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직장인 필살기
며칠 전 <유 퀴즈>에 빌 게이츠가 출연했습니다. 마소의 창업자 그 빌 게이츠입니다. 여러 질문들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오둥이 부모의 질문과 빌 게이츠의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오둥이 부모님이 “AI 시대에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라고 묻자, 그는 코딩·수학·과학의 유용함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도 훌륭한 경쟁력이며,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시대일수록 평생 배우려는 태도가 필수라고 했습니다.
이 대답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AI가 평균적인 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수록, 우리는 평균에서 벗어난 지점—곧 각자의 강점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하면 유난히 수월하고, 결과의 결이 확 달라지는 일” 말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답은 더 분명해집니다. 누군가는 데이터의 패턴을 냄새 맡듯 먼저 감지하고, 누군가는 사람 사이의 긴장을 순식간에 낮추며, 또 다른 누군가는 뭉쳐 있는 정보를 이야기로 풀어 상대를 설득합니다.
AI가 초안을 잘 쓴다 해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맥락을 붙이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래서 “잘하는 것”을 먼저 찾고, 그 위에 도구와 지식을 얹어 확장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순서는 늘 같습니다. 강점 → 도구 → 확장. 반대로 가면 지칩니다.
문제는 많은 직장인이 강점을 잘 못 찾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래된 ‘주입식 교육’의 습관이 몸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빠르게 맞히는 훈련에는 능하지만, “나는 무엇을 할 때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붙는가”라는 질문에는 서툽니다.
남의 기준으로 쌓은 스펙은 이력서의 칸을 채울 수 있어도, 회의실에서 나만의 속도로 밀어붙일 동력이 되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강점 찾기의 출발점은 거창한 테스트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증거입니다. 퇴근이 늦어도 손이 먼저 가는 일, 피곤한 날에도 희한하게 몰입되는 일, 동료들이 “그건 당신이 해야 제대로 된다”라고 데려오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반복되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나만의 결이 됩니다. 강점은 '발견'에서 시작되어 ‘인정’을 거칩니다. 인정 다음에는 ‘배치’가 따라야 합니다.
배치란, 조직의 판 위에서 내 강점이 빛나는 자리와 타이밍을 선점하는 일입니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오늘 저는 고객 관점에서 흐름을 재정리하겠습니다”라고 먼저 선언하면, 논의가 엇나갈수록 당신의 차례가 됩니다.
보고서를 쓸 때도 강점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합니다. 분석형이라면 핵심 지표로 의사결정의 문을 열고, 스토리형이라면 문제–대안–증거의 흐름으로 상대방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관계형이라면 이해관계자별 영향과 리스크를 정리해 갈등의 온도를 낮추는 데 힘을 보태면 됩니다. 즉, 같은 능력도 자리를 잘못 만나면 ‘개성’이 아니라 ‘잡음’이 됩니다. 강점은 배치될 때 비로소 실적이 됩니다.
다시, 유퀴즈의 그 장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이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술의 파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마지막 선택과 책임은 사람에게 남기 때문입니다.
코딩·수학·과학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어떤 문제에, 어떤 관점으로, 어떤 사람들과 쓰느냐는 각자의 필살기가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필살기는 번쩍 떠오르는 계시가 아니라, 작은 증거의 축적에서 자랍니다. 하루의 30분, 한 번의 역할 선점, 하나의 산출물 업그레이드 등, 이 사소해 보이는 반복이 다음 기회를 끌어옵니다.
결국 커리어는 남이 시키는 스펙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강점의 조합입니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변화는 예고 없이 오지만, 강점과 학습 태도를 가진 사람은 언제든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경쟁력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나라는 도구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어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