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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관우자앙비 Nov 17. 2020

PB의 세상이 시작되었다.

브랜드는 이제 먹히지 않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다. 

신세계, 쿠팡, 무신사. 


유통계의 강자로 불리는 업체들이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을 갖추고 있는 신세계는 SSG.com에 수 조원을 투자하며 지속적으로 유통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 성패와는 상관없이)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이커머스와 가장 편리한 물류 UX를 보유하고 있는 쿠팡과 20대 스트릿 패션의 성지가 된 무신사는 누가 뭐라해도 각 영역에서 가장 큰 마켓플레이스이자 유통사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큰 시장 점유율이다. 신세계는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강희석 대표를 신임대표로 취임시키며 "2020년 사업 재편안"을 발표했다. 같은 궤로 롯데는 2020년 2월에 "미래 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세세한 내용은 복잡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 부서에 대한 철퇴이자, 미래 먹거리에 대한 강화가 그 핵심이었다. 이 두 업체가 대한민국 유통업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신세계 백화점, 롯데 백화점,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이마트24, 롯데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로 유통의 큰 시장 점유를 보이는 양대 유통 기업이다. 전통적 업체들이기도 하고.


쿠팡은 Bom Kim 대표가 하버드에서 창업한 Forward Ventures가 전신이 된 현재 우리나라 최대 이커머스 업체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티몬, 위메프, 쿠팡, 그루폰 등 소셜커머스 4대장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소프트뱅크의 큰 투자 (지금은 회수했다는 소문이 있지만)를 유치하며 쿠팡맨과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물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쿠팡은 소셜커머스를 넘어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물론 숨은 강자인 네이버 쇼핑도 있다.


무진장 신발 많은 사이트의 약자라는 무신사.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라 방탄소년단이라는 네이밍과 닮았다. 그래서 잘 나가는건가. 아무튼, 신발 사진 사이트로 시작하여 트래픽을 모으던 무신사는 이런 부류의 커뮤니티에서 가장 빠른 커머스화를 이뤄냈다. 당시 디젤메니아, 고아웃드레드스캐주얼리, 힙합퍼 등 유사한 커뮤니티가 많았는데 큰 사업화에는 실패한 것을 보면 무신사의 행보는 대단하다. 심지어 무신사가 키워냈다는 디스이스네버댓, 커버낫 등의 브랜드도 등장했다. 


위에서 언급한 업체들의 특성은 마켓플레이스 기업이라는 것이다, 커머스 플랫폼으로도 부를 수 있겠다. 시작은 달랐지만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여하여 타겟 고객들이 집중되는 마켓 플레이스로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확보된 시장 점유율에서 그 들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next big thing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여 확보된 고객들에게 새로운 구매 옵션을 만들어 내는 것, 어떻게 보면 플랫폼 기업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이자, 디지털 세상에서 취해야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노브랜드를 먼저 출시했다. 철저한 가성비 브랜드로, 브랜드 값에 얽매이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노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는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며 노브랜드 버거 등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재탄생되기도 하였다. 유통 인프라를 통해 만들어진 충성 고객들에게 자체적으로 만들어 적은 유통 비용을 갖추어 수익화의 선봉장이 될 수 있는 PB 상품들은 그렇게 시장에 (새롭지는 않지만) 등장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탐사" "곰곰" 등 여러 PB 브랜드를 출시했다. 2019년의 기사를 보면 13개 자체 브랜드에서 600개가 넘는 상품을 출시했다고 한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19051310212115419 

여기에서 핵심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와 "프리미엄 쿠팡 온리 상품"이라는 컨셉이다. PB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미 확보되어 별도의 고객 획득 비용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므로 별도의 마케팅이 필요 없고, 유통 마진이 극소화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며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다. 다른 말로는,  willingness to pay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쿠팡은 생필품을 구매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 생필품은 소모품이며 사치품이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에 종속되지 않는다. 제품의 퀄리티와 성분이 좋다면 언제든지 brand shift가 이뤄질 수 있는 분야이다. 쿠팡은 그렇게 생수부터 시작해 반려동물 용품까지 PB로 출시하여 수익을 도모하고 있다. (쿠팡이 가는 방향성은 아마존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아마존 역시 물류 혁신 이후 PB 출시를 해서 미국 국회에서 엄청 혼났다. 물론 혼났다고 굴복하지는 않았다.)


무신사의 전략 역시 비슷하다. 무신사는 20대 남성들에게 엄청난 로열티를 받고 있는 플랫폼이다. 여자쪽은 지그재그인것 같다, 암튼. 무신사는 2015년도에 PB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를 출시한다. ZARA에서 시작되어 유니클로에서 증폭된 SPA 브랜드를 추구한다. 2019년도에 무신사스탠다드는 매출 630억원을 기록하며 무신사 매출의 20% 이상을 점유한다. 엄청난 성과이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10/1115368/

이러하듯, 플랫폼에게 PB는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다만 플랫폼은 보편성을 띄며, 플랫폼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제품들은 고가 라인이 될 수 는 없다. 하지만 플랫폼들이 판매하는 제품과 유사한 가격대라면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고객들은 이제 더 이상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는 것 같다.


반면, 반대 사례도 있다. 루이비통, 모엣샹동, 헤네시 가문이 결합된 LVMH는 현재 80개가 넘는 명품 브랜드를(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 가지고 있는 그룹사이다. LVMH라는 이름 만으로도 엄청난 브랜드 로열티가 생기기도 한다. 이 회사에서 2017년 명품 전물 쇼핑몰 24세브르스닷컴을 출시하고 2018년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에 투자를 진행했다. 생소한 플랫폼이었지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반영되어 즉각적 매출의 증대가 이뤄졌다. 또한 까르띠에, 반클리프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은 명품 쇼핑몰 육스와 네타포르테가 병합한 육스네타포르테를 인수하며 또 다른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였다. 블랙프라이데이에 꼭 쇼핑해야 하는 사이트들이니 브랜드의 플랫폼이 갖는 가치는 길게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플랫폼의 PB와 브랜드의 플랫폼은 각기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생필품과 저가 영역에서는 이런 플랫폼의 PB로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가 점차 떨어지며,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는 트렌드가 지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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