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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고 Jan 13. 2022

오솔길

용기

남편과 제주도 갔을   나무가  옆으로 쭈욱 뻗어 있고  사이의 넓은 둘레길을 걷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속에 좁은 오솔길이 보였다.

남편한테 그 오솔길을 따라가 보자고 했다. 아늑해 보였고 날 것의 숲 속을 들어가는 조그마한 창구였다. 모두가 걷는 한라산 국립공원에서 만든 큰 산책로보다 더 개인적으로 이 자연을 접하는 짜릿한 모험처럼 보였다. 오솔길로 들어서서 몇 분을 걷다 보니 옆에 있던 큰 산책로는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오솔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 채 걷자니 불안감이 내 마음에 노크해왔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다시 큰 산책로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내 앞을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오솔길 중간중간에 옆 큰길로 돌아갔던 수많은 발자국들이 길 아닌 길을 만들었다.


오솔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그 틈새는 안전한 길로의 탈출구 같아 보였다. 불안과 계속 가보고 싶은 호기심, 그 두 마음이 짧은 몇 분 사이에도 수없이 내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겁이 많은 나는 마침내 내뱉었다.


“오빠. 여기 사람들이 만든 샛길로 다시 큰길로 나가자.”


“왜? 벌써? 오솔길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불안하잖아! 다른 곳으로 가는 거면 어떻게..?”


“갔다가 아닌 것 같으면 돌아오면 되지.”


약간의 머쓱함과 함께 “으응.” 대답하고 좁고 아름다운 오솔길을 계속 걸었다. 나무 하나하나가  몸에  다가왔고 큰길을 인위적인 아스팔트 혹은  바닥을 걷는 대신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오솔길을 걸으니 나의 상상력들과 공상들이 자극되었다.


얼마 안 가자 오솔길 끝이 보였다.


끝에는 결국 다시 큰길과 합쳐졌다. 나의 두려움이 무색하게도. 스스로 조그마한 탄식과 헛웃음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좁은 오솔길을 걷고 싶다고는 누구나 생각하지만 끝까지 걸어내기는 쉽지 않다. 내 안의 불안을 달래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곁눈질로 남들이 수없이 돌아간 샛길 하나, 두 개가 내 앞에서 뒤로 멀어진다. 인생에서 대로보단 오솔길을 걷고 싶은 내게 필요한 건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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