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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Oct 13. 2022

저 팔로워 3만 명인데요!

슬슬 느껴지는 부담감과 기대감

유튜브 구독자가 1만 명을 넘기자, 그 낙수효과가 다른 SNS에도 미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에 걸어둔 프로필을 타고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반대로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되기도 했고. ‘이게 바로  하나로 연결된 SNS 생태계인가!’ 세기말쯤에나 유행했을 법한 표현인 ‘하나로 연결된 사이버 세상’ 같은 촌스러운 말만 계속 떠올랐다.     


어쨌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팔로워의 총합이 3만 명을 넘어갈 때쯤부터 ‘낀플루언서’로서의 영향력(?)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우리 엄마도 기억 못 하는 내 아이돌 시절 모습을 기억하고 연락해온 분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페이스북 메시지로 ‘저 언니 기억 나요! 걸그룹 ***의 모니카 언니 맞죠?’라는 내용이 도착했다.     


연락을 해온 사람은 여중생이었다. 아주 어릴 적, 아빠의 회사 축제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다가 무대 위에서 내가 공연하는 모습을 봤더랬다. 내가 활동했던 그룹은 거의 무명에 가까운 인지도였기 때문에, 이 친구가 착각하는 거겠지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우리 팀의 인사 구호까지 거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오, 지쟈쓰.      


아무튼 이때부터 SNS에 올리는 글이나 사진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책임감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내 계정이니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야!’라는 마인드였다면, 이제는 업로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적어도 한 번은 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이 게시물을 올려서 상처받는 사람은 없는가, 이 게시물이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주장을 담았는가.     


또 하루는, 동네 카페에서 친구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띠링’ 알람이 울렸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가 온 거다. 누군가 싶어서 얼른 확인해보니, 나랑 같은 카페 안에 있던 팔로워가 보낸 것이었다. ‘혹시 창가 쪽에 앉아서 모자 쓰고 계신 분, 모니카님 맞나요?’하고. 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은 얼굴이 아니었고, 계정은 비공개 상태였다. 내가 어느 쪽에 앉아 계시냐고 물어도 ‘저는 부끄러워서 비밀로 할게요’라는 답변만 올 뿐.     


나는 첩보활동을 하다 정보기관에 걸린 비밀 요원처럼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카페 손님마다 말을 걸며 ‘혹시 제 팔로워세요?’하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랬다간 자아가 지나치게 비대한 미친 여자 취급받기 딱 좋지. 그 뒤로도 길이나 가게에서 나를 봤다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몇 번이나 더 있었다. 아무래도 헤어스타일이 좀 튀는 데다, 워낙 내가 출몰하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는 탓이겠다. 처음엔 무척 당황했으나, 이 상황도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그러려니 하게 됐다. 어휴, 고작 팔로워 몇 만짜리 낀플루언서도 이 정도인데,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려나.     


그리고 나의 이런 막연한 궁금증은 얼마 안 가 풀렸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한 번화가에 갔는데, 웬 카페 유리창 앞에 사람들이 바짝 붙어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대체 뭐길래 싶어 고개를 쭉 빼고 봤더니, 카페 안에 20~30대로 보이는 남녀 몇몇이 일하는 중이었다. ‘카페에서 직원이 일하는 게 뭐 그리 구경할 일이야?’하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친구가 혀를 끌끌 차며 답했다.     


“넌 유튜브 한다는 애가 저 사람도 몰라? 구독자 백만 명도 넘을걸. 저기 카페도 본인이 운영하는 거래. 여기 지나가면서 보면 팬들 맨날 저러고 있던데.”     


친구의 대답에 나는 부품이 고장난 로봇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오, 궁금증이 풀렸다. 메가 인플루언서는 일상생활이 아주 수월하진 않겠어. 그리고 그때, 아마도 처음으로 꽤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메가 인플루언서는 시켜줘도 싫고, 딱 이 정도 낀플루언서가 좋아’하고 말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나는 재벌은 됐고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자 정도가 딱 좋아’하는 식이지. 큰 영향력만큼 따라올 큰 부담감은 감당할 자신도, 의지도 없었다. 그걸 안고 살기엔 난 너무 자유분방한 영혼인 걸 내가 너무 잘 아니까. 어우, 인기 유지하려고 남들 시선 의식하고 입맛 맞추며 사는 건 절대 못 해요. 아니, 안 해요.     


그렇다면 ‘낀플루언서’의 영향력으로는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이걸 백분 활용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다음 화에 이어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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