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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1-6. 산업의 재편. AI가 바꾸는 비즈니스의 구조

FOMO가 난립하기 시작한 AI 주도형 성장

by 유비관우자앙비

1️⃣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심리에서 시작된다

요즘 모든 산업에서 같은 문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이건 더 이상 예측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 전제가 되었습니다. AI는 혁신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것은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감정’,
FOMO(Fear of Missing Out)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이 감정을 잘 압니다. 코인 열풍, 부동산 상승기, 그리고 스타트업 붐. 돈이 복사가 된다는 이야기가 범람하는데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는’ 불안이 세상을 움직여왔습니다.

이제 그 심리가 AI의 시대로 옮겨왔습니다. 이번엔 돈이 아니라 기회의 언어입니다. 누군가는 GPT로 매출을 세 배 늘리고, 누군가는 Claude로 문서를 쓰며 시간을 절반으로 줄입니다.

“이번에도 늦으면 안 된다.”

그 조급함이 행동이 되고, 그 행동이 산업의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AI 주도형 성장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심리, 즉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입니다.


2️⃣ AI는 기술보다 빠르게 퍼지는 ‘서사’이다
AI는 데이터보다 이야기로 전염되는 기술입니다. Chat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논문을 읽지 않았습니다. 대신 SNS에 “이거 써봤는데 인생 바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 한 문장이 수백만 번 공유되며
AI는 순식간에 새로운 신화가 되었습니다.

기업들도 같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AI 기능 추가’라는 보도자료 한 줄,‘AI 협업’이라는 헤드라인 하나로
주가가 움직입니다.

AI는 성능보다 서사로 작동합니다. 누가 가장 잘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AI의 이야기를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하는가가 중요해졌습니다.


3️⃣ 산업별로 번지는 FOMO의 패턴

이제 모든 곳에 AI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AI 마케팅, AI 카메라, AI 헬스케어, AI 커피머신, AI 농업까지. 진짜로 잘 붙는지는 알 수 없지만, AI가 붙지 않은 것들은 낡아 보입니다. 그게 지금 세상의 분위기입니다.

아래는 산업별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변화입니다.

웹 서비스 ― 코드 없는 제작의 대중화
AI 웹빌더 시대가 열렸습니다. Lovable, Durable, Mixo 같은 서비스는 한 문장만 입력해도 로고, 텍스트, 디자인이 자동 생성됩니다.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브랜드를 만들고, 기획자가 아니어도 홈페이지를 완성합니다. AI는 이제 웹사이트를 만드는 ‘툴’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하는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과거엔 홈페이지 제작이 창업의 마지막 단계였다면,
이제는 AI 홈페이지가 창업의 첫 단추입니다.

마케팅 & CRM, 고객 행동의 예측 산업으로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고객이 무엇을 하려 하는가를 예측합니다. HubSpot, Klaviyo, Salesforce 같은 도구들은 AI를 활용해 구매 확률, 이탈 가능성, 재구매 타이밍을 자동 계산합니다.

AI는 마케터의 보조가 아니라, 전략 설계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예전엔 사람이 세그먼트를 나눴다면,
이제는 AI가 사람보다 더 정교하게 고객을 분류합니다.

반도체 & 제조 ― AI가 칩을 설계하고 공정을 조율한다
AI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로 들어왔습니다.
삼성전자, TSMC, 엔비디아 등은 AI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칩 설계와 공정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ChipNeMo, 삼성의 Gauss는 수개월 걸리던 회로 설계를 며칠로 단축시켰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AI를 위한 칩’에서 ‘AI가 설계한 칩’으로 이동 중입니다.

헬스케어 ― ‘AI 진단’은 신뢰의 언어가 되었다
루닛, 뷰노, 카카오헬스케어 같은 기업들은 AI가 영상 데이터를 판독해 질병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건 기술의 정밀함이 아닙니다. “AI가 함께 본다”는 심리적 신뢰입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놓쳤을 디테일을 AI를 통해 잡을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합니다.

AI는 의료의 본질을 바꾸기 전에 이미 신뢰의 구조를 바꾸었습니다. 이제 “AI 진단이 들어간 병원”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안심의 신호입니다.

교육 ― 교사는 정답이 아닌 질문을 가르친다
AI 교실에서는 교사가 더 이상 ‘정답의 공급자’가 아닙니다. 학생들은 GPT로 문제를 풀고, Claude로 피드백을 받고, Gemini로 논문을 요약합니다. 교사가 오히려 학생들이 AI로 과제를 했는지 AI로 체크하기도 합니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고 생각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교육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직군의 중요성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대한 접근일 것입니다.

콘텐츠 & 창작 ― 도구에서 파트너로
GPT, Midjourney, Runway, Suno...AI는 창작의 속도와 범위를 바꿨습니다. 이제 크리에이터의 경쟁력은 “얼마나 잘 만드는가”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입니다.

AI는 창작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대신 창작의 난이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AI를 통해 브랜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AI 창작물이 만드는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이 이제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퀄리티가 올라온거죠.

미디어 ― 기자들은 AI와 경쟁해야 한다
AI는 기자의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사실 편집과 속보 전달은 이미 AI의 영역입니다. 기자들은 AI와 경쟁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실을 편집하는 것은 AI가 더 잘하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사실을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AI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말할 수 있지만,
“왜 그것이 지금 일어났는가”는 인간만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것이 어떻게 사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직은 인간의 영역입니다.

결국 저널리즘의 본질은 기계가 닿을 수 없는 사고의 깊이를 번역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르몽드는 슬픈 사실은 슬프게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서사적, 맥락적 측면에서 슬프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인간 뿐 입니다.


4️⃣ FOMO형 성장 ― 속도가 전략을 대체한다

AI 도입의 경쟁은 ‘누가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빨리 붙이느냐’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AI는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언어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에서는 ‘왜’가 사라지고, ‘언제’가 남았습니다.


“AI를 해야 하나?”가 아니라,
“언제 시작할까?”만 남았습니다.

5️⃣ 산업은 결국 ‘AI 언어화’의 속도전이다

AI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언어의 권위입니다. ‘AI가 있다’는 말은 곧 ‘미래가 있다’는 뜻이 되었고, ‘AI가 없다’는 말은 곧 ‘과거의 것’처럼 들립니다. 사실인지는 더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일단 사람이 귀찮아 하는 영역에서 AI는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자명합니다.

모든 기업이 AI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AI 마케팅, AI 보험, AI 커피머신, AI 반려동물 케어까지. 이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닙니다. AI는 이미 기술이 아닌 언어,
신뢰와 트렌디의 상징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광풍이었던 블록체인은 짧게 끝났지만, AI는 오래갈 것입니다. 또한 짧았던 골프/테니스 열풍과 다르게 러닝과 비슷합니다. 삶의 질을 인생과 가까운 곳에서 끌어올리는 running은 learning과 한글 발음도 같습니다. 패션 러너도 있지만, 동네 조깅도 러닝인 것이 사실입니다. AI는 그렇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갈 것입니다.


블록체인이 ‘돈의 언어’였다면, AI는 ‘인간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6️⃣ FOMO 이후 ― 성숙한 성장으로 가기 위해

모두가 AI를 말하지만, 진짜로 AI를 이해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FOMO형 성장은 빠르지만 불안정합니다. 이제는 “AI를 써야 한다”의 시대에서 “AI를 왜 쓰는가”의 시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AI의 다음 단계는 기술의 시대가 아니라, 목적의 시대입니다.

AI를 통해 효율을 높이는 기업보다, AI를 통해 가치를 새로 정의하는 기업이 다음 10년을 이끌 것입니다.


7️⃣ 결론 ― AI는 산업보다 인간의 사고를 먼저 바꿨다

AI가 산업을 바꾼 이유는 기술이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AI가 ‘생각의 속도’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문제를 풀기 전에 “AI로 먼저 시도해볼까?”를 떠올립니다. 그 순간 이미 사고의 구조는 바뀌었습니다. AI는 기업의 전략보다 인간의 인식과 사고 습관을 더 빠르게 변화시키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변화는 기술 혁명이 아니라, 집단적 사고 방식의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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