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토리 Mar 04. 2024

'나'라는 기본기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기본도 안됐다’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살았다.

기본이 안 됐다는 건 곧 평균 이하의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잘난 인간이 되진 못해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부족함이 드러날까, 놓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연신 주변을 살피며, 그저 남들 만큼은 보이도록 열심히 살았다. 마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발을 힘차게 휘젓고 있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곧장 바로 컴컴한 바닷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하루하루가 일촉즉발 상태였다.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불안하지 않으면 더 불안했으니 말이다.  


 

영원히 이 불안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수영장에서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이 굴레 밖에 나올 수 있는 첫발을 내딛게 해주었다. 친구들과 처음 수영장에 갔을 때 일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튜브에 바람을 넣으며 물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었다. 친구가 나를 물속으로 밀어버렸다. 엄마를 외치며, 물에 떨어진 나는 팔다리를 마구잡이로 흔들어 재꼈다. 친구들은 나를 보며 낄낄댈 뿐 도와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참을 허우적거리니, 친구 하나가 내게 말했다 ‘발을 바닥에 내려!’ 생명의 동아줄이라 생각하고 그의 말을 따랐다. 이게 웬걸, 물 높이가 내 엉덩이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수심이 얕은 수영장이었다. 창피했다. 집에 돌아와 바보 같은 내 모습을 회상하며 피식 웃었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평소 내 모습과 같아서였을까? 별것도 아닌 그 일은 내 일상에서 자꾸 떠올랐다.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발이 수영장 바닥에 닿던 느낌이 생생해졌다. 그때 느꼈던 안도감, 다시 한번, 아니 늘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그동안 남이 만든 기준으로 이뤄진 땅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땅은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말하는 상대에 따라 그 기준의 높이는 수시로 변했다. 이제는 내 기준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땅에 두 발을 딛고 살면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내게는 단단하기는커녕 땅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당했다. 큰 깨달음을 얻고, 이제 인생이 바뀌겠구나 싶었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이제부터 나만의 땅을 만들어 가야 했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러나,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남의 땅에서 꾸역꾸역 살아갈 내 모습이 눈에 훤했다. 그래서 나아가야만 했다. 책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하여 여러 자기 계발서를 뒤적거렸다. 책 속엔 정답처럼 쓰인 조언들이 넘쳐났지만 다 받아들일 수도, 내게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스스로를 관찰하고 경험하고, 회고하며 찾아가야 했다. 

    

 

나의 글은 나의 땅을 만들고, 밭을 일구고,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그 과정은 모두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로 시작됐다. 그래서 나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땅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필자 역시 아직 나의 땅을 만들고 일궈가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과 질문들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누군가의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땅’을 발견하고 키워나가길 바란다.     


땅을 만들고 일궈가는 과정은 나만의 기본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남에게 뒀던 기준을 나에게로 가져와 삶의 무게 중심을 나로 두는 일이며, 나라는 사람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이 기본기는 삶의 파도 속에서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 발을 단단한 땅에 내딛게 한다. 모든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땅이 존재한다. 그 땅은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로 인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 과정을 겪으며, 자신만의 색을, 아우라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깊게 뿌리를 내리는 갈대는 비바람이 와도, 산들바람이 와도 그저 흔들릴 뿐이다.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상관없다는 태도. 참 고고하지 않은가? 우리 자신도, 나라는 땅을 만들고, 그 속에 깊게 뿌리를 내리자. 땅이 견고할수록 뿌리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갈대처럼 고고하고, 우아하게 나의 중심을 잡고 살아갈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