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미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이자 직장인 J형님으로부터 고민 상담 신청이 온 것이다.
J형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나이는 중국식으로 지천명知天命 미국식으로 50 years old 한국식으로 반백살쯤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7년 전쯤, J형님 3살 때 부모님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지금까지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 2세대 미국인이다. 형님께서는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한국어를 쓰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읽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지금은 미시간에서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와의 인연은 2년 전 미국 첫 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에서 어떤 미션을 받고, 2년 전 미국으로 출장을 갔는데 거기서 비즈니스 관계로 형님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오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미국 출장 갈 일이 없어 카카오톡으로 가끔 안부를 주고받았었는데, 어제 갑자기 형님께 연락이 온 것이다.
J형님께 온 메시지
내용을 요약하자면, 형님이 미국에서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더 확장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본인은 미국태생이니 한국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짐으로 이에 대해서 조언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형님께서 나를 좋게 봐주셨는지 'YOU(나)'가 해줘도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적절한 보상도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사실 형님께서는 2년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나한테 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결심한 듯싶었다.
오늘 새벽 출근 전에 메시지를 확인했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누가 있을까? 과연 누가 적임자일까? 고민 끝에... 적임자를 찾았다. 바로 '나'. 내가 직접 하기로 결심했다. 대신 형님께 다음과 같이 조건을 제시했다.
1. 시작은 일주일 한 번 30분 정도로, 화상회의 툴을 사용해서 하자.
2. 초반에는 보상은 필요 없다. 왜냐하면 나도 컨설팅을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3. 단, 형님과 상담 내용은 글쓰기 플랫폼에 올리겠다. 물론, 형님의 개인 정보는 보안을 유지하겠다.
형님과의 대화
형님은 내가 브런치 소재로 형님과의 상담 내용을 올리는데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 와중에 나는 브런치 글감을 찾고 있었고,
심지어 브런치를 미국인에게 홍보하고 있었다!! (보이시나요?? 관리자님!!! 들리시나요?? 관리자님!!)
브런치 관리자님. 들리시나요? 제 가슴의 소리가?
결론은, 다음 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형님의 한국인 관련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내가 고민상담 혹은 컨설팅 등등 진행할 예정이다. 진행되는 내용은 틈틈이 브런치 바그다드 Cafe's 직장인 고민 상담소에도올릴 것이다. (아싸싸싸. 글감.. 재밌겠다... 히히히)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제안을 받아 드렸는가? 브리니라서 글감에 대한 타는 목마름? 맞다. 제일 큰 이유다. 하지만 소박하게 다른 이유도 조금 섞여있다.
대학생 때 지독한 과제가 있었드랬다. 에드워드 사이드 씨가 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인문학의 고전을 읽고 감상평을 쓰는 것. 당시에도 책의 내용은 어려웠고,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그 메시지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책의 주요 메시지는,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의 뒤틀린 거울인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그동안 동양의 실체는 부재해 왔고, 따라서 동양은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왜곡된 모습으로만 존재해 왔다.. 동양에 대한 서구의 가장 전형적인 왜곡사례는 동양을 비논리적이고 비민주적이며, 게으르고 부패한 지역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러한 편견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서구인들의 인상비평 수준일 뿐, 실제 현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사이드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오리엔탈리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동양을 보는 서구인들의 시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양에 대한 서구 국가들의 정책수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더 요약하자면 서구인들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은 편향+왜곡 되었고, 사이드 씨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통해서.
대학생 때는 이 책을 읽고 서구인들의 편향된 시각에 대해 단순히 분노만 했었다. 그리고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 궁금했다. 왜 이런 편향된 시각을 가지는 것일까? 아직 그 답은 찾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 중이지만, 방황 중에 스스로 괜찮은 습관은 한 가지 가질 수 있었다.
바로, 편향된 시각에 대한 위험성과 균형 잡힌 시각에 대한 필요성이 그것이다. 그래서 해와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내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말고,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그리고 우리 회사, 더 나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항상 궁금했다. 이라크에 있을 때도 이라크인들에게 이런 류의 질문을 많이 했었고, 미얀마에 있을 때도 그랬다. 내가, 우리 회사가 그리고 한국사람이 이라크와 미얀마를 바라보는 시각 말고, 상대방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갈망이랄까. 그리고 이러한 갈망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 습관이 발아해서 미국 직장인이 바라보는 한국회사와 한국인을 궁금해하는 J형님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