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란 Oct 20. 2020

해외에 살고 싶다는 집착으로 인한 실수

그를 통한 배움과 실수를 해도 괜찮은 이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내가 마주하기 두려워했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글을 쓰다 보면서 내 내면과 깊은 대화를 하다 보니 최근에 깨달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정석의 길을 가지 않았고 호주에 간 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많은 경험들을 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한 선택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달았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총 11개월의 호주 생활중 절반에만 해당하는 얘기였다.


멜버른에서의 6개월의 생활 후 나는 무언가 당연히 호주에 더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호주가 좋으니 세컨 비자를 따놓자고 생각을 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오고 싶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호주에서의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1년이지만 추가 비자를 더 획득할 수 있다. 두 번째 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대략 3개월 이상을 정해진 지역, 보통 농공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멜버른에서 일하던 레스토랑에서의 마지막 날, 친했던 슈퍼바이저가 나에게 물었다. 


"너 정말 세컨드 비자 따는 걸 원해?"


그때의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응 나 호주가 좋고 더 있고 싶으니까 세컨 비자를 따러 갈 거라고.


그 말을 남은 5개월 동안 계속 곱씹을 줄은 몰랐다. 사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며 후기들을 봐도 쉽다고 한 글들은 없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껏 잘 해왔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어쩌면 오만하게 생각했던 것도 같다.


5개월의 농장 지역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나름 즐겁게 지내던 다른 사람들처럼 어쩌면 즐길 수도 있었을 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한국에서부터 외면해왔던 문제들을 계속 외면하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안 좋은 일들만 계속 일어났다. 그저 너무 힘들다고만 여기고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때는 이유를 외부에서만 찾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어쩌면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세컨비자를 향한 너무 큰 집착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확히 왜 더 있고 싶은지 나조차 알지 못한 채로 언제 쓸지도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집착하듯이 원했던 그 비자가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도망쳐온 내가 천국을 호주에서 찾으면서 예정된 결과였다. 이때의 나는 내 마음이 지옥이면 어딜 가도 지옥이고, 내 마음이 평온하면 세상 어디에서도 평온할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어떤 오기로, 의무로 나의 정신을 깎아내리며 버텼다. 나는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할 수 있어 혹은 이 정도는 해내야 돼. 나는 무엇이든 해내야 돼 라는 이상한 오기로.


이때,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선택을 했다.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경제에 대해, 돈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깨달음이 과해 후에 잘못된 생각을 했지만 괜찮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고 이것 또한 경험이니까.


호주에 가기 전, 나는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유를 갈망하며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내 마음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결국 그것이 나를 덮쳐올 때 주변의 온갖 불안한 목소리와 나의 어지럽힌 마음이 다시 잘못된 선택을 했다. 잘 가다가 도로 백스텝을 밟은 것과 다름이 없다. 잘 가고 있다가 바람에, 파도에 여기저기로 흔들렸고 방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속도가 늦추어졌을지언정, 직선대로의 길을 뱅 돌아갈지언정, 나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했던 경험들, 내가 했던 생각들은 모두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평온하고, 내가 가고 있는 길 또한 행복을 향한 여정임을 안다. 

순간의 선택으로 고생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에서 또 배움을 얻고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럼 됐다. 


얼마 전 한 영상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인생 그래프에서 우리는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상승 그래프라고. 처음 이 말을 듣고 무언가 안심이 되었다. 그저 잘하고 있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저 내가 두려웠던 것에 도전하고 싶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힘들 걸 알면서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에 도전해서 그 두려움의 실체를 알고 싶었기에 알면서도 갔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 모든 경험들은 정말로 지금의 나의 삶에 소중한 거름이 되었다. 그러니 앞으로 또 힘든 일이 일어나도 그저 그랬구나 하고 넘기고, 다시 앞을 향해 행복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나에게 이런 깨달음을 준 소중한 경험들에 감사하며 오늘도 앞으로 나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