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장
최근 중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직장생활 15년 동안 중국 출장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중국의 발전 속도를 거의 제 성장 그래프처럼 체감하며 지켜봤습니다.
제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건 2007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대학생 배낭여행으로 친구와 각각 한 달 동안 100만 원(비행기 값 포함)으로 중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지금은 100만 원으로는 중국 호텔에서 며칠 머무르기도 빠듯할 텐데, 그땐 ‘청춘의 무모함’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습니다.
당시 저는 야간 기차를 자주 탔습니다. 숙소비 아끼려는 궁여지책이었는데, 대체로 석탄 열차였습니다. 석탄실 가까운 객차에 타면 아침에 일어나 코를 풀 때마다 까만 가루가 묻어났습니다. 불편했지만, 그 역시 저에게는 ‘여행의 일부’였습니다.
이번 출장에서는 오랜만에 고속열차를 탔습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기차 안은 쾌적했고, 와이파이와 전기 콘센트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잠깐 졸다 깨어도 코안은 말끔했습니다. 석탄 냄새 대신 커피 향이 감돌았습니다. 그 순간, 18년 전 그 시커먼 객실이 떠올랐습니다.
중국의 발전은 눈부셨습니다. 석탄 열차에서 고속열차로, 퀴퀴한 객차에서 쾌적한 공간으로.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중국은 이렇게 달려왔는데, 나는 지난 18년 동안 무엇을 했을까?”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솔직히 바로 답을 못했습니다. 제 인생이 ‘시속 300km’처럼 달려왔다고는 차마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중간중간 멈추고 뒤로 돌아가고, 때로는 같은 역을 여러 번 오간 것 같습니다. 직장인의 생활이 늘 그런 법이니까요.
중국의 성장은 GDP 수치나 철도 개통 거리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성장은 숫자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18년 전, 석탄 먼지를 뒤집어쓰며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기차에 올랐던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족을 부양하고, 회사에서 책임을 맡으며 여전히 방향을 찾고 있는 40대 직장인이 있습니다. 눈에 확 띄는 그래프는 아니더라도 그 자체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성장’ 아닐까요?
성장은 반드시 직선 그래프여야 할까요? 중국은 직선으로 달려왔지만, 개인의 인생은 곡선을 그리거나 원을 돌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궤적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일지 모릅니다.
18년 전 석탄 열차에서 얻은 건 그저 저렴한 교통수단이 아니었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세상을 보고 싶었던 제 열망, 그게 남아 있었습니다.
중국은 고속열차를 만들었지만, 저는 아직 제 인생의 속도를 어떻게 낼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 시커먼 객실에서 흑먼지를 털어내던 경험이 지금까지 저를 밀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압니다. 다음 18년은 ‘완행’이든 ‘고속’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고, 제 궤적 위에서도 또 다른 성장이 분명히 이어질 거라는 것. 그것이 제 작은 희망이자, 오늘 제가 다시 짐을 싸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