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행복은 정의할 수 없다. 적어도 나는 어떤 정의도 찾지 못했다. 대신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어떤 신부의 대답을 마음 깊이 새겼다가 종종 꺼내 본다.
"우리는 이미 행복하므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세상이 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옷, 음식, 집, 직장, 가족, 친구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에요.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는 행복이 아니라 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뿐이죠. 오히려 어떤 대상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집착이 생깁니다. '이것이 없으면 나는 행복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습니까? 행복은 그런 환상과 집착을 내려놓을 때만 정의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행복하게 태어났어요. 그리고 우리는 행복을 잃어버렸죠. 행복을 다시 발견하고 싶으면 마음이 가난해지는 일에 집착하지 않으면 됩니다. 물론 그대들은 행복의 비밀을 알고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다음 날 입을 옷을 고르느라 늦게 잠든 적이 많다. 오랜 동창을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 배는 잔뜩 부르지만 어쩐지 속은 허하다. 내가 사는 마을 공동체에는 밥상이 있는데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담았다가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기도 했다. 에이, 집착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 여전히 나는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서 행복을 느낀다. 이러한 욕망을 갑자기 억누르면 병이 나겠다.
그래서 내 욕망을 화폐보다 생명으로, 소유보다 창조의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살짝 해보니까 혼자서는 어렵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뒤집는 일이 쉬울리가 있나. 그래서 전환의 삶을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한가 보다.
요즘의 나는 언제 행복한가 물었다. 친구를 초대해서 배달음식 대신 김치볶음밥을 해줄 때,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어 선물할 때,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 한신대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할 때 행복을 느낀다.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하는 창조성이 날 벅차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