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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y 30. 2023

버티는 자

축적의 힘

아이를 등교, 등원시키고 내 공간으로 출근하면 9시가 된다.

열쇠로 문을 열어 불을 켜고 가방을 내려놓는다. 커튼을 걷어 창문을 열고 라디오를 켠다. 바닥을 쓸거나 어제 치우지 못한 책상을 정리한다. 오늘은 월요일이니 식물들에게 물도 주고, 이번주 일정을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나는 여러 가지 역할로 존재한다. 어떤 날은 그림을 알려주는 선생님으로, 어떤 날은 내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또 어떤 날은 글쓰기 강사로, 손님을 기다리는 사장님으로... 하루동안 몇 가지 역할로 살기도 하고, 단 하나의 일을 하기도 한다.  


글그림 공방 [나담스튜디오]를 연지도 이제 2달이 지났다. 정말 감사하게도 월세를 메꾸는 수입이 유지되고 있다. 누군가 나를 돕고 있는 것처럼 딱 그만큼의 벌이 말이다. 글쓰기 강의를 나가는 것 외에 이곳에서 그림 클래스로만 들어오는 돈으로 월세를 내는 일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첫 달부터 이뤄냈으니 참 운이 좋다. 초심자의 행운을 믿는 나는 이번에도 그 법칙이 맞았다며 앞으로의 시간을 계산해 본다.


클래스 예약이 있든 없든 나는 출근을 해서 오늘의 글과 피드를 sns에 올린다. 싫어도 좋아도 하고 싶어도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일이 홍보다. 이곳을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야 생존을 할 수 있기에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 까똑!

꺄악~나담스튜디오님, 클래스 신규 수강생 정보를 알려드려요'


'징~!!

나담드로잉 커플클래스 예약이 확정되었습니다'


까똑도 소리 지르고 나도 소리를 지른다.


가끔 오는 알림 소리에 이걸 매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언제쯤이면 밀려드는 예약에 스케줄을 살펴보느라 바쁘게 될까- 언제쯤이면 매달 등록하는 수강생이 많아질까- 언제쯤이면 이곳의 벌이가 100은 될까(월세 빼고 진짜 순수 벌이)-

언제쯤이면 말이다. 고심해 봐야 머리만 아픈 법. 언젠가는 되겠지 하며 몸을 움직인다. 


"오늘은 수업 있어?"

"요즘 어때, 잘 돼 가고 있어?"

어른들이 하는 걱정 섞인 일상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많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하고 있어요" 이렇게 대답한다. 내 고민이 모두의 고민이 되는 걸 원치 않는 나는,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말한다. 나도 잘됐으면 좋겠고, 매일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 그 마음이 간절하다. 남의 속도 모르고, 밥먹었냐는 보통의 인사말처럼 이곳의 안부를 가볍게 묻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당장 열매를 얻기는 어렵고 또 단기적으론 오히려 이전보다 못할 수 있지만
차근차근 가치를 축적해 종래는 큰 가치를 이룬다는 것이 브랜딩 작업의 전제입니다.
즉, 축적의 힘을 전제로 하는 겁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읽고 쓰고 그리는 일.

내가 하는 일이자 이곳을 연 이유다. 같이 읽고 같이 쓰고 같이 그리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들이 다 있으니 함께 하자고 말이다.

나와 이곳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더 많게 하기 위한 일들을 최우선으로 매일같이 처리한다. 그것이 초보 사장이자 내 브랜드를 이제 막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내 실력을 높이는 일도 꾸준하게, 이곳을 알리는 일도 지속적으로 하면서.


오래도록 버티는 자가 되어볼 작정이다. 가만히 앉아 자리만 축내는 것이 아닌 내가 가야할 길을 계속 만들어가며 지속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버티다보면 쨍한 날이 더 많아지겠지, 실패하다보면 할 말도 더 많아지겠지



"내 일을 해나간다는 건 

쓴 웃음과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로 버텨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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