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란 Sep 29. 2022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이유도 없이 우울해지는 날이 있다.

그냥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고, 지난 일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고,

속 이야기 털어놓을 사람도 없이 이 세상에 나만 혼자인 것 같고,

오지도 않는 미래 걱정에 숨이 막히고,

언제까지 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답답한 삶을 지속해야 될지 눈앞이 깜깜해지기만 할 때.


오늘도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트북을 꺼내 들었지만 한 글자도 써지지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잔뜩 쌓여있는데 도무지 할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다.

나 자신이 싫어지고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유도 모르겠다.


부담감이 나를 짓누를 때, 완벽주의가 또다시 나를 숨 막히게 할 때,

괜찮아진 줄 알았던 마음이 또다시 요동치고 숨이 가빠져온다.

간신히 나를 진정시키고 그저 하염없이 무력하게 누워만 있을 때,

우울감과 무력감은 나를 집어삼킨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 사람조차도 자신의 삶이 버거워 허덕이고 있다.

내가 더 힘들게 할 수는 없어 전화를 끊는다.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밝은 글을 쓰고 싶었다. 읽고 있는 당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

인정한다. 나는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다.

매주 글을 올리기로 한 이상 나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감정은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의 글에는 꾸밈이 없다. 거짓이 없다. 솔직하다.

애초에 꾸밀 줄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어나서 나를 가꾼다. 나에게 대우한다.

밥을 먹고 방을 청소하고 몸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는다. 갓 태어난 아기마냥.

나를 보살핀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선이고 내일도 아마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겠지.

나는 오늘 하는 고민들을 아마 내일도 이어갈 것이다.

오늘 밤 떠오르는 생각들은 반은 아마 자고 나면 잊힐 쓸데없이 나를 좀먹기만 하는 고민일 것이고,

반은 무언가 해답이 떠오를 때까지 이어질 실체 있는 고민일 것이다.

글을 쓸 때조차도 낱낱이 드러나는 실력에 부끄럼이 앞선다.

쓰다 보면 나아질 거라 생각해 시작했지만 과연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지독히도 일상적인 하루가 반복된다.

그냥 그렇게 하루에 5분이나마 찾아오는 행복에 감사하고 나머지 시간은 죽은 것처럼 산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안 되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만약 살면서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는 거라면

나에게도 언젠가 봄날이 올까?



작가의 이전글 팔자에도 없는 서울살이를 하게 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