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집사의 전설
첫눈에 반하는 경험을 평생에 몇번이나 할 수 있을까.
바다와 내가 처음 만난건 2018년 2월 추운 겨울이었다.
우연히 들렀던 동물병원에서 마주쳤던 아깽이의 큰 눈에는 눈물인지 눈꼽인지 모를 뭔가가 엉겨붙어 있었다.
동그란 눈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건 지킬앤하이드를 연상케 하는 얼굴 문양이었다.
절반은 까만털, 절반은 흰털, 코를 중심으로 양쪽 색이 상반되어 있어 반달가면 쓴듯한 모습.
강렬한 외모와는 달리 삐양삐양 세상 불쌍하게 우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깡마른 몸에 너무 서럽게 울어대는 통에 한손으로 쥐어 품에 안아보는데,
사정없이 겨드랑이 팔 틈으로 파고들었던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반려동물 키울 생각은 해오지 않았고, 더구나 평생 강아지파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고양이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아깽이의 울음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그날 오후까지 동물병원 작은 케이지 안에서 사정없이 울고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상사병에 걸린마냥 이틀을 끙끙대다가 삼일만에 다시 동물병원을 찾았다.
만약 아직까지 병원에 남아있다면 그것은 운명이다. 이런 마음으로.
다시 찾아간 병원에 반달 고양이가 있던 자리에는 다른 강아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 이렇게 이별인건가 슬퍼지려 하는 순간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볼륨을 높여 울고 있는 아깽이, 내 고양이 바다가 있었다.
그길로 우리 집으로 이사온 아깽이는 두번의 이사를 함께하며 내가사는 집의 실질적 집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바다처럼 푸르게 살라는 의미로 바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나를 첫눈에 반하게 한 김바다의 삐양 울음소리는 여전히 귀여우며 간절하다.
특히 그 소리는 내가 뭘 먹을때면 더 격앙되는 것으로 미루어 볼때 배고파, 밥줘 등으로 해석해가며 잘 살아가고 있다.
바다의 이번생의 여행이 행복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집사는 내년에도 열심히 사료값을 벌겠다. 다짐을 해본다.
** 내 재택근무의 가장 큰 수혜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