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룸 Jan 02. 2021

Trigger

4월, 초봄의 어느 바쁜 날이었다. 

가까운 지인의 비보를 전해들었다. 고작 30대 중후반 정도의 나이에, 심장마비라고 했다. 동생과 함께 조문을 다녀오는 길, 차 안에서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보다 고작 네 다섯살 많으려나.

이렇게 갑자기 황망하게 떠날 수도 있다니.

나는 여태 어떻게 살았더라.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뭐뭐 있었지.

지금 쯤이면 시크한 커리어우먼 같은 게 되어 있을 줄 알았건만.

애사심 따위야 진작에 버렸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게 사표를 써 낸 것도 아니고.

그놈의 이직 준비는 언제까지 할 건가.

언제까지 준비만 할 거란 말이냐.

나도 내일 당장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판에.

언제까지 질질 끌고만 있어야 하나.

내일 출근은 또 어떻게 하지.

언제까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할 때, 무거운 침묵을 깬 건 동생이었다.


“누나, 우리 세계 여행이나 갈래?”
“그래. 가자. 언제 출발할까?”

< 매일 밤, 침대 머리 맡에 펼쳐놓은 세계지도를 보며 잠이 들었다. >




From Bro.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게 좋더라. 

장거리 운전을 해도 피곤한지 모르겠고, 회사일로 장거리 출장이라도 가면 어디 소풍가는 느낌이었어. 화물차 한 대 장만해서 화물차 기사도 해 보고 싶어.

어느 날.
외근이 있어서 회사차로 강변북로를 달리는 중이었어. 근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거 중에 광고는 아닌데, 편성표에도 없는 공익광고 비슷한 거 있잖아? 항상 듣던 주파수 라디오였는데 그날따라 귀에 쏙 들어온 내용은 이랬어. 어떤 사람이 자전거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다는 것, 그리고 그사람은 29살이라는것.


- 대학생 때 자전거 타고 금강, 영산강 종주할 때 참 좋았는데.. 이 사람은 대륙횡단을 하네. 부럽다. 재미있겠다.나는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나도 세계 여행 같은 거 해볼까?

그래서 바로 그 날, 예전부터 세계 여행 하고 싶어했던 누나한테 슬쩍 물었는데 덥석 물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RESE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