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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1-5. LLM 전쟁

GPT vs Claude vs Gemini vs Perplexity

by 유비관우자앙비

1️⃣ AI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다

2023년 이후의 인공지능 산업은 ‘GPT 독주’의 시대에서 ‘다중 AI 전쟁’의 시대로 넘어갔습니다. OpenAI의 ChatGPT가 문을 열었지만, 이제 세상은 하나의 언어모델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AI의 기술은 같지만, 철학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더 빠르게 세상을 혁신하자”고 말하고,

누군가는 “더 안전하게 인간을 보호하자”고 외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정보를 더 정확하게 찾아내자”고 나섭니다.

이 거대한 지적 경쟁이 바로 오늘의 LLM 전쟁(Large Language Model War) 입니다. 주인공은 네 이름입니다. GPT, Claude, Gemini, Perplexity.


2️⃣ GPT ― 가장 먼저 인간의 언어를 배운 존재

OpenAI의 GPT는 여전히 LLM의 상징입니다. 가장 큰 학습 데이터, 가장 넓은 API 생태계, 그리고 전 세계 2억 명이 사용하는 대중적 인터페이스. GPT는 기술이라기보다 하나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개발자에게는 API로, 기업에게는 Copilot으로, 개인에게는 ChatGPT로 스며들었죠. GPT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모든 사람의 손에 인공지능을 쥐어준다.”

그래서 GPT는 실험보다 속도와 대중성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AI 시장 전체가 Open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CASE 1. GPT의 산업적 확장
마이크로소프트의 Office Copilot, Notion의 AI 도우미, Stripe의 고객지원 자동화까지.. 이 모두가 GPT API 위에서 작동합니다. GPT는 기술을 넘어, AI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3️⃣ Claude ― 윤리적 사고를 탑재한 인공지능

GPT가 ‘확장’을 상징한다면, Anthropic의 Claude는 ‘안전’을 상징합니다. Anthropic은 OpenAI 출신 연구자들이 “AI의 속도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섰다”고 느껴 독립해 만든 회사입니다. 그 중심 철학은 ‘Constitutional AI’, 즉 헌법적 인공지능입니다.


Claude는 사람의 피드백이 아닌, 윤리 원칙과 헌법적 기준을 스스로 학습합니다. 이를 통해 AI가 “무엇이 옳은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설계된 것이죠.


CASE 2. Claude의 윤리적 필터링

누군가 “해킹 방법을 알려줘”라고 입력하면, Claude는 거절하되 단호하지 않고, “이 주제는 보안상 공유가 어렵지만, 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법은 알려드릴게요.” 라며 대체 경로를 제시합니다. Claude는 ‘공감형 AI’의 표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Claude의 언어는 GPT보다 부드럽고, 생성된 문장은 논리적이며, 정보 왜곡이 적습니다. Anthropic은 빠른 성장보다 안정적인 지능을 목표로 합니다. 그 점에서 Claude는 GPT와 대조적인, ‘사려 깊은 AI’라 부를 수 있습니다.


4️⃣ Gemini ― 데이터와 생태계의 거인

Google Gemini(전 Bard) 는 AI 전쟁의 다른 축입니다. 검색의 제왕 구글이 만든 LLM으로, 가장 큰 무기는 ‘데이터’ 그 자체입니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정보 인덱스를 보유하고 있고, Gemini는 그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GPT가 “2023년 이후의 세상을 모른다”는 한계를 가진다면,

Gemini는 항상 현재 시점의 인터넷을 읽을 수 있습니다.


CASE 3. Gemini의 강점
사용자가 “오늘 뉴욕 증시 어때?”라고 물으면 Gemini는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래프와 수치를 바로 생성합니다. GPT가 문장 기반 사고라면, Gemini는 정보 기반 사고를 합니다.


구글은 이를 통해 ‘검색에서 대화로’ 인터넷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Gemini는 검색, 유튜브, 지도, Gmail, Docs까지 구글 전 생태계와 통합되어 있습니다. AI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일상으로 흡수되는 방식이죠.


5️⃣ Perplexity ― 검색을 대체하는 새로운 뇌

GPT와 Claude, Gemini가 거대한 모델 경쟁이라면, Perplexity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Perplexity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탐색하라.”

즉, 생성보다 탐색 중심(AI-powered search) 입니다. Perplexity는 답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대신 근거 있는 답을 찾아서 보여줍니다. 모든 결과에는 출처가 링크로 표시됩니다.


CASE 4. Perplexity의 사용 예시
“ChatGPT와 Claude의 차이점은?”이라고 검색하면, Perplexity는 여러 연구 자료와 기사 링크를 모아 짧게 요약하고 바로 인용합니다. 그래서 “신뢰 가능한 AI 검색”이라는 별칭이 붙었죠.


광고가 없고, 실시간 업데이트가 빠르며, GPT보다 훨씬 ‘탐사 저널리스트’에 가까운 스타일을 갖습니다. Perplexity는 AI 시대의 새로운 구글을 노리고 있습니다.


6️⃣ 철학의 대조 ― 속도, 안전, 신뢰, 그리고 실용

이제 AI 모델 간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같은 언어모델이라 해도, 각 기업이 지향하는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


OpenAI의 GPT는 혁신의 상징입니다. 세상을 가장 빠르게 바꾸고, 더 많은 사람의 손에 인공지능을 쥐어주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속도와 대중성, 그리고 “지금 실험해보자”는 태도입니다. GPT는 천재적인 발명가처럼 세상을 밀어붙이며, 인공지능을 인간의 일상으로 끌어내렸습니다.


반면 Claude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Anthropic은 “AI가 인간보다 빠르면 위험하다”는 신념 아래, 속도보다 윤리와 안전성을 우선시했습니다. Claude는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 판단하려 합니다. GPT가 개척자라면, Claude는 철학자에 가깝습니다. 조심스럽지만 깊이 있고, 인간다운 사려를 보여줍니다.


Google Gemini는 또 다른 지능입니다. 그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정보”로 정의했습니다. Gemini는 검색, 지도, 유튜브, 메일 등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 생태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Gemini는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대신,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가장 정확히 찾아내고 재구성합니다. 그는 언제나 신뢰할 만한 도서관 사서처럼, 정확하고 차분하게 정보를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Perplexity는 “AI가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모델은 창작보다 탐색과 근거에 집중합니다. AI가 만들어낸 말보다, 그 말의 출처를 보여주는 데 가치를 둡니다. 그래서 Perplexity에서 나오는 모든 답변에는 출처가 함께 표시됩니다. 이 AI는 마치 탐사 저널리스트처럼, 말보다 근거로 세상을 설명합니다.


이 네 가지 인공지능은 같은 언어모델이지만,
그들의 시선은 서로 다릅니다.

GPT는 “더 빨리, 더 멀리”를,

Claude는 “더 안전하고, 더 인간적으로”를,

Gemini는 “더 정확하고, 더 연결된 정보”를,

Perplexity는 “더 근거 있는 진실”을 향합니다.

AI의 경쟁은 결국 속도나 성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인간을 닮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대화에 가깝습니다.이제 우리는 AI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묻기보다, AI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는가를 물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7️⃣ 한국 시장과의 연결 ― AI에 연결된다는 것의 의미

AI 전쟁의 파장은 기술 영역을 넘어 자본시장과 산업 구조로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그 변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25년 10월, OpenAI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 협력을 발표하자 양사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AI 관련주”라는 단어가 뉴스 헤드라인과 투자 커뮤니티를 뒤덮었죠.


흥미로운 점은, 이 급등이 단순히 ‘실적 기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보다는 “AI와 연결되었다는 상징성”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기업의 제품보다 그 기업이 “AI 서사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봅니다. AI와 협력하는 순간, 그 회사는 더 이상 단순한 제조업체나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미래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인식됩니다.


이건 투자뿐 아니라 문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사회 전반의 상징이 되는 현상에 익숙합니다. AI 역시 그 맥락 위에 있습니다. 카페에서 프리랜서들이 ChatGPT로 제안서를 쓰고,

중소기업 대표가 영업 전략을 GPT로 요약하며, 학생들이 Claude로 에세이를 다듬는 장면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습니다. AI는 한국에서 ‘기술’이 아니라 ‘언어’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AI로 말하고, AI로 일하며, AI로 생각합니다. 그 속도와 흡수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빠릅니다.


8️⃣ 미래 ― 하나의 지능이 아닌 다중지능의 시대

AI의 미래는 단일한 천재의 독주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철학과 목적을 가진 다중지능의 공존 시대입니다.

GPT는 여전히 혁신의 중심에 서 있겠지만, Claude는 인간적인 균형을, Gemini는 정보의 신뢰를, Perplexity는 근거의 투명성을 대표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확장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곧 하나의 거대한 ‘AI 두뇌’를 쓰는 세상이 아니라, 여러 지능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문명 속에 살게 될 것입니다. 하나는 빠르게 움직이고, 다른 하나는 신중히 판단하며, 또 다른 하나는 진실을 검증합니다. 이 다중지능의 생태계 속에서 인간의 역할은 더 중요해집니다. AI가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대신,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AI는 이미 인간의 언어를 배웠고, 이제 인간은 AI의 사고 방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AI가 인간을 닮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여러 AI와 함께 성장하는 시대”일 것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분별력과 상상력입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는 인간이 AI를 통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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