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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토리 Mar 19. 2024

자꾸 남의 의견을 묻는 너에게

나는 내 생각이 없는걸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대학 시절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처음엔 정말 몰라서 물었고, 다음엔 다양한 의견도 들어보자며 물었다. 모른다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묻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이 내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늘 해결책을 주는 똑순이 같은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는 성격이었다. 어떤 것을 물어도 그녀는 본인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펼쳤다. 참 멋져 보였다. 그 모습을 닮고 싶었다. 그녀와 친해진 후 나는 그녀에게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았다. 어떤 옷을 살지와 같은 사소한 결정부터, 유학을 가야 하는지와 같은 큰 결정까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것까지 묻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보다 그녀에게 묻는 것이 마음이 더 편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 내게 물으면, ‘그녀라면 뭐라고 답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받은 질문 중에 이미 그녀가 답했던 질문이 있다면, 그녀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최대한 비슷하게 말했다. 내 생각이 아닌 그녀의 생각을 전달했다. 나의 말보단 그녀의 말이 더 논리정연하고, 납득될 만한 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질문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졌다. 남의 말을 그대로 읇기에 바빴으니 나란 존재로 사람들을 마주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갈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공허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자책과 자기 위로를 반복했다. 그러다, 마음속 한마디에 멈췄다.     



"너한테 먼저 묻지 않았잖아."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에 나에게 묻지 않았다. 나보다 더 좋은 생각, 결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에 나에게 묻지 않고 남에게 자꾸만 물었다. 또한 그저 남의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며, 선택에 대한 책임까지도 회피하려고 했다. 나를 믿지 않는 건 둘째 치고 남 탓까지 할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앞으로도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말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이젠 어떤 일이든 나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하나의 규칙을 두었다.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아도, 못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대답까지 해야 한다면 내게 질문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답하지 않은 것들은 메모하여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질문에 얽매여 억지로 답을 내기보다는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충분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서랍 속 질문을 다시 꺼내보지 않아도, 저절로 해결된 것도 있었고, 다시 꺼내보았을 때 실마리가 잡혀가는 질문들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질문을 하고도, 답을 바로 하지 않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망토리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에 대한 믿음과 인내심이 생겨났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몸소 느꼈다. 남에게 의지 않아도 자립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단단해졌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결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생긴다. 그 행동은 ‘그저 나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다. 생각의 기준점을 나에게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사람은 일상을 보다 또렷하게,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다.


모든 질문엔 각자가 내린 답이 있다고 믿는다. 그 답은 남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모두 다 다를 것이다. 자신이 내린 답이 ‘정답’인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그 과정을 겪다 재미보면,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한 믿음이 생길 것이다. 이제 무엇이든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보자.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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