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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an 22. 2024

근사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떤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얼마 전 한 플랫폼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이들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플랫폼 한 곳에 등록하며 인연이 되었는데, 튜터들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해서 인스타와 블로그에 소개해주고 있었다. 수많은 튜터 중에 왜 나에게 제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질문들을 받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늘 뭔가 정리가 되었기에 이번에도 긍정의 답변을 보냈다.


보내온 질문들을 보니 공통적으로 묻는 것도 보였고, 나에게 궁금한 것도 있었다. 나에 대해서 상당한  사전조사가 있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내 SNS를 다는 아니어도 중요한 글들을 읽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 질문을 만든 사람에게 고마움까지 느껴졌다.


자기소개, 프로그램 소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을 하는 계기, 어른과 아이 클래스 차이 등의 질문들이 있었다. 어떤 질문에는 수없이 말해왔던 거라 술술 답을 쓰고, 몇 가지 질문은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주어 정리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이제 이 인터뷰가 끝이 보인다고 생각했을 무렵,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마지막 질문을 만났다.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아직 어색한데,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라니ㅡ키보드에 손을 떼고 가만히 앉아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해 본다.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무언가 알려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어른이라는 단어와 비슷하지 않나 싶었다. 어떤 선생님이 될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은 있다.


어느 작가의 글에서 만난 말' 근사하다' 이 단어를 보자마자 내 단어집에 넣어두었다. 들어본 적도 없고 써본 적도 없었지만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은 강렬했다. 이 단에는 그냥 근사했다. 근사한 사람, 근사한 엄마, 근사한 일, 근사한 어른. 이 말을 붙이면 그 어떤 것도 근사해졌다.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서 내 말로 만들기 위해 한때 여기저기 이 말을 붙여 사용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며 "근사한  작품을 만들었네~" , 일기를 쓰면서 "오늘은 근시한 하루였다", 누군가의 생각을 듣고 "근사한 생각이다" 이렇게 말이다.


이 말은 이런 뜻이라고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그러면서도 그럴싸한 그 느낌. 정답이 아니면서도 잘 해내고 있는 그런 느낌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도 그렇게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는 근사한 어른으로 말이다.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는 근사한 어른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아직 이 단어의 느낌을 모두 담은 근사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 문장을 쓰고 읽는 순간만큼은 근사함을 가득 가진 사람이 된 듯했다.


인터뷰 덕분에 이 말을 더 진하게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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