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디자이너의 공부 노트, 스디공.
첫 출근날 동료 개발자 분에게 들었던 말이다. 내가 지원한 포지션은 웹/콘텐츠 디자이너였다. 그런데 내 대답은 '아니요' 였다. 광고대행사에서 디자이너 겸 매니저로 2년 정도 일을 했고, 이직을 웹이나 UXUI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와 BX 디자인을 희망했다. 엥..? 그럼 왜 지원했고 어떻게 합격했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는 브랜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디자인해보고 싶었다. 지원 당시를 기준으로 1년 동안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주변에서 얻은 영감이나 인사이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니 소셜미디어가 새삼 중요한 접점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특히 규모가 작은 신생 브랜드에 인스타그램은 고객과 가장 먼저 만나는 접점일 가능성이 높다. 담당 업무를 살펴보니 소셜미디어 콘텐츠 디자인을 홈페이지 디자인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다. 아마 제일 필요한 업무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추측했다.
두 번째는 우대사항에 있던 UXUI디자인의 이해다. 사실 나는 디자인 전공자이고 대학에서 인터페이스와 인터렉션 디자인을 배웠다. 교과과정 중 필수전공으로 사용자 중심 경험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작품으로 취미 앱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기도 했다. 덕분에 막연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게다가 BX디자이너가 브랜드의 전반적인 접점을 다루다보니 웹이나 모바일의 UI까지 디자인하는 경우도 자주 봤다. 직접 해보면서 배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표님이 한참 후에 나를 뽑은 이유로 다양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이야기해 주셨다. 서류 지원할 때 운영하는 모든 소셜미디어 링크를 첨부했다. 앞서 말한 인스타그램 외에 블로그도 하고 있고 유튜브도 잠깐 해봤다. 포트폴리오 아카이빙을 위해 비핸스도 쓴다. 성과를 바라기보다 그저 재미있어서 사부작 사부작 한 일이 합격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역시 세상에 쓸모 없는 일은 없다는 게 증명된 순간!
그 외에는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다보니 다양한 아웃풋을 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필요했고, 브랜드 산업군과 관련한 취미활동을 1년 이상 지속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라 다를까(?) 나는 웹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BX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기존보다 더 확장된 업무를, 원하던 업무를 하는 셈이다. 홈페이지 디자인은 물론, 소셜미디어 콘텐츠 디자인, 콜라보 프로젝트에 필요한 제품 패키지부터 오프라인 행사 디자인까지. 고객과 만나는 많은 접점에 브랜드의 숨결을 더하고 일관되게 가꾸고 있다.
요즘에는 브랜드 서비스의 대대적인 개편을 위해 웹과 모바일 사이트 UXUI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역시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는 중이다. 먼저 사용자가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 브랜드 메시지를 일관된 이미지로 담아내는 것도 잊미 말아야 한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항상 다양한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다보니 탄탄하지 못한 기획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나에겐 사수가 없다. 주체적으로 배우고 실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완벽한 환경이 주어지는 게 아니듯,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봐야겠지!
롱 라이프 디자인을 표방하는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디앤디파트먼트에는 ‘d-school(공부회)’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나가오카 겐메이가 직원과 함께 롱 라이프 디자인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만든 스터디 모임이다. 그들도 여전히 모르는 게 많기에 끊임없이 배운다.
디앤디 가게에서 '공부회'를 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창업자 나가오카 겐메이나 디앤디의 직원도 모르는 것이 산처럼 많다. 하지만 알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태도로, 모두 함께 심오한 디자인의 세계에 흥미를 가져보자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 나가오카 겐메이,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그래서 시작한다,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공부노트!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머리로만 알던 이론을 실무에서 실행했을 때 무엇이 어려웠는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다루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개발자와 마케터와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정리해 두려 한다. 다음 번 비슷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더 나아가 비슷한 상황에서 일하는 혹은 일할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길 소망하며 노트의 첫 장을 펼친다!