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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노즈(Flower Knows)의 성수동 방문기

C-beauty가 K-beauty 본진에 깐 멀티

by 유비관우자앙비

플라워노즈(Flower Knows)의 성수동 점령기


저는 중국에서 중학교를 다녔고, 성인이 되어서는 중국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창업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중국 전문가로 (과대)포장되기도 하였고, 항상 중국에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중국에서 중국어를 하면, 외국인으로 보시지는 않고, 한국 사람이라 하면 여러 이유로 믿지 않습니다. 케이 컬쳐의 순영향(?)입니다 ㅎㅎ


최근 몇 년 간은 중국에 대해 간헐적인 관심만 갖고 있다가, 'C-Beauty'를 살펴보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장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변곡점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수동 팝업 스토어에서 하루 방문자 5,000명, 오픈런이 나왔습니다. 왠지 유럽에서 핫한 러닝브랜드나 국내 인디브랜드일 것 같았는데, 중국 뷰티 브랜드 플라워노즈가 K-뷰티의 본진에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공주코덕들이 그리도 원했던 플라워노즈가 성수동에 상륙했고, 지금 보니 온라인도 다 매진이네요.


플라워노즈는 한국 진입 이전부터 틱톡 기반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브랜드입니다. 이미 한국에 팬덤이 존재했고 판매처만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틱톡 화장품의 대표 브랜드 주디돌(Judydoll)은 전 세계적으로 재고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디돌은 Z세대를 중심으로 도우인 메이크업 트렌드를 선도하며, 가성비와 트렌디한 색조, 심플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가진 브랜드입니다. 특히 블러셔, 컨투어, 하이라이터 제품군에서 자연스러운 발색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팬덤을 쌓고 있습니다.


중국 뷰티 브랜드들은 이제 해외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플라워노즈, 주디돌 외에도 플로라시스(Florasis), 퍼펙트다이어리(Perfect Diary), 컬러키(Colorkey) 등 각기 차별화된 컨셉과 강점을 가진 C-뷰티 브랜드들이 틱톡, Z세대, 팬덤, 글로벌 진입이라는 신성장 공식을 실행 중입니다.


대부분 2016년~2018년 사이에 창업된 브랜드들이 틱톡에 컨텐츠를 축적하며,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론칭된 틱톡샵을 통해 그 명성을 만들어 나갔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가설을 수립하여 보았습니다.


틱톡에서 바이럴 콘텐츠가 축적되는 기간과 글로벌에서 인기가 폭발하는 시점 사이에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 본 것인데요. 틱톡 또는 도우인에서 바이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축적된 후,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브랜드의 바이럴 콘텐츠와 해시태그가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사용자 제작 영상(UGC)이 축적되면 알고리즘상의 추천이 가속화되어 브랜드 노출량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글로벌 인지도는 처음에는 해당 플랫폼에서 집중적으로 확산된 후, 그 인기와 트렌드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른 SNS로 퍼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실제로 C-뷰티 브랜드나 K-뷰티 브랜드 모두 틱톡 내 해시태그 및 영상 누적 조회수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뒤, 수출, 직구, 글로벌 팝업스토어 진출 시점에서 매출이 급격하게 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플라워노즈와 주디돌은 도우인 및 틱톡에서 꾸준히 트렌디 메이크업 영상이 축적된 뒤, 글로벌 직구 인기와 해외 팝업 성공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메디큐브나 코스알엑스의 틱톡 캠페인에서도 일정 기간 해시태그와 로컬 인플루언서 활용이 누적된 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폭발하며 매출이 급증했듯이요.


플라워노즈가 판매한 것은 립스틱이 아니라 감정 세계관입니다. 동화 속 공주의 판타지, 로코코 미학, 소장하고 싶은 예술품. 고객은 나에게 어울리는 립스틱을 산 것이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물건을 샀습니다. 제품보다는 문화에 집중한 것입니다. 사실 중국은 문화 강국이기도 하죠. 이를 디지털로 만들어 내었고, 4단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정 진입점 설계입니다. 정보가 아닌 감정으로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세계관, 미학, 서사를 통해 "예쁘다"를 넘어 "이건 나야"라고 느끼게 만듭니다. 플라워노즈는 공주풍 패키지와 동화적 상상력으로, 주디돌은 도우인 메이크업 트렌드와 실용적 심플함으로 각각의 감정 코드를 설계했습니다.


두 번째는 다층 신뢰 구조 설계입니다. 틱톡 리뷰, 튜토리얼, KOL 협업으로 신뢰를 층층이 쌓습니다. 신뢰는 축적되는 것입니다. 한국 Z세대 사이에서 C-뷰티 브랜드들이 급격하게 인지도를 쌓은 것도 SNS 중심 소비 트렌드와 콘텐츠 기반 신뢰 구축 전략 덕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축적의 임계점입니다. 틱톡 내 콘텐츠 축적 기간, 알고리즘의 추천 임계점, 해시태그 누적량, UGC 연결망 등이 글로벌 인기 시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고객 소유 시스템 구축입니다. 틱톡은 유입 채널입니다. 하지만 성장은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자체 플랫폼에서 일어납니다. 고객을 구매자가 아닌 팬덤형 사용자로 관리합니다.


네 번째는 소비를 의식(ritual)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한정판, 시즌 컬렉션, 연간 100~200종 신제품. 재구매를 문화로 만듭니다. 뷰티템은 굿즈가 되고, 수집품이 되고, 최종적으로 취향 증명물이 됩니다.


업계에서는 플라워노즈를 "예쁜 디자인의 혁명"으로 평가하며 감정 미학 기반 팬덤 마케팅 성공 사례로 분석합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연평균 20~25% 성장을 기록했고, 미국 Urban Outfitters에 입점했습니다. K-뷰티의 기능과 가성비 중심 전략과 다른 차별화 포지션을 확보했다는 평가입니다. 한정판, 굿즈, 바이럴 기반 팬덤 전략이 글로벌에서 통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성분, 질감, 내구성 논란은 존재하며 품질 개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플라워노즈 case는 품질보다 세계관, 제품보다 팬덤을 먼저 설계합니다. 왠지 케이팝의 공식과 닮았습니다. 글로벌 소비 진입로인 틱톡을 통해 판매가 아닌 기다림을 먼저 만들어냅니다. 최애를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갑이 두터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애와 팬덤, 뷰티/엔터 뿐 아니라 업계를 관통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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