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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 Oct 15. 2020

가장 두려웠던 것을 하게 된 이유

두려움과 맞짱 뜨기

호주를 다녀온 지금은 생각한다. 

정말 잘 다녀왔다고. 호주에 있었던 1년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호주를 가기 전에 나보고 미쳤다고, 정신이 나갔다고, 철이 덜 들었다고 말하던 사람들도 내가 다녀온 이후에는 정반대의 얘기를 한다. 어쩌면 내가 다녀온 후에 오히려 현실과 타협한 안정된 선택을 해서 였을 수도 있고, 그때와 달라진 나의 모습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혼자서 어떻게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었냐며 대단하다고 얘기하거나 칭찬하다고 얘기한다. 가끔 부러워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모습이 부럽다고.


나 또한 호주에 다녀온 이후 달라진 내 모습을 순간순간마다 느낀다. 내 인생을 바꿔놓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잠시 잊고 지냈다. 내가 호주에 가기 전 얼마나 불안에 떨었는지를.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자유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했지만 그때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큼 불안에 시달렸었다. 정말 모든 게 불안해서 불면증도 생겼었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병원도 다녔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익숙하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는 것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당시의 나는 겁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다. 호주에 가서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카페 알바 한 번 해본 적도 없고 혼자 있는 것,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였다. 그래서 일부러 더 많은 사람들에 나를 노출시키고 소통이 중요한 일을 하겠다고 한 것도 있다. 도전해 보고 싶었다. 가장 두려운 것을 해보고 내게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극복하고 싶었다. 나에게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는 수많은 말들 중에서도 부정적인 말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자주 가던 카페의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도 내 성격으로는 힘들 거라고도 했었다. 순간 잘 못된 선택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또 반대로 잘 해내 보이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조언을 가장한 많은 말들에 영향도 받았었고 그런 말들이 나의 불안한 마음에 다가와 흔들리기도 했다. 


가고 싶지만 또 두려운 마음에 가기 싫은 마음도 들었다. 아이러니했다. 나는 내 삶을 살겠다며 큰 소리 땅땅 쳐놓고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불안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지금 다시 돌아가서 그 상황에 똑같은 선택을 하라고 해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서는 이 길이 맞다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맞추어 선택을 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수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내 선택이 옳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나는 호주를 향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성적'이었던 내가 혼자서 해외를 나간다는 나에게는 두려운 선택을 하게 된 이유.

내 안의 자유를 위한 갈망에서 비롯된 용기가 그 두려움을 이겼던 것 같다. 

그 두려움으로부터 피하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겁이 나고 두려움이 생겨도 피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두려움에 못 이겨 눈물이 나면 그냥 울었고 두려움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두려움을 마주하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내 안에서 어떤 소리가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넌 안될 거야"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잘할 거야. 할 수 있어. 잘해왔잖아."라고 말해주던 목소리에 더 집중했다.


그리고 호주에 도착해서도 사라지지 않았던 두려움을 하나하나씩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했다. 어느 날 바라봤던 바다를 떠올리며, 발가락 사이에서 흐르던 모래알의 감촉을 느끼며 마음의 행복을 차츰차츰 늘려갔다.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고 불안하게 하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좋은 기운의 사람들을 만나고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자연을 느끼면서 차츰차츰 이겨내 갔다. 그렇게 두려움을 마주하며 사실 두려움이란 실체가 없는 것임을 하나하나 깨달아갔다.


지금도 여전히 가끔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을 만난다. 그래도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두려움은 사실 마주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고.


우리는 항상 두려움보다 강한 존재이다. 우리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잠시 왔다가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감정일 뿐이다.


내 경험을 통해서 나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피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려움을 마주 본다면 언제나 그것보다 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이 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언제나 두려움보다 강한 존재이고, 용기는 그런 두려움을 마주 보고 물리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 용기는 언제나 내 내면에, 내 곁에 항상 존재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나의 내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용기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잊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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