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하원 시키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넓은 올림픽대로 달리려 집으로 향하는 오른쪽으로 한강이 있다. 한강에는 특유의 늦은 오후의 노란 햇빛이 윤슬이 되어 여기저기 빛나고 있었다. 조금은 눈부신, 조금은 노곤한 이 풍경에 취해 한참을 달리다 보니 운전석 앞의 빗방울 자국이 흐릿하게 남아 더러워진 있는 유리에 벌레 한 마리가 붙어있었다. 그 벌레는 쌩쌩 달리는 차 유리에 붙어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씩씩하게도 기어 다닌다. 왠지 눈에 거슬리는 이 벌레가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기어 다니는 것을 보며 거대한 와이퍼로 놀라게 해 바람과 함께 날아가 버렸으면 했다.
와이퍼를 작동하는 동시에 와이퍼 방향에 따라 이 날개 달린 벌레는 밀려났고 밀려난 길대로 그 벌레의 몸의 진물이 와이퍼 방향으로 길게 표시가 났고 이 작은 생명체는 치명상을 입었다. 창문 끝쪽 구석으로 밀려난 벌레는 허우적거리며 망가진 다리와 날개를 부들부들 떨었다. 파리채로 파리를 잡듯, 모기를 손바닥으로 때려잡듯 순간, 와이퍼로 이 작은 벌레를 잡고만 것이다. 그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운전에 방해를 끼칠 만큼 시야를 가린 것도, 흉측해서 심한 거부감이 든 것도 아니었다. ‘와이퍼’라는 위협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날아가 버릴 것 같았지만 그대로 위협 속으로 온몸이 던져졌다.
약한 존재는 나의 예상과 달리 작은 몸짓, 약간의 행동에 내가 상상을 하기 어려울 만큼 큰 공포와 상처를 입는다. 가벼운 위협이 연약한 존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라지만 회복 불가능한 마음의 흉터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내가 오뚝이처럼 벌떡 다시 일어나라고 아이를 살짝 밀지만 어른의 힘이 아이를 철퍼덕하고 바닥으로 넘어트려 쓰라린 기억을 안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 연인에게 하는 가시 돋친 말은 상대방 안에 있는 움크러든 어린아이의 끔찍한 불안과 공포를 일으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다 커버린 우리는 작은 존재였던 시절을 까먹는다. 작은 존재들에게 어른은 엄청난 힘을 가진 대체 불가능한 큰 영웅들이다. 어른의 몸짓 하나, 눈빛 하나, 그리고 목소리의 작은 떨림들도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힘을 가진 메시지가 되기도 하고 그들 마음속에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작은 존재로서 겪은 수많은 역경을 겪고 다리 하나, 날개 하나 부러진 조금은 안쓰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온전하게 태어난 우리는 그렇게 세월 속에서 치명상을 입는다. 그래서 모든 어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무 수고했다.
너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