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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관우자앙비 Oct 11. 2018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1탄

밀리의 서재 B Round 기사보고 느낀 소회

#맨밑에두줄요약있음

밀리의 서재가 B round 투자 유치에 성공했네. 축하축하.

https://outstanding.kr/investmentnews/?action=readpost&post_id=423163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리디북스 헤비유저로서, 나는 이 서브스크립션은 쓰지 않을 것 같다. (월정액이기 때문에 서브스크립션이라고 분류하여 보았습니다) 요새 세번째 리디 페이퍼를 샀는데

1. 페이퍼 구매 후 분실 (잊지않겠다 선릉역 버스정류장)
2, 페이퍼 라이트 득템 ('한국의 중국인' 강연에서 받음ㅋ)
3. 페이퍼 프로 구매 (뽑기운 안 좋아서 리디 AS센터가서 바꿔옴ㅋ)


아무튼,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컬러풀한 화면으로 전자책을 보기에는 뭔가 부담된다. e-ink로 책을 보니 독서량이 어마무시하게 증가하기도 했다. 하여, 나름 나 같은 헤비유저들에게 전자책 시장은 콘텐츠 시장이기도 하나, 디바이스 시장이기도 하다. 디바이스를 구매하는 것은 고객 binding의 효과가 있으니, 나는 아마 계속 리디만 쓰게 될 것이다. 이미 방대한 지출로 brand lock in이 된 top tier고객이자 충성고객이라 타사로의 brand shift는 이미 불가능한 입장이기도 함ㅋㅋ (혹시 밀리 관계자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디스가 아니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혹여 저를 밀리 유저로 만드신다면 아마 엄청난 성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리디에서 구매한 책이 200권이 넘거든요.)


전자책 시장의 고객을 고관여 고객과 저관여 고객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꽤 고관여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서브스크립션에 별로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일단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책을 소유한다는 것에 꽤 큰 의미를 두곤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반면, 저관여 / 중관여 고객이라면 이런 서비스가 더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월 구독료가 싸지는 않다. 책 한권의 가격인데, 바쁜 현대인의 경우에는 한 달에 책 한권을 읽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 그러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닌가. 여기서 한국사람들의 종특이 나온다. 사실 스벅 커피 두 잔 가격인데, 컨텐츠에 대한 WTP(willingness to pay)는 매우 낮다. 따지고 보면 술 먹고 택시타는 비용으로 한 달 동안 도서에 대한 프리패스를 얻는 것인데 말이다. 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여기서 도서 정가제가 이북에도 적용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반문을 해본다.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이제 서브스크립션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맥킨지의 2017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똑똑해 보이는 출처!) 2017년 미국 이커머스의 50%의 매출이 서브스크립션에서 났다고 한다. 이는 물론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아마존 프라임 등의 서브스크립션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그래야 파이가 커 보이니까) 나 역시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에버노트를 구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브스크립션 시장은 아직 성장세가 그리 두드러 지지 않고 있다.(미국 역시 미디어 서브스크립션이 40%에 육박한다)


출처: https://www.mckinsey.com/industries/high-tech/our-insights/thinking-inside-the-subscription-box-new-research-on-ecommerce-consumers


서브스크립션의 원조는 신문 배달, 우유 배달이다. 아침에 신문과 우유를 들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과, 도마에서 애호박 자르는 탁탁탁 소리는 대한민국 아침을 나타내는 클리쉐이다 (한지붕 세가족의 오프닝을 보는듯 하다). 이 서브스크립션은 학습지로 이어진다. 눈높이, 구몬, 아이템플 등 가정 교사님을 집으로 '구독' 하는 서비스였다. 물론 나는 풀지 않은 문제집들이 내 눈높이까지 올라와서 뒤지게 맞은 적도 있다. 학교에서도 우유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구독"하였으며, 이제는 다양한 '먹거리' 들이 그 구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약간 가격대가 올라간 구독이라 함은 회원권이 있겠다. 대부분 일시납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나 적립식 후 깎아 나가는 골프회원권(동아가 이런 회원권을 팔고), 연단위 갱신 해나가는 회원권, 혹은 연 회원권의 권리를 가끔씩 양도하는 행태(해외에서 맨유나, 바르샤 경기를 보러가면 대부분 연간 회원권을 갖은 사람들의 표를 양도 받아 가는..) 등이 있겠다. 또 회원권을 회 단위로 쪼개서 화폐화 시킨 TLX 같은 훌륭한 서비스도 있다.


2012년, 덤앤더머스는 미국에서 시작한 달러쉐이브클럽에 강한 영감을 받아 정기 배송에 대한 기획을 시작했고, 여러 구독 모델을 내 놓았다. 생수, 햇반, 두유 등 먹거리류 / 면도날, 콘돔 등 생필품(?)류 / 탈모, 셔츠 등 라이프 스타일(?)류 등이 덤앤더머스가 내놓았던 상품군이다. 트래픽이 많이 몰리진 않았으나, 기획력이 아닌 BM력으로 충분히 좋은 시장 평가를 받았다. 내가 덤앤더머스를 떠나고 난 후 물류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졌다. 특히 신선 제품에 대한 고찰이 이뤄졌고 서울 시내 전역을 밤 사이에 효과적으로 돌 수 있는 물류에 대한 완성이 되어 회사는 드디어 진짜 이커머스 스타트업 같은 양태를 갖추었다. 그리고 지금은 잘 아시듯, 배민찬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넘버원 모바일 반찬가게가 되어 있다. 배민찬 역시 '구독'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지금은 '구독'이 메인이 아니라는 점은 특기할만 하다. 마켓컬리도 비슷하게 생각해 보면 이해되는 포인트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직 이커머스 영역에서 성공한 서크스브립션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의 미미박스 정도 되려나? 미국 등 서양에서는 별의별 서크스크립션이 성공해 나가는데 왜 우리 나라에서는 성공한 케이스가 별로 없을까. (이건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서브스크립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은 공급자와 기획자(음, 아니야 MD라고 하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귀찮음을 큐레이션해서 원터치 결제로 나의 최대 편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서브스크립션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나에게 맞는 최고의 상품과, 그것을 조합해서 상품 혹은 패키징을 만드는 MD가 내 마음에 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입장에서는 Personalized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너무 Personalized되면 Scaling up에 대한 비용이 너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중간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두가지 모두 제대로 이뤄진 커머스가 없었기에 한국형 서브스크립션은 아직도 우유 배달이 최고 성공작으로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멜론 스트리밍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현물이 오가는 커머스 영역으로 narrow down하면 말이다. (여기서 서브스크립션이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로는 그 공급자와 MD가 같은 인물이면 된다는 것을 주장해본다. 브랜드사가 직접 하는, 예컨데 요새 내가 애용하는 와이즐리처럼. 넷플릭스가 급격히 성장한 것도 사실 본인들이 직접만든 하우스오브카드가 재밌어서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려고 들어가서 하오카에 빠지고, 나르코스에 빠지면 지정생존자도 오그라 들지 않게 넘어갈 수 있게 그렇게 너그러워 지는거지. 또, 배민이 만약에 정기 구독하면 갸우뚱 하겠지만, 이연복의 식당이 정기 구독을 시작한다면 하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 길었는데, 제가 또 조만간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하나 들고 시장에 나올 계획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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