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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니 Oct 24. 2021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고서야 깨달은 것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생각노트, 스디생.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생각노트, 스디생


8 , 브랜드 굿즈를 소개하는 <오브젝트 바이 프로젝트> 전시 방문기 서두에서 우리 브랜드도 소량의 굿즈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참여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굿즈였다.   , 9 초에 제작한 굿즈가 도착했고  글은 당시에 썼던 짧은 제작기이자 일기다.




아, 우려한대로 색이 다르게 나왔다. 다행히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 이미 제작되었으니 미련을 가진들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아쉬웠다. 잘 해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충분했다면 완벽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달 말에 제작했던 굿즈 하나가 얼마 전 택배로 도착했다. 시간이 정-말 촉박해서 샘플 확인도 못 하고 바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굿즈는 바로 뱃지. 뱃지는 공정이 복잡하다. 금형도 떠야 하고 페인트칠도 해야 해서 보통 제작 기간이 최소 3주라 한다.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뽑아내려면 샘플을 제작해서 육안으로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거의 한 달이 걸린다.


그런데 굿즈 제작을 요청받은 날이 고객에게 발송하기로 약속한 날짜에서 딱 3주 전이었다. 샘플 제작은 고사하고 발송일 전에 올지도 확실치 않을 정도였다. 시안 만들고 의견 나누고 디자인 확정하고 팬톤 컬러 뽑고... 내가 굿즈만 만들면 모르겠다만 당장 다음 달에 오픈할 브랜드 사이트 디자인도 함께 진행 중이었다. 다른 업무를 병행하며 사실상 이틀 안으로 제작사에 시안을 넘겨야 하는 일정이었다.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어야만 속이 후련했냐!며 원망스럽다가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일정이나 방향에 대해 의견을 함께 나눠봤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다른 시안을 작업해 볼 시간 따윈 없었고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디자인했던 그래픽 요소를 조금 다듬어서 만들기로 했다. 시안이 정리되자마자 팬톤 컬러 네 다섯 개를 출력소에 가서 뽑고 디자인 시안과 가장 유사한 넘버를 고르고 제작사에 넘겼다. 제작 요청을 하고 나서도 막판에 넘버를 한 번 더 수정할 정도로 샘플의 부재는 나를 끝까지 힘들게 했다. 제작이 들어간 후에는 사실 머릿속에서 잊어버렸다. 그저 색이 잘 나오길 바라는 것 외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랬던 뱃지가 기어코 나를 실망시켰다. 집에 돌아와 여태 조금씩 사다 모은 뱃지와 내가 만든 뱃지를 양손에 집어 들고 생각했다. 아, 무언가를 잘 만드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구나. 시간이든, 예산이든, 혹은 나의 역량이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구나. 역시 창작자를 넘어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 보니 과정과 노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결과물을 보면 만들기까지 얼마나 고생했을지부터 생각한다. 생산자와 창작자로서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분명히 선행되어야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지 모른다. 작은 오점이라도 보이면 이때다 싶어 물어뜯기보다는, 먼저 너른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지. 반대로 칭찬할 만한 점에는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말이다. 세상 모든 생산자와 창작자들, 화이팅!



ps. 좀 더 전문적인 디자인 이론과 실행을 다룬 이야기는 스디공으로 발행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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