀려서 첫 정류장까진 밀려서 내가 먼저 도착했다. 바로 버스 탐. 앙티브 갈까 말까 고민이 무색하게 좋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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