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벌써 10월입니다. 4분기의 시작입니다. 4분기는 회사에게 숫자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분기 실적, 연말 성과, KPI 달성률.
보고서에는 늘 그래프와 표가 가득 차고, 임원들은 그 숫자의 높낮이로 웃고 웁니다. 하지만 직장인의 삶까지 숫자로만 정리된다면, 그건 조금 씁쓸한 일입니다.
연봉이 얼마 올랐는지, 성과급이 몇 퍼센트였는지… 물론 중요한 숫자들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들이 내 인생의 만족도와 성장도를 정확히 말해주지는 못합니다.
회사의 4분기는 결국 숫자로 끝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 4분기는 숫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올해 초보다 내가 더 단단해졌는지,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아니면 똑같은 불만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야말로, 내년을 살아낼 힘이 되어 줍니다. 숫자가 주는 위로는 잠깐이지만, 방향이 주는 위로는 오래갑니다.
연봉과 성과급은 늘 남과 비교하게 만듭니다. 동기보다 많이 받았는지, 업계 평균에 비해 어떤지, 옆자리 후배의 퍼센트는 얼마인지. 숫자의 세계는 상대적입니다. 그러나 ‘방향’은 오직 나만의 언어입니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30분이라도 꾸준히 공부해 온 사람은 이미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성과를 쌓은 겁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삶의 궤도를 이미 바꿔 놓았습니다.
4분기는 결산의 계절이지만, 동시에 다음 해를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회사는 예산을 짜고 목표를 세우듯, 우리도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볼 수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 나는 어디쯤 서 있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방향이고, 그 답을 따라가다 보면 숫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직장인의 4분기는 결국 숫자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4분기는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평가받습니다. 숫자는 남이 채점하지만, 방향은 내가 채점합니다. 그리고 그 성적표는 오직 나만이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