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금 아침에는 공복을 유지하라
'월수금 통돼지김치찌개 & 생삼겹 전문' 식당 브랜드가 있다. 우리 회사 근처에도 체인점이 있어서 꽤 익숙하다. 점심 때는 김치찌개가 맛있고, 매주 월. 수. 금요일에는 매장에서 직접 돼지를 작업(?)해서 손님에게 내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월수금이다. 작명에는 다 이유가 있다.
월수금은 누구에게는 돼지를 작업(?)하는 날이고, 나는 작업을 당하는(??) 날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나의 직장 상사와 다른 팀장들과 함께 매주 월수금 오전 9시에 회의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분야가 어려워 월수금 아침 회의가 참 불편하다. 매번 1시간 남짓 회의가 진행되는데 대부분 이런 식이다.
나의 직장 상사: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내가 하는 대답은 다음 세 가지 패턴을 넘지 못한다.
①죄송합니다
②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③열심히 하겠습니다
요즘 월수금 오전 9시 회의의 사이클을 요약하자면,
Shouting(XXXXXXXXXXXXXXXXXXXXXXXXX) → 죄송합니다 →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도 욕을 먹으니, 정신이 나갔는지 갑자기 창의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욕먹기에 대한 글로벌 임플로이 랭귀지적 고찰과 메디칼 아날리시스 앤드 다이제스트 인스티튜트에 대한 싸이콜로지적 분석이다. 쉽게 말해 전 세계 직장인은 어떻게 욕을 먹고 있으며, 욕먹기가 어떻게 정신에 미치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욕먹다가 진짜 미친건 아닌지...)
먼저 전 세계 직장인은 어떻게 욕을 먹을까? (이 쓸데없는 글로벌 감각이란...) 그래서 찾아봤다.
"Get chewed out": 영어에서는 "get chewed out"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직역하면 "씹히다"라는 의미인데, 누군가에게 심하게 꾸지람을 듣거나 비난을 받는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한다. 이 표현도 한국어의 "욕을 먹다"와 비슷하게 상대방의 말을 비유적으로 "씹는" 행동으로 묘사된다.
"Get told off": 이 표현은 주로 비난이나 꾸중을 듣는 상황을 뜻한다. 직접적으로 음식과 연관되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당하는 상황을 나타낸다.
"Se faire engueuler": 프랑스어에서 "se faire engueuler"는 누군가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비난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주로 강하게 꾸짖는 상황을 표현하며, 한국어의 "욕을 먹다"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지만, 먹다와 같은 비유적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Prendre une volée de bois vert": 직역하면 "녹색 나무 채찍을 맞다"는 의미로, 누군가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거나 비난을 받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프랑스어 표현이다.
"Recibir una bronca": 스페인어에서는 "recibir una bronca"라는 표현이 비난을 받는 상황을 묘사한다. "Bronca"는 화난 상태나 불만을 의미하는 단어로, "욕을 듣다" 또는 "꾸지람을 받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Echar la bronca": 누군가에게 꾸지람을 하거나 화를 낼 때는 "echar la bronca"라고 표현한다. 스페인어에서는 이와 같은 표현들이 사용되지만, 음식과 연관된 비유는 없다.
「怒られる」(Okorareru): 일본어에서는 단순히 "혼나다" 또는 "꾸지람을 듣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비유적인 표현 없이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혼나는 상황을 나타낸다.
「文句を言われる」(Monku o iwareru): 이 표현은 "불평을 듣다"는 의미로, 누군가에게 불평이나 불만을 듣는 상황을 나타낸다. 일본어는 한국어처럼 비유적으로 음식과 연결 짓기보다는 감정이나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挨骂" (āi mà): 중국어에서는 "욕을 듣다"는 의미로 "挨骂"를 사용한다. 직역하면 "비난을 당하다"는 뜻으로, 비유적인 표현보다는 한국어의 "욕을 먹다"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지만, "먹다"와 같은 동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백할 게 있는데, 나는 요즘 욕을 먹으면 진짜 배가 부르더라. 그래서 월수금은 아침부터 철저히 공복상태를 유지한다. 왜 그럴까... 또 찾아봤다.
사람이 욕을 듣거나 비난을 받을 때,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며, 이는 "싸우거나 도망치기(fight-or-flight)" 반응을 일으킨다. 이 반응은 신체가 위협에 대응하도록 준비하는 과정으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
심박수와 혈압이 상승하고, 혈액이 근육으로 집중
비필수적 기능(예: 소화기능)은 억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신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소화 기관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소화기능이 느려진다. 위와 장의 움직임도 감소하고, 소화액의 분비도 줄어들어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차는 등 소화 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표현을 과학적으로 해석하자면, 심리적 스트레스가 소화 시스템을 방해하여 위와 장에서 팽만감이나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실제로 배가 부른 듯한 느낌이나 속이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되며, 이는 스트레스가 소화 기능을 억제하고 위장 내의 가스를 축적시키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욕은 칼로리가 0이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살찔 걱정은 없다. 욕먹기의 유일한 장점이다. 이렇게 세상을 러키비키 하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p.s. 욕을 많이 먹은 날은, 저녁에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결국 다시 살이 찌더라... 월수금 아침에는 욕을 먹고 저녁에는 월수금 삼겹살집 가는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