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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수 Oct 05. 2022

아빠의 편지

편지: 읽을 때마다 찡한

잘 지내고 있지?


아빠는 오늘도 퇴근길에 현관문을 열면 "아빠!"하고 달려왔던 네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해본다. 그때는 그 모습 그대로 가족과 늘 함께 있을 것만 같았는데 텅 빈 네 방을 보면 허전한 마음이 든다. 동생이 군대에 가고 얼마 안 돼서 네가 독립한다고 집을 나설 때, 아빤 섭섭한 마음보다도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두려움에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어.


아빠도 사회 첫 출발을 홀로 해보았기에 그 과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그러니 안정적이고 편안한 길을 갈 수도 있는데 왜 험난한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마음에 너의 선택을 환영할 수만은 없었단다.


하지만 너의 결심은 확고했고 목표가 확실했기에 더는 강요할 수 없었어.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어느덧 홀로 독립을 한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구나. 힘드냐고 물어보지는 않을게. 힘들고 어려운 건 어디에나 있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니까. 나름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 고맙다.


이왕 새롭게 시작했으니 몸 아프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봐. 너는 달란트가 많아서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거야. 혹시라도 어려움에 처해서 혼자 해결하기 벅찰 때면 지원요청 해. 네 뒤에는 너를 사랑하는 하나님이 계시고 엄마 아빠와 교회 식구들의 기도가 있으니까.


아빤 우리 딸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 늘 그래 왔으니까. 동생 휴가 나온 거 알지? 시간 내서 한번 보자 밥 한번 먹게. 생일파티도 못했는데.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2022.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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