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20일 차, 다이어트 9일 차, 디지털 디톡스 1일 차
한국에만 있다는 Social Network Service라는 용어,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꽤나 복합적이다. 나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의 교집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굳이 말하자면 노출증과 관음증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플랫폼이다.
싸이월드부터 시작해서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여러 서비스에 나의 일상을 보여주고 때로는 장문의 글을 쓰며 나 역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인생을 살아오고 있노라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출근길에도 SNS를, 퇴근길에도 SNS를, 운동하다가도 SNS를, 잠자기 전에도 SNS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아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술과 비슷했다. 오늘은 술을 안 마신 지 20일째 되는 날인데, 안 마시고 나니 혈색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고, 내 몸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SNS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지 이제 3일째 어찌 보면 술보다 더 중독성 있던 그 매체를 탈피하려고 조금 노력을 하다 보니, 현타가 온다. 왜 여기에 이렇게 목을 매었을까.
자기 PR. 매우 중요하다. 다만, PR을 하기 위해서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 그 실체가 없음에도 나는 실체로 꽉꽉 차있는 사람이오. 라고 외치던 허장성세를 위해서 내가 방문한 곳, 내가 먹는 것, 나와 함께 노는 사람들, 내 일상생활을 어떻게든 포장하려고 애썼다. 있어 보이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쓰기 위해 고민했고, 어떻게든 좋아요가 많이 달리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 페이스북에 많았고, 정례적으로 긴 글을 써주면 100 따봉과 10 공유 정도는 쉽게 달성하곤 했다.
마약보다 무서운 것이 인기라고 했다. 흔히 “연예인”병이라고 하는 것은 무명에서 시작해 그토록 바랬던 인기를 얻어가는 과정에서 생긴다. 그리고 그 인기가 생기면 연예인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돈이라도 벌지. SNS에서 좋아요 몇 개 달려봤자 그냥 알람이나 몇 번 오고 끝나는 것을. 인기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차라리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 정리하는 글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지나간 시간이 아깝지만 어쩔 수는 없는 거고.
그래서 설날 연휴가 끝나는 날에 일종의 절-페이스북(绝Facebook)을 선언했고, 몰래몰래 들어가다가 오늘은 가지고 있는 모든 디바이스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그리고 크롬에 로그인되어 있던 모든 곳에서 로그아웃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니 그냥 두었지만, 이렇게 해 놓으니 마음이 조금은 허전하면서 편하다.
우리는 정말 많은 매체의 풍년 속에 살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조그만 스마트폰을 켜면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타인의 인생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의 힘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내려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날로그를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연결되어 있고, 그로 말미암아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삶이 경계가 없어졌다는 것에 회의가 든다. 물론,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나, 영원한 친구가 없는 판이 비즈니스 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경장이 고니에게 세 번째로 알려줬던 타짜의 비결이 이 바닥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였던가, SNS던 사회에서도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SNS를 통한 나의 자아의 실현은 당분간 그만하려고 한다. 거창하게 디지털 디톡스라고 이름을 붙여 보기도 하려고 한다. 하루에 한 시간 넘게 했던 SNS의 시간을 조금은 다른 곳에 써보고자 한다. 앞으로 단상은 브런치에 적어야지. 글 쓰기 좋은 이 플랫폼을 너무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