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를 쉽게 따게 만드는 것
좋아하는 수준의 테니스는 오직 복식이 전부인 세상이다
많지 않은 코트, 그 기회를 찾는 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한국 테니스는 대부분 4명이 하는 복식이다. 더블폴트하지 않고 서브를 넣고, 네트나 서비스 라인 뒤로 공을 넘기지 않는 정도의 수준이 되면 게임에 대한 구상과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라는 승부사들의 게임도 있겠지만, 지금 나의 수준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칠 수 있을까?' 정도 수준이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에러로 인한 게임 포인트가 아닌 위너로 따는 것은 언제나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꽤나 흥분되는 경험이다. 그런 상태에서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파트너와의 호흡과 멘탈이다.
절반을 온전히 맡기는 일
테니스 코트를 작게 쪼개면 총 8면으로 되어 있다. 서브를 하는 서비스 라인 2면, 네트와 서비스 라인 중간의 베이스 라인 2면, 반대편이 동일하게 4면이 있다. 쉽게 생각하면 1명이 2면을 담당하는 되는 일이다. 앞이던 옆이든. 그 영역을 지키며 게임에 임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 공이 오고, 보고 있지만 몸이 쫓아가지 못해 점수를 잃는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상황 속, 복식을 하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파트너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는 일. 바로 그것이다. 전투에서 상대를 보지 않고, 우리 편을 바라보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결과는 뻔하다. 지는 것! 그래서 지지와 온전한 믿음이 필요한 운동이다.
포인트를 만드는 일
멋진 서브,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 찔러 넣는 위닝샷, 흐름을 끊는 발리 등 테니스에서 점수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샷들이 있지만 최근에 가장 연습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 파트너가 포인트를 쉽게 딸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힘겹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고, 불편한 상태에서 받을 수 있게 공을 서비스 라인까지 보낸다. 준비 자세를 다 취하지 못한 상대가 느리거나 높은 상태로 우리 코트로 공을 보낸다. 네트 근처에 있던 나의 파트너가 쉽게 발리로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기여한 나도, 포인트를 올린 파트너도 모두 만족스럽다. 뒤에서 50% 확률로 위닝샷을 쳐서 나 혼자 만족스러울 때보다 훨씬 더, 아니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웃으면서 이 포인트를 기억한다. 그렇다. 이런 테니스가 즐거운 테니스일 것이다.
내가 빛나는 것보다 동료가 빛나는 상황이 필요하다
최근 비즈니스 상황이 경쟁에서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챗GPT4가 우리의 리소스를 대신하고, 언론사, 스타트업, 대기업까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플레이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 누가 오늘 우리 업계의 상황을 물어봐서 이렇게 대답했다.
우린 배추 농사를 짓는 중인데, 올해 배추가 풍년이다.
그래서 배추 값은 떨어졌지만 요즘 사람들은 김치를 먹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도모는 잘 헤쳐나 갈 것이다. 즐기진 못하겠지만 게임을 즐겁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다. 바로 우리 파트너가 포인트를 쉽게 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