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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2-2. 칩 전쟁의 승자와 패자

젠슨 황, 리사 수, 그리고 AI 시대의 제국들

by 유비관우자앙비
“AI는 전기를 소비해 지식을 생산한다.” — 젠슨 황


AI의 진짜 경쟁은 알고리즘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것은 연산력(Compute Power), 그리고 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Chip)입니다. AI 모델의 성능은 ‘얼마나 좋은 알고리즘을 썼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GPU로, 얼마나 오래 학습시켰는가’로 결정됩니다. 이 단순한 진리가 지금의 칩 전쟁(Chip War)을 만들어냈습니다.


1️⃣ 젠슨 황 — AI 문명의 엔진을 설계한 사람

1993년, 실리콘밸리의 식당 Denny’s. 세 명의 엔지니어가 테이블 위 냅킨에 스케치를 하던 작은 아이디어가

오늘의 엔비디아(NVIDIA)를 만들었습니다. 그 중심에 젠슨 황(Jensen Huang)이 있었습니다. 그의 첫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그래픽을 더 잘 표현하는 칩을 만들자.” 그렇게 탄생한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게임 그래픽용 부품으로 시작했지만, 2006년 CUDA 플랫폼을 통해 범용 연산 장치(GPGPU)로 진화했습니다.


그래픽을 넘어 과학 계산, 데이터 분석, 그리고 딥러닝까지— 모든 복잡한 연산의 심장이 GPU로 통합된 순간,

AI 문명의 엔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엔비디아는 GPU 제조업체를 넘어 풀스택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GPU 로드맵: Hopper → Blackwell → Rubin

네트워크: InfiniBand → Spectrum-X Ethernet

시스템: DGX/HGX 서버, AI 팩토리 솔루션

소프트웨어: CUDA, TensorRT, AI Enterprise


2025년,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은 8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AI 팩토리 한 곳을 짓는 비용의 60~70%가 엔비디아 시스템에서 발생합니다.


“우리는 GPU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우리는 AI 문명의 공장을 짓는 회사다.” — 젠슨 황


2️⃣ 리사 수 — 기술로 회사를 부활시킨 사람

리사 수(Lisa Su)가 2014년 AMD의 CEO로 취임했을 때, 회사는 벼랑 끝에 서 있었습니다. CPU 시장은 인텔, GPU는 엔비디아가 지배하던 시대였죠. 그녀는 단기 실적보다 기술적 체질 개선을 택했습니다. 첫 프로젝트는 Zen 아키텍처 — CPU 구조의 근본적 재설계. 2017년, Zen 기반 Ryzen과 EPYC의 성공으로 AMD는 서버 시장 점유율을 회복했습니다.


다음은 GPU였습니다. 리사 수는 CPU와 GPU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하는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AMD의 MI300 시리즈는 CPU와 GPU를 하나로 묶은

‘AI용 하이브리드 칩’으로, 2025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메타 등이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기회를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낸다.” — 리사 수

AMD는 더 이상 ‘두 번째 회사’가 아닙니다. 이제 엔비디아의 전략적 대안, AI 산업의 필수적인 두 번째 엔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TSMC — 설계자를 위한 거대한 공장, ‘신뢰’의 제국

젠슨 황과 리사 수의 비전이 실리콘 위에서 현실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TSMC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가 있습니다. 1987년 모리스 창(Morris Chang)이 세운 세계 최초의 순수 파운드리(Foundry) 기업. 스스로 설계하지 않고, 모든 설계자의 공장이 되기를 선택한 회사입니다.


오늘날 엔비디아의 GPU, AMD의 MI300, 애플의 M 시리즈, 퀄컴의 스냅드래곤—all TSMC에서 태어납니다. TSMC의 성공은 세 단어로 요약됩니다.

집중(Focus) — 제조만 한다.

신뢰(Trust) —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정밀(Precision) — 3nm 공정에서 90% 수율을 자랑한다.

그 결과,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 5nm 이하 초미세 공정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미국은 이 회사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며 CHIPS Act로 애리조나에 공장을 세우게 했습니다.


4️⃣ 삼성전자 — 일본을 배우고, 세계를 넘어선 한국의 기적

AI 반도체의 격전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역사적 결단과 실행력의 문화에 있습니다.


1983년, 도쿄 힐튼호텔의 한 스위트룸. 이건희 부회장은 일본 도시바·히타치 기술진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는 선언했습니다. “삼성은 반도체를 하겠다.” 그때 한국에는 반도체 장비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술은 사오는 것이 아니라, 배워오는 것”이라 말하며 일본식 품질관리와 장인정신을 도입했습니다. 그렇게 1983년, 국산 64K D램이 탄생했고 1992년, 삼성은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양산하며 일본을 공식적으로 추월했습니다. 그 뒤 30년간 삼성은 단 한 번도 D램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대만 TSMC의 ‘순수 파운드리 모델’이 부상하면서 삼성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삼성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메모리(HBM)와 파운드리(3nm GAA), 그리고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을 결합해 AI 반도체의 완전한 수직 통합 모델을 구축하는 것. 삼성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메모리 + 로직 + 패키징 통합 기업입니다. AI가 요구하는 ‘데이터 저장–연산–결합’의 3요소 중 2개를 한국이 쥐고 있습니다.


5️⃣ 중국 — 기술 봉쇄 속 자립을 모색하다

미국의 칩 제재는 중국을 완전히 다른 길로 몰아넣었습니다. 화웨이·칭화유닛·SMIC로 이어지는 국가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는 ‘초격차 추격’이 아니라 ‘자급률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화웨이는 7nm 공정의 Kirin 칩으로 복귀했고, 칭화유닛은 한국·대만 출신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했습니다. SMIC는 EUV 장비 없이 7nm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5nm 이하에서는 TSMC·삼성 대비 5년 이상 격차가 있습니다. 중국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세계 1위 기술은 아니어도, 자국 내수시장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면 충분하다.”


6️⃣ 유럽과 인도 — 제3의 길을 찾는 신흥 강국들

유럽은 ‘안보로서의 반도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ASML(네덜란드)은 세계 유일의 EUV 노광기 생산 기업으로 TSMC·삼성·인텔 모두에 필수적이며, 독일의 Infineon은 전력·차량용 반도체에서 세계 1위입니다. 반면 인도는 ‘사람은 많지만 팹은 없다’는 구조에서 정부 주도의 반도체 자립을 추진 중입니다. Vedanta–Foxconn 합작, Micron의 인도 공장 설립 등으로 서서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설계 인력은 이미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합니다.


7️⃣ AI 칩과 안보 패권 — 리얼웨폰 "반도체"

AI 칩은 더 이상 산업재가 아닙니다. 이제 그것은 전장의 두뇌이자 국가의 신경망입니다.

미국: NVIDIA·AMD 칩의 중국 수출 통제.

중국: Ascend·Kirin 칩으로 ‘지능형 전쟁(智能战)’ 구축.

유럽: NATO 표준 AI 무기체계 개발 중.

한국: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이 참여한 국방 AI 로드맵 추진.

한국의 방산기업들은 민간 반도체를 군용 규격(Mil-Spec)으로 강화해 사용하며, 삼성·하이닉스 칩은 ADD의 인증을 거쳐 위성통신, 미사일 유도, 전투지휘체계에 탑재됩니다.


“20세기의 핵무기가 물리적 억제력을 가졌다면, 21세기의 AI 칩은 지능의 억제력을 가진다.”


8️⃣ 스마트폰·컴퓨터·자율주행차

이제 칩 전쟁은 산업의 중심으로 번졌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all AI 칩을 내장하며 직접 ‘연산력’을 확보하려 합니다.

애플: A·M 시리즈 자체 칩으로 완전 내재화.

삼성: Exynos + AMD GPU + Gauss AI 온디바이스 전략.

테슬라: FSD 칩과 Dojo 슈퍼컴퓨터로 자율주행 완전 통합.

현대차: 엔비디아·삼성과 협력한 전장 플랫폼.

인텔·AMD·애플: 모든 PC에 NPU 내장, ‘AI PC’ 생태계 형성.

스마트폰은 더 이상 OS 경쟁이 아닙니다. 칩 경쟁입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엔진 산업이 아닙니다. 움직이는 슈퍼컴퓨터 산업이 되었습니다.


9️⃣ AI 칩 전쟁의 현재와 다음 — 기술, 공급망, 그리고 문명의 리스크

AI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GPU 경쟁”이 아닙니다. 지금 세계가 마주한 현실은 공급망·기술·인재·에너지·지정학이 얽힌 복합 전쟁입니다.

① 빅테크의 자체 칩 개발: 구글 TPU, 아마존 Trainium, 메타 MTIA, MS Maia 등으로 “탈엔비디아”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② TSMC의 지정학적 변수: 대만해협 리스크로 인해 미국·일본·독일에 공장을 분산 건설 중이며, 공급망 안정화가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③ 차세대 패키징 경쟁: HBM을 넘어 칩렛, CXL, 인터포저 등 데이터 이동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AI 칩 경쟁의 핵심입니다.

④ 에너지 위기와 친환경 AI: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가 국가 단위 전력 수준으로 커지며, 탄소중립 팹(Net Zero Fab)과 냉각 기술이 새 성장축이 되고 있습니다.

⑤ 인재 전쟁: 반도체 엔지니어 확보를 위한 글로벌 스카우트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한국·대만·미국·중국 모두 국가 차원에서 인력 양성 전략을 강화 중입니다.


0️⃣ 결론 — 칩을 가진 자가 문명을 통제한다

TSMC는 “모든 설계자를 위한 공장”,

삼성은 “모든 반도체를 만드는 제국”.

엔비디아는 “AI 문명의 심장”,

AMD는 “그 대안의 상징”.

중국은 봉쇄 속에서도 자립을 시도하고,

유럽은 안보의 이름으로 돌아왔으며,

인도는 인재로 세계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기술 + 통합 + 신뢰”라는 세 축으로

AI 문명에서 독자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칩은 기술의 중심이 아니라, 문명의 중심이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동안, 세상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반도체입니다. 스마트폰의 손끝에서, 도로 위의 자율주행차에서, 지휘통제 시스템과 데이터센터 속에서— 칩이 인류 문명의 새로운 권력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이제 칩은 완성되었습니다. 다음은 이 칩들이 모여 하늘 위의 공장(Cloud)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3부에서는 “GPU를 장악한 거인들: 클라우드 빅3의 AI 인프라 전쟁”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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