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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Oct 09. 2022

업계의 악습을 폭로하다

이게 바로 업계 꿀팁이거든요

이제 아이돌 콘텐츠를 뽑는 것도 밑천이 드러난 마당이라, 내가 했던 다른 경험들을 공유하는 썰을 풀었다. 이를테면, 쇼핑몰 피팅 모델을 하며 목격했던 ‘피팅 샷 조작의 현장’이라든가, 공항에서 만난 진상 승객들 얘기 같은 것. 아, 이탈리아 유학 시절 외국인들이 환장했던 ‘K-썸띵’에 대해 다룬 영상도 올렸다. 다행히 이 영상들은 한번에 빵 뜨지는 않았지만, 적립금 쌓이듯 조회수가 차곡차곡 올랐다.      


특히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모를 ‘업계 비밀’을 푼 콘텐츠가 반응이 좋았다. 다행히(?) 아이돌부터 모델, 쇼핑몰 대표, 마케터, 광고기획자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져온 덕분에 풀만한 썰은 많았다.  

   

특히 반응이 좋았던 건, SNS 광고 사진의 과장성을 고발한 영상이었다. 대학생 때 여성의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목격했던 썰부터 시작이다. 당시 나는 모델부터 사진 촬영, 쇼핑몰 관리까지 1인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그래서 모르는 게 천지였고, 그럴 때마다 쇼핑몰 운영자들끼리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달려가 답을 얻곤 했다.     


내가 잘못 사입한 원피스가 있었다. 도매시장에서 봤을 땐 괜찮았는데, 막상 사 와서 꼼꼼히 살펴보니 허리 라인이 들어간 위치가 너무 애매했다. 라인이 거의 골반에 걸쳐 있었거든. 이래서야 다리 짧아 보이기 십상인데. 나는 잽싸게 쇼핑몰 운영자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혹시 도매처에 환불이 가능한지, 그것도 아니면 이 원피스를 원가보다 조금 더 싸게 사갈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그때 달린 댓글들은? ‘어머, 사장님. 이거 포토샵으로 허리 라인 좀 올려서 보정하세요. 컴플레인 들어오면 고객 체형에 따라 핏은 다를 수 있다고 하면 돼요.’, ‘원래 쇼핑몰 피팅 사진은 다 옷핀과 보정이 만들어내는 거죠. 전 허리 널널한 원피스도 뒤에 다 옷핀으로 집어서 촬영해요.’ 같은 것들이었다.     


오, 젠장. 이래서 내가 그동안 온라인 쇼핑몰에서 샀던 옷들의 핏이 엉망이었구나? 나는 엄청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그 원피스는 결국 나와 내 지인들의 옷장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객들을 속여서 물건을 파는 건 아닌 것 같았으니까. 눈속임에 속아서 산 고객들을 죄도 없이 ‘내 허리가 이렇게 길었나’하며 고뇌의 밤을 보내게 할 순 없었다.     


이때의 배신감을 살려 영상을 기획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에서 옷 살 때 꼭 체크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기로 했다. 우선, 사진 속 피팅 모델이 특정 자세만 유지하면 의심해야 한다. 그 자세에서만 예쁜 옷일 확률이 높기 때문. 예를 들면, 모델이 계속 앉은 포즈로만 보여주는 미니 원피스는 일어났을 때 기장이 너무 짧아서 실제로 입기엔 불편할 수 있다. 재킷을 입었는데, 단추를 잠근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면 실제 핏은 어벙벙할 수 있다.      


둘째, 모델의 주변 배경을 잘 봐라. 쇼핑몰 보정 담당자도 사람이다. 하루에 수십, 수백 장씩 보정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특히 모델의 몸매나 옷의 핏을 보정할 때 ‘공간 왜곡’ 실수가 많이 발생한다. 바디 쉐이프를 다듬다가 주변 배경까지 같이 움직이는 경우다. 자세히 보면 주변 사물이 울렁거리거나 묘하게 뿌옇게 보일 거다. 그러면 높은 확률로 착용핏을 많이 보정했을 거다. 물론, 사진 보정 자체에 반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제 핏과 차이가 날 정도로 보정을 했다면 유의하는 게 좋다. 막상 내가 받아본 상품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을 영상으로 촬영해 올렸더니, 조회수가 꽤 많이 나왔다. 시청자들은 본인들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델 착용 샷만 믿고 구입했다가 낭패본 경험이 있다며 댓글을 달았다. 몇몇 온라인 쇼핑몰 사장님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도 내부 자정 작용을 하다 보면, 고객들도 온라인 몰을 더 믿고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 반응에 힘입어 기획한 다음 영상은, SNS 과장광고 고발이었다. 온라인 마케터로 일하면서 알게 된 업계의 병폐를 밝히는 썰이었다.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용 이미지를 만들 때, 비포와 애프터 이미지를 바꿔쓴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살찌기 전 말랐을 때의 사진을 애프터로 쓰고, 이후 모델이 살이 찐 상태를 비포로 교묘하게 바꿔서 쓴다.      


피부트러블 완화에 좋다는 화장품 광고용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은, 여드름을 분장으로 그리거나 합성하기도 한다. 이런 이들은 오히려 대기업 제품보다, 작은 규모의 브랜드나 바이럴 마케팅 회사가 런칭한 브랜드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제품력보다는 눈속임으로 승부하겠다는 알량한 생각인 거지. 놀랍게도 이렇게 몸집을 뻥튀기한, 이제는 꽤 유명해진 브랜드들도 많다. 다시 언급하고 나니 또 괘씸하네.     


아무튼, 사람들이 주변에서 쉽게 듣기 어려운 업계 썰이나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풀다 보니 다시 구독자가 상승 궤도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구독자 10000명을 달성했다. 팔로워가 천 단위인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서, 만 단위로 ‘매크로 인플루언서’로 넘어간 거다. 어머, 나 이제 어디 가서 인플루언서라고 해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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