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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 Sep 30. 2022

팔자에도 없는 서울살이를 하게 된 이유

2 - 집 알아보기




  이렇게 통학을 할 바에는 휴학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엄마가 집을 구해준다고 했다.


  나는 늘 ‘이상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이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을 하지 않으셔서 그런지, 아니면 힘들게 일하며 사시는 걸 보고 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늘 부모님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떨 때는 내가 태어난 게 잘못인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부모님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당신들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을 텐데. 과연 내가 태어난 게 부모님께도 행복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정한다. 나에게 결핍이 있다는 걸. 우리 부모님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사이가 그다지 좋으시진 않으셨다. 이 또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씩 TV에 나오는 서로 사이가 좋은 부부들을 보면 저런 가족들도 있구나 하고 꽤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는 우리 가족이 세상의 전부니까.


  모든 가족이 우리와 같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즈음, 왜 하필이면 이 집구석에 태어난 건지 원망하기도 했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저 잘못된 사랑의 표현 방식일 뿐이었다는 걸. 조금 잘못 전달되긴 했지만. 부모님 또한 사랑을 잘 받아본 적이 없어서 사랑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다. 이제는 그들을 이해한다.




  어찌 되었든 나는 부모님께 최대한 부담을 줄여드리고 싶어서 학교 근처의 모든 SH, LH에서 지원하는 행복주택 등을 지원해보았지만 단 하나도 붙지 못하고 모두 광탈했다. 이쯤 되면 김포에 있는 행복주택에 당첨됐던 게 신기할 지경이다.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붙을 수 있었던 건지. 운이 좋았나 싶다.


  집에 대해서 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슬픈 얘기라 아이러니하지만. 사실 학교 근처 도시에 있는 행복주택에 지원을 했고 무려 1년을 기다려 당첨이 되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이미 다른 행복주택에 거주하는 중이었고 딱히 이사를 할 생각이 없어서 서류가 몇 번이나 오고, 전화까지 왔었는데도 어차피 못 가는 거 아니냐며 거절했었다. 그리고 학교에 붙고 나서 입주 연기라도 해놓을 걸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나는 내가 대학에 합격할 줄 꿈에도 몰랐고 내가 당첨되었던 행복주택이 그 근처일 줄은 더더욱 몰랐으며 입주 연기라는 제도가 있는지도 정말 몰랐다. 사실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뭐 어쩌겠나. 굴러 들어온 복을 발로 찼다며 안타까워하는 수밖에.


  LH 전세임대도 공고가 뜨지 않아 결국 내가 선택한 건 그냥 평범하게 부동산 통해 집을 알아보는 거였다. 임대주택도 행복주택도 아닌 말 그대로 그냥 ‘집’을. 사실 이 방법이 제일 꺼려졌던 이유는 뻔하다. 월세는 매달 나가는 비용이 부담되고 전세는 사기당할까 봐였다. 그리고 처음 해보는 부동산 계약에 지레 겁을 먹었고 인터넷에서는 온갖 각종 사기 예시들이 정말로 가득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후루룩 사기를 당하거나 돈을 날리거나 안 좋은 집에 들어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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