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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 Oct 19. 2020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된 이유

내 안의 결핍을 마주하는 것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고 처음 쓰는 글이다.


온전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만 읽는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오고 글 쓰는 것, 끄적이는 것, 시 쓰는 것 모두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쓰지 않았다. 글을 쓰다 보면 점점 우울해졌다. 안 좋은 기억만 되짚고 우울한 기억들에 집중하다 보니 글을 쓰면 쓸수록 더 우울해졌다.  그러다가 나를 온전히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다시 글을 써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무언가 슬프고 화나는 일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내 마음을 어느 정도 용기 내서 바라볼 수 있게 된 후로는 글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어제 쓴 글을 오늘 보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또 오늘 쓴 글을 다음 날에 보면 부족할 거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글을 인터넷을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내 글이 부끄러운 글이 될까 봐 두려웠다. 


그즈음에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봤다. 강연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흑역사도 역사다." 이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그래,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라는 마음이 생겼다. 어차피 부족한 글이라면 그냥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글을 써보자 했다. 그렇게 조금씩 브런치에 글을 저장하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를 등록하고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었나 보다. 아무 경력도 출판물도 심지어 글을 안 써본지도 오래된 내가 통과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떨어지면 또 신청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떨렸다. 블로그도 안 한 지 오래됐고 페이스북도, 유튜브도 안 하는 내가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저 흘러 보내려고 노력했다. 만약 떨어지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고 공부하며 더 글 쓰는 연습을 해야지. 그리고 다시 도전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틀 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냥 감사했다. 다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다짐한 나에게 주는 축하와 같았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했다. 이 글을 언제 올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도전한 작은 실천이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으면 좋겠다. 그저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용기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내가 수많은 글들과 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서 무한한 용기와, 깨달음, 자기 확신을 얻어갔던 것처럼 내 글도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내가 받은 것들을 나누고 베풀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용기를 가지고 선택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정말 그걸로 족하다. 내가 글 쓰는 목적은 그것뿐이고 그것이 결국 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가는 길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길 그리고 때론 흔들리고 방황할지라도 다시 돌아와 이정표를 세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내 마음에 안 들 때가 많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건 이런 건데 왜 글로서 표현하면 이만큼 밖에 되지 않을까 항상 고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쓴다. 다소 투박하고 거친 글일지라도 이 글을 읽는 한 분이라도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다. 남을 위한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그러한 깨달음에 대한 작은 실천이다.




이번 한 번의 작은 일탈로 세상의 모든 박스들을 아직 벗어던진 건 아니다. 나는 방황했었고 두려웠었다. 다시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을 가고 그렇게 돈, 성공, 안정이 보장된 길을 가야 할까? 정말 가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까? 고민했다. 끊임없이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되었다고, 별나다고, 대체 뭐가 되려 그러냐고, 철이 없다고, 왜 이상을 꿈꾸냐고, 왜 너 혼자만 그렇게 유별나고 이상하냐고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이따금씩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호주에 가서도 나는 흔들렸다. 내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바람에도 파도에도 나는 뿌리째 흔들렸다. 그렇게 나를 불행으로 불행으로 몰고 간 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나의 내면이 간절하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되었다고. 충분하다고. 이제 그만하자. 쉬자. 너에게 쉴 시간을 줘.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해서 행복한 건 누구였을까? 드디어 환상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며 축하해 주는 가족이었을까 아니면 나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안심이 되었던 나 자신이었을까. 나에게 솔직하자면 그 선택에 기뻐했던 것도 나였고 그 길을 선택한 것도 나였다. 그리고 다시 그 선택을 벗어난 것도 나 자신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하고 싶은 걸 하나씩 선택하고 싶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선택했다.

또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되는대로 내 맘대로 작곡하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 감성에 젖어드는 걸 좋아한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보고 싶다. 그래서 비행기 모는 법도 배워보고 싶다.

해금도 배워보고 싶고 여행도 더 다니고 싶다.

아직 갈 수 있을 때 다른 나라로 또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 싶다.

또 워홀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 살아보고 싶고 여행도 더 다니고 싶다.

지금 할 줄 아는 언어 말고도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도 배워보고 싶다.

영어도 더 잘하고 싶다.


그리고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다. 나는 궁금한 게 많다. 

더 알고 싶고 더 비워내고 싶다.

나를 알고 싶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


나는 그저 나의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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