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 중소기업에서 살아남기
일을 잘하면 됩니다
저는 복수의 대기업에서 10여 년 근무하고 2년 6개월 전 이직한 중소기업에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직한 중소기업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답은 '일을 잘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일을 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제 경험으로는 '꾸준한 독서'입니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납득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종종 저에게 대기업에서 일이 어려운지 아니면 중소기업의 일이 어려운지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 대답은 단연코 '중소기업의 일이 어렵다'입니다. 그 이유는 대기업의 일은 시스템과 조직에 어느 정도 기댈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고, 시스템이든 조직이든 숨을 곳이 없습니다. 나의 실력이 곧 경쟁력입니다. 특히,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고,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직장인의 경우, 꽤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대기업에서의 시스템과 조직력이 나의 실력이라고 착각한 경우입니다.
저도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초창기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중소기업의 시스템과 조직력을 몸소 겪어보니 그 차이가 꽤 컸었죠. 하지만 결국 적응했고, 이제는 꽤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인정을 받는 이유가 일을 잘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냐면 상당히 골칫거리인 일들을 제가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농담 삼아 지금 직장의 후배들과 저희 팀을 '전략구매투자해외사업지원인사총무물류대외협력팀'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다양한 일을 하고, 문제들을 해결했습니다.
제가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하고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책 때문입니다. 이것 말고는 저는 다른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제 또래의 다른 직장인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경쟁자들이라든지 일하는 상대방도 책을 거의 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책 읽기는 어떤 점에서 좋을까요? 예전에는 책 읽기의 주요 목적이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었습니다. 핸드폰과 IT 기기가 발달하기 전에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는 책이 거의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핸드폰 세대 이전에는 그래도 전반적으로 독서를 하는 인구가 지금보다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요? 이제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책 말고도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많습니다. 검색을 넘어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이니깐요.
그렇다면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책 읽기의 가치는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시대일수록 저는 책 읽기를 더욱 강력히 추천합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수록, 오히려 책은 더 큰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은 훨씬 다양하고 효율적인 게 많아졌는데, 왜 책 읽기를 강조하냐고요? 제가 깨달은 책 읽기의 진정한 가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독서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식의 획득과 재미(특히, 소설책)를 위한 목적으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읽은 책이 늘어날수록 점점 강한 확신이 생깁니다. 사실 책은 지식 획득은 부차적인 장점이고, 진짜 장점은 책을 읽음으로써 스스로 고민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입니다. 이 스스로 고민하는 능력이 지금 지식이 범람하는 시대에 희귀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다들 핸드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고민하는 힘이 떨어진다면, 남들과는 다른 방법, 즉,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지금 시대의 경쟁력입니다.
고민할 수 있는 능력, 달리 표현하면 사색의 힘은 결국 다른 사람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들도 풀 수 있게 해 줍니다. 왜냐하면 직장에서 마주치는 문제도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것인데, 대다수 사람들과 비교해서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박종훈 기자님이 쓴 <트럼프 2.0 시대: 글로벌 대격변이 시작된다>를 읽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책이 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박종훈 기자님은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하고 몇 개월 전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죠. 우리나라 대다수의 언론은 해리스의 당선을 예측했음에도 박종훈 기자님은 본인만의 인사이트로 미리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책 자체도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의 일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는 '미국에 공장을 짓느냐 아니면 멕시코에 공장을 짓느냐'로 고민 중에 있습니다. 회사의 명운이 달린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 처음에는 멕시코로 결정을 했는데, 트럼프가 당선되고 통상 이슈가 붉어진 뒤 고민에 빠졌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만 누구 하나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고민했고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과 미국 제조업 환경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책 1권으로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방면의 좋은 책을 꾸준히 읽어 나만의 단단한 씨줄과 날줄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씨줄과 날줄이란, 경제, 경영,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통찰이 서로 엮여 만들어내는 견고한 사고의 틀을 의미합니다.
저는 지금도 저만의 씨줄과 날줄을 엮고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쌓은 지식과 통찰이 제 사고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씨줄과 날줄을 엮을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 줄어듦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 좋은 걸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어 이렇게 길게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