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남편과 제주도 갔을 때 큰 나무가 양 옆으로 쭈욱 뻗어 있고 그 사이의 넓은 둘레길을 걷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숲 속에 좁은 오솔길이 보였다.
남편한테 그 오솔길을 따라가 보자고 했다. 아늑해 보였고 날 것의 숲 속을 들어가는 조그마한 창구였다. 모두가 걷는 한라산 국립공원에서 만든 큰 산책로보다 더 개인적으로 이 자연을 접하는 짜릿한 모험처럼 보였다. 오솔길로 들어서서 몇 분을 걷다 보니 옆에 있던 큰 산책로는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오솔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 채 걷자니 불안감이 내 마음에 노크해왔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다시 큰 산책로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내 앞을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오솔길 중간중간에 옆 큰길로 돌아갔던 수많은 발자국들이 길 아닌 길을 만들었다.
오솔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그 틈새는 안전한 길로의 탈출구 같아 보였다. 불안과 계속 가보고 싶은 호기심, 그 두 마음이 짧은 몇 분 사이에도 수없이 내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겁이 많은 나는 마침내 내뱉었다.
“오빠. 여기 사람들이 만든 샛길로 다시 큰길로 나가자.”
“왜? 벌써? 오솔길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불안하잖아! 다른 곳으로 가는 거면 어떻게..?”
“갔다가 아닌 것 같으면 돌아오면 되지.”
약간의 머쓱함과 함께 “으응.” 대답하고 좁고 아름다운 오솔길을 계속 걸었다. 나무 하나하나가 내 몸에 더 다가왔고 큰길을 인위적인 아스팔트 혹은 모래 바닥을 걷는 대신 이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오솔길을 걸으니 나의 상상력들과 공상들이 자극되었다.
얼마 안 가자 오솔길 끝이 보였다.
끝에는 결국 다시 큰길과 합쳐졌다. 나의 두려움이 무색하게도. 스스로 조그마한 탄식과 헛웃음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좁은 오솔길을 걷고 싶다고는 누구나 생각하지만 끝까지 걸어내기는 쉽지 않다. 내 안의 불안을 달래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곁눈질로 남들이 수없이 돌아간 샛길 하나, 두 개가 내 앞에서 뒤로 멀어진다. 인생에서 대로보단 오솔길을 걷고 싶은 내게 필요한 건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