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고 Mar 16. 2022

세상에 전원 버튼을 꺼버린 일주일

디지털, 미디어 다이어트

본의 아니게 일주일 동안 디지털 다이어트, 미디어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라디오 뉴스로 하루를 시작하던 나의 루틴을 버리고 텔레비전 또한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어 무의식적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나의 손가락도 네이버와 다음  버튼 앞에서 울타리라도   열어보지 않았다. 중고거래나 동네 정보를   있어 유익하기도  우리 아파트 카페도, 종종 시청하는 각종 유튜브 채널, 팟빵도 일주일간 파업했다.


그 누구보다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지만 집에 있으면서도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듣고 그 소리들로 내 집은 발 디딜 틈 없이 꽉꽉 채워져 나는 파묻혀있었다. 이 모든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파업하고 나니 내 삶이 고요하다. 이런 고요함이 어색할 뿐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텔레비전, 핸드폰, 태블릿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들에 담긴 감정과 정보 속에 내 감정 또한 전이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계절이 반복되었다. 세상에게 전원 버튼을 누르고 조용한 아침을 아주 오랜만에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어색함을 좀 적응하고 나니 어떻게 내 뇌와 귀에게 하루 종일 그 수많은 목소리와 정보를 듣고 소화하게 내버려두었는지 좀 미안해질 지경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끄고 나니 밤새 눈 내린 날의 고요한 아침처럼 모든 게 조용하다. 나와 내 주위 소리들이 들린다. 내가 슬리퍼를 끌며 걸어가는 소리, 팔근육을 써가며 돌리는 청소기의 작은 폭풍 소리, 내가 설거지를 하는 물과 그릇의 마찰음, 아파트 앞 자동차가 성한 경적을 울리는 소리.


그렇게 또 하루 이틀.


아침에 일어나 수많은 노이즈 대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한동안 음악을 멀리했던 게 명확하게 깨달을 정도로 음악은 익숙지 않은 심심함과 잔잔함을 선사해주었다. 그렇게 어지러운 내 마음을 정화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채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에 다이어리를 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