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새로고치는 정리정돈의 힘!
코로나 재택근무라는 미명하에 올해는 연말의 감성마저 잊었었나보다.
커피를 열심히 먹었거나 오며가며 주고 받는 다이어리조차 수중안에 들어온게 없어서일까.
한해를 정리하거나 새해를 계획하는 행위를 해야할때라는 것을 알아차린 시점은 이미 마지막 하루를 남겨놓은 12월 30일이었다.
12월에는 격주로 재택근무를 했는데, 12월 마지막주의 재택근무는 정말 감사했다.
한파를 뚫고 만원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을 생략하는 것만해도 감사한 마음이 뿜뿜 솟았는데,
마침 업무량도 많지 않던 시기라 긴장감도 늦춘 채 집에 배치해둔 하나의 가구처럼 정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많고 많던 시간을 쪼개서 집 정리라도 했으면 이미 신박한 정리 애프터 버전에 살고 있었을텐데,
정리를 해야겠다는걸 깨달은 시점이 너무 늦어버렸다.
늦었다고 생각할때는 이미 늦은거라지만 그래도 집안 무엇 하나라도 새롭고 쌈빡하게 정리정돈을 하고싶었다.
그래서 선택한것은 바로 냉장고.
냉장고 새로고침을 시작했다.
나름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왔고, 이따금씩 필요한것을 꺼내 쓰며 냉장고 살림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냉장고 속을 모두 꺼내어놓고 훑어보니 버려야 것들이 남길 것들의 양을 넘겼다.
엄마집에 갈때마다 받아온 김치통은 저마다의 양을 남기고 대여섯통이 넘게 방치되어 있었고
맥주캔들 아래 깔려있어 이미 생명력을 잃은 반찬들은 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엄마 몹시 죄송하고 속상하네유... 다신 이런 과오를 반복치 않겠습니닷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손대지 않은 반찬들은 버리기 아까워 냉장고로 직행하곤 했고,
역시 배달음식에 딸려온 일회용 용기에 담긴 소스통들도 여럿 나왔다.
하나하나 음식물을 따로 모으고, 플라스틱 반찬통을 씻어 재활용으로 가려내는 작업은 손도 많이 갔지만
플라스틱 배출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정리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버릴것들을 가려 정리하고 묵은 김치들은 한데모아 한통을 만들고 나머지는 김치볶음밥으로 소생시켰다.
버릴것들을 모두 정리하니 냉장칸의 절반이 텅 비었다.
비어진 칸을 보니 마음이 개운하고, 신선한 음식들로 그때그때 채워나갈 생각에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냉장고 하나를 새로고치며 느낀 개운함과 후련함.
코딱지만한 빌트인 냉장고만 정리해도 이렇게 좋은데 다른것들을 해나가면 얼마나 큰 즐거움이 올까.
이렇게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내 인생도 좀더 개운하고 가볍게 잘 풀려나갈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올해 정리한 냉장고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씩 새로고쳐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