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컴퍼니 송년회 소회
타협할 것인가.
지난 주에 Directors Company 송년회가 있었다. 여러 재미난 코너가 있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광고주가 깐 광고제"
광고 대행업은 남의 일을 대신해주고 마케팅 예산을 따오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광고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따라서 광고주가 무엇을 중시 여기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는 것이 어찌보면 경쟁PT의 제1원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취향보다 지금 세상에 더 적합한, 당신의 생각보다 더 뛰어난 생각을 제안하였다 까였던 광고 PT 시안은 그 그대로도 가치있다. 용감했고, 무모해서.
총 3편의 광고 PT가 밤 10시가 넘은 만취한 사람들 사이를 넘나들었다. 발표를 맡은 CD중 누구는 와인 3병을 물처럼 마시고 나왔고, 어떤 CD는 덤덤하기도 했다. 이미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온 경쟁 PT는 어떻게 보면 다시는 펴보고 싶지도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다만, 자기 자식처럼 날밤을 까며 만들어낸 기획과 크리에이티브였기 때문에 On Air된 아이디어보다 더 미련이 남았을 수도 있는 그런 자식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 아이디어를 "어떻게 팔 것인가" 어떻게 사게 만들 것인가. 이는 취향과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돈 주는 사람의 취향에 맞는 것이 당첨될 확률 99%이다. 그 취향을 뛰어넘는, "타협하지" 않고 1%에 도전했던 아이디어 3개가 무모하리 만큼 좋은 맛을 남기고 송년회는 끝이 났다.
우리는 타협하지 않는다. 간지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맞다, 우리를 따라와라. 무모하고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광고의 본질일런지도 모르겠다. 타협하지 않았던 2019년, 더 타협하지 않는 2020년이 되면 좋겠다. 조금 더 건방져 질 수 있을까. 사실 건방짐은 수많은 디테일과 전략을 포장하는 포장지가 아닐까 싶다. 좋은 포장지를 계속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름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다름을 추구해야 할 때에는 기존의 관성과 타협하곤 한다. 진짜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도 자체가 용기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용기가 세상을 바꾸어 왔다. 나는 올해도 역시 다름을 추구하였으나, 내 관성과 타협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