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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1-7. 일의 재발명 “우리도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AI로 달라지는 "일하는 방식"

by 유비관우자앙비

1️⃣ 아침 회의의 주인공이 바뀌었습니다

서울의 한 SaaS 회사. 출근 후 30분 안에 전날 회의 요약이 팀 슬랙에 올라옵니다. 작성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Google Meet에 접속한 AI agent가 회의 전 과정을 녹취하고 요약했기 때문입니다. 팀장은 커피를 들고 말합니다.

“어제 회의 내용은 정리됐어요. 오늘은 액션만 확인하죠.”

누군가의 손으로 쓰던 회의록이 이제는 자동으로 ‘To Do List’로 바뀌고 있습니다. 회의는 여전히 사람이 진행하지만, 정리는 이제 AI가 담당합니다.


"회의에서 나온 액션 아이템 정리하고,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해야 하는 미션을 뽑아봐"

아마 회의 이후에 팀원이 프롬프트에 쓰고 있지 않을까요?


2️⃣ 일의 시작은 검색이 아니라 지시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무의 시작은 “검색”이었습니다. 이제는 “명령(prompt)”으로 시작됩니다.

“이번 프로젝트 제안서 초안을 만들어줘.”

“AI 산업 동향을 요약해서 5슬라이드로.”

“이메일 톤을 조금 더 공손하게 바꿔줘.”

업무의 출발점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누가 정보를 잘 찾느냐보다, 누가 AI에게 잘 시키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검색어의 시대가 끝나고, 프롬프트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마케팅 트렌드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한때는 검색 엔진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키워드’를 정교하게 설계하던 EO(Search Engine Optimization)가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생성한 검색 결과 속에서 어떻게 브랜드가 등장하느냐를 다루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가 새로운 마케팅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는 더 이상 ‘검색의 도구’가 아니라, ‘의도를 읽는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3️⃣ 보고서 작성자에서 검수자로

한 금융회사의 리서치팀은 시장 데이터를 AI에 전달하면 GPT가 분석 리포트를 작성합니다. 퍼플렉시티와 그록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팀원들은 문장을 다듬는 대신 “이 데이터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검토합니다. 업무의 본질은 ‘타이핑’에서 ‘판단’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가 보고서를 쓰면,
우리는 맥락을 해석하는 사람이 됩니다.”
— 리서치팀 팀장


4️⃣ 디자인의 싸움은 손보다 눈의 싸움입니다

한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는 1차 시안을 모두 Midjourney로 제작합니다. 디자이너는 색상과 구도를 직접 수정하기보다, AI가 만든 시안을 고르고 조합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십 개의 이미지 중 하나가 선택되면,

그제서야 사람의 손이 들어가 마지막 디테일을 완성합니다. 그마저도 “AI가 던져준 아이디어의 마무리”에 가깝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그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결과를 선택하느냐예요.”

AI는 ‘그리는 도구’를 넘어 ‘결정의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멈추지 않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정교해질수록 “좋은 프롬프트를 누가 입력했는가”가 새로운 실력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곧 사람의 손보다 언어가 그림을 완성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디자이너의 붓은 이제 키보드입니다. 유명 웹툰 작가의 손목 터널 증후군이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5️⃣ 마케터는 감정을, AI는 데이터를 담당합니다

과거에는 마케터가 직접 리포트를 작성했습니다. 지금은 AI가 캠페인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합니다. 마케터는 대신 고객의 심리를 읽습니다. AI가 만들어 낸 고객 행동 데이터, 검색 트렌드, 과거 시즌별 키워드, 밤새 인터넷을 달군 이슈들이 아침 출근 시간에 이미 정리되어 올라옵니다. 그 순간, 마케터의 귀찮음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꿀 수도 있지만, 동시에 ‘밥벌이의 수단이 줄어드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데이터 사이의 ‘행간을 읽는 능력’입니다. AI가 숫자와 그래프를 보여주더라도, 그 의미를 해석하고 감정으로 전환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데이터를 읽는 시간보다 감정을 설계하는 시간이 많아요.”


AI는 효율을 담당하고, 사람은 감정을 설계합니다. 역할은 나뉘었지만 협업은 오히려 더 가까워졌습니다. 다만 그 협업이 사람과 AI의 협업이기를 바랍니다. AI와 AI의 협업은, 조금 너무 몰인간적이지 않은가요.


6️⃣ 개발자는 코드 대신 방향을 봅니다

Cursor와 Copilot X 같은 AI 개발 툴이 도입되면서 개발팀의 구조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AI가 먼저 기본 코드를 제안하면, 개발자는 그 방향이 옳은지를 판단합니다. 아주 고차원적인 개발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가까운 미래에 Virtual CTO 개념이 상용화될지도 모르겠습니다.

“AI는 주니어 대신 들어왔지만, 시니어의 감각을 더 자주 시험하게 만들었죠.”

이제 개발자의 역할은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로직을 설계하고 판단하는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몇 회사들은 “우리는 LLM 토큰을 많이 활용하는 팀입니다.”라는 문구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웁니다. 얼마나 AI-친화적인 환경을 갖추었는가를 강조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진정한 실력의 척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 그들은 더 이상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Claude Code는 코드 전체 문맥을 읽고 버그를 스스로 수정하거나 리팩터링 방향을 제안합니다. ‘코드 리뷰어이자 협업자’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AI는 이제 단순히 코드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팀 안의 또 다른 개발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발자와 PO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도, 머지않은 일일지 모릅니다.


7️⃣ 평가의 기준 ― 노력보다 속도

한 글로벌 스타트업은 인사 평가에 ‘AI 활용도 점수’를 도입했습니다. “누가 야근을 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AI를 활용해 더 빠르게 해결했는가”가 기준입니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은 퇴근이 빠르고, AI를 쓰지 않는 사람은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노력의 척도는 ‘시간’에서 ‘리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Notion: AI 활용 OKR과 경영진 메시지

Notion은 실제로 AI 활용도를 내부 OKR로 측정하거나, 주간 단위로 직원들의 Notion AI 사용량을 트래킹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외부 기사 및 인터뷰 내용이 확인됩니다. CEO Ivan Zhao는 여러 공식 인터뷰에서 "AI를 일상의 확장 그리고 경쟁력의 핵심"으로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AI를 안 쓰면 느려진다”는 취지의 경영진 발언도 있었으며, 조직적으로 AI 도입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Zapier: 자동화 활용 평가(automation leverage)

Zapier는 2024년부터 직원들의 자동화·AI 도구 활용도를 성과 지표로 명시적으로 포함시켰고, "Saved Time"·"Automation Score" 등의 KPI가 실제 평가지표로 쓰이고 있습니다. 팀별로 자동화로 절약한 시간을 리포팅하고, 이 수치를 기반으로 프로세스 개선 평가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Anthropic: 협업 메트릭에 AI 포함

Anthropic은 내부 문서, 회의준비, 의사 결정에 Claude를 핵심 도구로 사용하며, AI-조력 업무 비율, 사용 빈도, 효율성 향상 등을 내부 메트릭으로 지속적으로 집계합니다. 단순 산출량이 아니라, "AI 협업 역량"을 정규 평가 항목으로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Runway, Replit, Typeface 등: AI 기반 생산성 KPI

해당 스타트업들은 AI workflow 채택률, AI 코드 기여율, AI-driven output 등을 핵심 KPI로 설정하는 사례가 공식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시로 Replit, Runway, Typeface 모두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 수치와 직원별 AI 도구 사용지표를 부서 KPI에 직접 반영하거나 대외 인터뷰에서 언급했습니다.


8️⃣ 경력의 기준 ― 연차보다 업데이트 주기

이제 경력의 무게는 더 이상 ‘근속 연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10년 경력자보다 새로운 AI 도구를 빠르게 익힌 3년 차가 더 빠르고 유연합니다. 커리어는 ‘시간’이 아니라 ‘적응 속도’로 평가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력의 깊이보다 업데이트 주기가 더 중요해요.”
— HR 매니저 K 씨

실제로 글로벌 IT 기업들은 직원 평가 지표에서 ‘AI 활용 능력’과 ‘학습 주기’를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은 직원별 AI 학습 이력과 툴 활용 빈도를 추적하는 ‘스킬 리포트’를 만들고, 이를 인사고과 일부 항목으로 반영합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한 대기업은 2025년부터 ‘경력 연차’ 대신 ‘업데이트 로그(Update Log)’라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습니다. 직원이 어떤 새로운 툴을 습득했는지, 업무 자동화를 어디까지 적용했는지, AI를 통해 업무 시간을 얼마나 단축했는지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HRD·HRM 리포트(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다수가 ‘업데이트 로그’ 개념을 차용해, 직원별 AI 툴 학습, 업무 자동화 이력, 업스킬링 과정 기록을 인사 평가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이 60% 이상 차지하기도 합니다.


즉, 경력은 더 이상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새로워졌는가’로 측정됩니다. AI 시대의 커리어는 숫자가 아니라 속도와 적응성의 언어로 표현됩니다. 이제 우리는 연차를 쌓는 대신, 버전업(version-up)을 반복하며 성장해야 합니다. AI는 인간의 경력을 숫자가 아니라 진화의 속도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9️⃣ AI가 일의 기억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Zoom, Meet, Teams에는 AI 에이전트가 함께 참여합니다. 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발언자별로 분류하며, 자동으로 할 일 리스트(To Do List)를 만들어줍니다.


Notion AI, Mem.ai, Tana, Reclaim AI 등은 일정을 예측하고, 우선순위를 제안하며, 사람 대신 GTD (Get Things Done)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AI는 단순히 일의 속도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기억하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두 번째 두뇌(Second Brain)’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은 일의 모든 단계를 직접 관리하지 않습니다. AI가 생각의 순서를 정리하고, 우리는 그것을 검토합니다.


결론 ― AI는 일의 방식을 바꿉니다.

AI는 인간의 일을 빼앗지 않았습니다. 대신 인간이 일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말은 이제 손이 빠르다는 뜻이 아니라, AI와 협업할 줄 안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AI는 인간의 일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일의 리듬, 기억, 사고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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