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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verly Story May 08. 2024

밤 12시-새벽 2시.. 수업

으스스한 새벽에 듣기로 한 수업 하나..  


밤 11:20분..

앗!! 어떡해!! 늦었어 늦었어!

아 12시 20분이 아니구나..

자다가 시간을 잘 못 보고, 몇초간 호들갑 떨다가 다시 획 잠들었다.


밤 11:40분

여느 때면 드라마를 보고 잠자리 준비해야 할 시간인데 유별나게 할 일이 많았던 토요일,  노곤했던 탓에 온 가족이 뻗었다. 눈을 뻐금거리며 5분만 더..   


밤 11:50분 다시 벌떡

아이들과 뒤엉켜 자고 있던 침대를 빠져나와 아이패드를 들고 후다닥 2호양 방으로 들어갔다. 몽유병 환자처럼 꿈인 듯 생시인 듯 헤롱헤롱


토요일 밤, 일요일 새벽 12시.

늦은 밤, 아니 이른 새벽. 귀신이 나타난다는 12시 오밤중에 무슨 수업이냐고?


조용히 줌을 켰다.

도대체 야밤에 무슨 접속을 할까…

어둠 속에서 속닥속닥 말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화면에 나타난 선생님의 뒷배경은 환했다.

.

.

ㅎㅎㅎ

사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하나 등록했다.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주시는 소설 기초 온라인 수업을 하나 찾았다. Yay~


한동안 이런 수업을 찾았는데 대부분 오프라인 수업이었다. 그런데 두어 달 전 우연히 이곳을 찾았고, 신춘문예 출신 작가님이 온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해 주시고, 피드백을 주신다고 하여 사전신청을 해 놓았었다.

  

드디어 그 수업이 시작하였고, 그 첫 수업 날은 힘든 토요일, 일요일 중간에 끼어 있었다.

새벽 6:30분에 일어나 저녁 8시까지 아이 경기와 다음날 행사 준비로 종일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던  토요일. 중요한 행사로 이른 아침 온 가족이 말끔한 모습으로 성당을 가야만 했었던 일요일.

역시 모든 일은 한 번에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하지만 행복했다.


영문학 English literature 수업을 신청하기엔 영어도 영어지만, 학점 관리에 등하교하기 시간상 부담스럽고, 모국어로 배워야 개념이 딱 와닿기에 한국어로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 그 흔한 작법 수업 학원들은 미국에 없다.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답답함에 한국으로 당장 달려가서 수업을 듣고 오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업을 하나 겨우 찾았고, 지난 토요일 그 첫 수업에 참여했다.

피곤에 절어 잠시 기절해서 자던 차에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수업 청강이 가능한 그 시간마저 감사했을 뿐.


그런데, 내용을 배운 후 갑자기 과제가 주어졌다.  

모두가 아는 전래동화 이야기 중에 하나를 골라  그날 배운 문장구성으로 20분 동안 간단히 적어보는 거였다.

이런거 좋아하는 편인데 머리가 마비되어 있었다.


잠이 덜 깬 맹한 머리와 뻑뻑한 눈으로 급히 써 내려갔던 글은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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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식 구성>


흥부놀부


 부자가 된 흥부는 모자람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하나의 골치가 있었는데, 최애 막내아들이 학당에서 문제를 자주 일으켰다.

 친구들과 장난이라고 하지만 정도가 심한 듯해 보였고, 오래전 놀부형과 형수의 싸대기를 떠올리는 행동들을 연상시키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 어학당에 자주 불려 간다. 일진과 어울리는 막내아들이 못마땅하고, 놀부형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거 같아 여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어느 날 흥부는 식혜 한잔 하자며 뒤마당으로 조용히 막내아들을 불렀다.

 뒷마당에는 박종류의 텃밭을 키우고 있었고, 한쪽 벽에는 제비가 언제라도 와서 쉴 수 있도록 제비집을 여러 개 담벼락을 만들어 놓았다. 집안 거실에는 제비그림들이 걸려있었다.


”너는 우리 집 가보인 저 제비그림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 “


”저 그림은 아버님이 장안의 최고 화방에 의뢰한 그림들로 압니다. “


” 너는 저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 “


 ( 내부 이야기) 그렇게 흥부는 ‘흥부와 놀부’의 예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막내아들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던 그 놀부삼촌에 이후 행방에 대해 물었다.

 도깨비가 다녀간 후 놀부삼촌의 행방은 묘연했지만 어느 지역에서 부량자가 되었다는 소식만 들을 뿐 찾을 길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일가족은 당시 살해되었다.

 십 대 막내아들은 더 이상 일진과 어울리지 않고 착한 흥부의 아들이 되었다.   


 그런 아들을 흐뭇하게 여긴 흥부는 오늘도 뒤마당 박을 키우는 텃밭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중얼거렸다.

도깨비는 과연 실존했던 인물일까..

흥부의 눈빛이 날카로운 빛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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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흥부의 아들이 되었다..로 끝낼 예정이었지만,  수업 중에 미스터리한 예를 들었던 관계로 한 단계 챌린지를 하고야 말았다.  (마지막 문장은 시간에 쫓겨 마무리 못하고 제출했던 것을 수정했습니다.)

학원물+ 살인 미스터리 오픈결말.


소설을 쓰더라도 살인 관련 미스터리를 써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내 첫 짧은 글이 반무의식 중에 이렇게 흘러갔고 그 수업을 마친 후 야밤에 싸.. 한 기운이 들었다.

싸한 기운에 얼른 침실로 돌아가 따뜻한 가족들 품에 끼어들어 잠을 청했다.

새벽 수업이 재미있었고 감사했다.


소설가가 꿈이냐고요..?

네 비슷한 꿈이 있습니다.


작년 여름, 내가 다녔던 미대에서 그림책 줌 수업을 들었다.

아이를 키우던 10년 동안 그림실력도 줄었지만, 무엇보다 교수님이 빨갛게 긋고 고쳐주신 내 글들이 충격이었다. 물론 영어기도 했지만, 과제가 주어진 시간도 짧았지만, 피드백을 주신 빨간 줄들을 보며 우선 글부터 써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다시 열심히 적기 시작했던 듯하다.

(2022년에 처음글을 올린 후 글이 엉망이라 기죽고, 집안에 일이 생겨 글쓰기를 쉬고 있었다. )   

많은 '좋아요'나 구독자가 없어도 그저 내 글 향상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글쓰기는 재미있는데 피드백 없이 혼자 글을 적다 보니 발전이 없는 느낌이고, 가끔은 일기처럼 읽히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다. 그래서 수업을 찾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글,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든다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힘든 일인 거 같다.

쓰고 싶은 소재가 있어도 풀어 나가기가 어렵고, 드라마를 수없이 봤어도 내가 직접 하려니 극구성이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게 어려웠다.


 4주간의 짧은 수업이 나에게 얼마큼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 모르나, 다른 줌수업도 있기에 기웃거려 본다.

한국의 이런 교육 시스템은 전세계 1위가 아닐까 싶다.

온기 가득한 침대로 끼어들어 둘째양을 껴 안았다. 그리고, 나도 곧 작가가 될 수 있을거란 행복한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첫수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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