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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wonder Mar 19. 2021

새벽을 사랑하는편

저녁형 인간의 새벽요가 수련기


이년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대별로 짜여진 빼곡한 수업 스케줄을 볼때면 점심과 저녁 수업만 체크했다. 새벽 시간은 아예 제껴두었다.

왜나하면 피곤하니까. 회사다니느라 피곤하고 정신없는데 점심과 저녁에 가는것만 해도 잘하는거 아니냐. 이런 마음 안에서 지난 십여년 간  새벽시간은 내시간이 아니었다.

일년 정도는 점심과 저녁수련만 다녀도 충분했다. 1년이 지나면서 좀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점심과 저녁을 꾸준히 해도 수련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에 대한 갈증이 심해질 즈음..회사 교육프로그램 중 전화영어를 신청하면서 새벽시간에 통화를 해보면 어떨까라는생각이 문득 들었다. 북미 기준 시간대라 새벽 6시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데, 그러면 아침 요가를 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생활 10년 이상을 저녁형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그 패턴을 깨 볼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너무 피곤하면 다시 저녁형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시도나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새벽 요가 수련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하는 패턴을 만들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수련후에 피로감이나 수면부족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생활속에서 피로감은 덜 느껴졌고,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을 청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수면시간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새벽 요가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눈을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몇분.. 이 시간동안 느껴지는 내적갈등이 가장 빡센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날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끝내 이불을 못거둬낸 날들이 있었다. 이불속에 있으면서 딱히 더 잠을 청했거나 휴식을 취했던건 아니었다. 그냥 하기 싫었던 몇몇 날들만 빼고 최근까지 1년 넘게 새벽 6시 기상 7시 요가수련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아마도 평생 새벽요가를 계속할 마음인데, 그 이유는 새벽수련의 장점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먼저 하루를 보낼 호흡 리듬에 시동을 걸 수 있다. 새벽 요가 특성상 짧은 명상이 수련 내에 포함되는데 깊고 천천히 호흡하는 몇분의 시간동안 온전히 호흡에 집중하고, 집중한 만큼 그 호흡의 리듬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게된다. 그 리듬이 깨지는 순간에도 새벽의 패턴이 남아 다시한번 가다듬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 마음의 여유도 조금은 가질 수 있다.

아침 수련을 통해 어깨를 내리고 척추를 바로 세워 몸을 깨우면 적어도 오전 시간까지는 그 기억이 몸에 남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오전 10시정도까지는 다리를 꼬지 않고 바로 앉을 정신이 남아있게된다.

그리고 새벽요가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계절의 변화를 하루하루 감각하게 된 점이다.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는 6시 반은 깜깜한 밤과 같다. 대체로 엄청 춥기 때문에 요가복 위에 출근복을 덧입고 버스를 타고 요가원으로 향한다. 요가를 마치고 나오면 그제서야 아침이 되어있다. 이때가 하루 중 가장 상쾌한 순간이다. 3월이 되면 매일매일 같은 시간대의 조도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새벽 공기가 부드러워질수록 빛은 조금씩 환해져간다. 3월 말경이 되면 요가를 나서는 시간은 새벽보다는 아침에 가깝다. 하루하루를 생경하게 감각하면서 시작하는 기분은 요가하는 즐거움만큼이나 감사함을 느끼게 만든다.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쓴 내 자신에게도 감사함이 밀려온다고 쓰고 개뿌듯으로 읽는다.


가끔은 밍기적거릴새도 없이 잠에 빠져 못일어나는 날도 있다. 수련을 놓쳐 안타깝지만 내 몸이 수련보다 잠이 고팠던 날이었기에 그런 날은 몸은 더 쉬게 해주려고 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수련하려면 가끔은 내려놓고 놓아주는 날도 필요함을 안다. 단 아주 간헐적인 가끔이 되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기를 다짐한다. #새벽을사랑하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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